'루이 비통 떡국' 먹으러 강남 간다…'한식의 대모' 셰프들 모인 곳
명품 브랜드들의 K컬처 사랑
추상화 새 장 연 하종현, 행위예술가 이건용
올해도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K컬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디올이 ‘디올 레이디 아트(DIOR LADY ART)’ 프로젝트 8번째 에디션을 공개했다. 디올은 매 시즌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그들만의 개성 있는 창조력으로 브랜드의 특별한 아이콘인 레이디 디올 백을 재창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미르치아 캔토, 제프리 깁슨, 길버트 앤 조지, 마리코 모리, 루도빅 은코스, 미칼린 토마스, 제이디 차, 미카엘라 이어우드-댄, 쉬젠 등 영국·중국·일본·미국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선정됐고 한국의 하종현·이건용 작가도 함께한다.
홍익대 미술대학장, 서울시립미술관장 등을 역임한 하종현 작가는 캔버스 대신 틀에 고정시킨 마대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넣어 색의 흔적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일명 ‘배압법’인데 마대 뒷면에 물감을 칠하고 도구를 사용해 눌러서 문지르면 마대의 올마다 굵기가 다르고 누르는 힘의 세기 또한 달라 앞면에는 생각지도 못한 문양이 배어나온다.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인 이건용은 고무판에 백묵으로 선을 긋고 발바닥으로 선을 지우고 흔적을 내면서 전진하는 ‘달팽이 걸음’을 비롯해 캔버스를 뒤로 하고 물감을 바른 몸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바디 스케이프’ 등으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작가다. 두 작가의 새로운 캔버스가 된 ‘디올 레이디 아트(DIOR LADY ART)’ 프로젝트는 하우스 오브 디올 청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 세계로 확산 중인 K컬처의 여러 장르 중 K푸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 또한 크다. 루이 비통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동시에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우리 루이 비통’을 준비했다.
지난해 11월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루이 비통 메종 4층에 문을 연 ‘우리 루이 비통’은 공간 인테리어부터 소품 하나까지 우리 문화 요소를 담아낸 팝업 레스토랑이다. 2022년부터 미쉐린 3스타 셰프 알랭 파사르 등 세계 정상급 세프들과 꾸몄던 것을 이번에는 ‘한식의 대모’라 불리는 조희숙 셰프를 비롯해 ‘온지음’의 박성배·조은희, ‘밍글스’의 강민구, ‘리제’ 이은지 등 한식 전문가들과 함께한 것이다.
특히 루이 비통은 통산 네 번째 팝업인 ‘우리 루이 비통’의 운영 기간을 새해 2월 8일까지 최장 기간으로 늘리고, 새해를 맞아 메뉴도 바꾸는 등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후배 셰프들과 함께 ‘우리 루이 비통’의 협업을 이끌어 온 조희숙 셰프는 “셰프들 각각의 색채를 드러내기보다 서로의 결을 맞추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우리 루이 비통’만의 메뉴를 탄생시켰다”며 “새해를 맞아 더욱 발전된 메뉴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두 번째 포문을 열게 됐다”고 했다.
‘우리 루이 비통’의 모든 메뉴에는 함께하는 셰프들의 개성과 열정이 골고루 묻어 있다. ‘우리 한 입 거리’ 메뉴인 ‘두부선’ ‘육포 다식’ ‘사워도우 족편’ ‘대추 인삼말이’ ‘전복포’는 조희숙·조은희·박성배·강민구 셰프가 함께 준비했다. 메인 요리인 ‘갈치 탕수’는 조희숙 셰프가 준비한 것으로 갈치 튀김에 돼지감자 부각을 올려 완성했다. 살만 떠낸 제주 은갈치에 쌀가루를 입혀 튀긴 후 명인의 식초로 만든 고추탕수소스를 곁들여 내 가시가 많은 갈치에 흔치 않은 조리 방법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보테가 베네타, 글로벌 앰버서더로 RM 선정
구운 한우에 채소 산적을 곁들인 ‘한우 구이’는 조희숙·강민구 셰프가 함께 개발한 것으로 ‘우리 루이 비통’만의 특별 한정 메뉴로 선보인다. 이외에도 조희숙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인 ‘대게 유정란 찜밥’과 새해맞이 의미를 담아 석류 모양으로 빚은 만두가 들어간 온지음의 ‘석류 떡국’도 만날 수 있다.
디저트 또한 ‘우리 다과’라는 이름으로 셰프들이 함께 준비했다. 고소하게 구워낸 ‘잣 머랭’, 고추장 크럼블이 덮인 슈에 고추장 캐러멜과 바닐라 크림 그리고 간장 피칸을 채운 ‘장 바닐라 슈’ 등이다. 이은지 셰프는 감귤·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 4종의 우리나라 제철 만감류로 만든 바슈랭 디저트에 연꽃 모양 머랭을 더한 ‘연꽃 바슈랭’을 선보인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는 지난 12월 ‘보테가 포 보테가스(BOTTEGA FOR BOTTEGAS)’ 4곳을 발표했는데 그 중 한 곳으로 한국 전통 연을 만드는 리기태 장인의 공방이 선정됐다.
‘보테가(Bottega)’는 이탈리아어로 우수한 장인정신과 창의성으로 수공예품을 만드는 소규모 공방을 의미한다. 2021년 처음 시작한 이 캠페인은 브랜드의 출발점이 된(브랜드 이름 보테가 베네타는 ‘베네토 지방의 공방’이라는 뜻) 장인과 그들 공방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에서도 그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해인 2021년에는 이탈리아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12개 공방들이 선정됐고, 2022년에는 그 대상을 전 세계 곳곳의 공방들로 확대해 중국 상하이의 파스타 공방부터 미국 버몬트주에 위치한 목공예 공방까지, 이탈리아 문화에서 영감 받은 14개 공방을 선정했다. ‘2023 보테가 포 보테가스’는 개성 있는 공예품 전문가로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4곳의 공방을 선정했는데, 그 중 한 곳이 리기태 명장의 방패연 공방이다.
할아버지 이천석, 아버지 이용안에 이어 3대째 연을 만들고 있는 리기태 명장은 현재 유일한 조선시대 전통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이다. 2011년에는 영국 왕립식물원에 소장된 조선시대 연이 훼손된 것을 원형으로 복원하는 데 큰 도움을 줬고, 2014~2015년에는 한국·카타르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현지에서 한국 전통 연날리기 행사를 2년 연속 진행하면서 도하 이슬람박물관에 직접 만든 방패연을 기증했다.
보테가 베네타 코리아 측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올해의 캠페인에 맞는 리스트를 보내는데 리기태 명장의 그림과 작업방식이 특별해서 이탈리아 본사의 공감을 산 것 같다”며 “한국은 트렌디한 나라인 동시에 전통문화도 훌륭한 나라라는 것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돼서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보테가 포 보테가스’로 선정된 공방들의 작품을 이탈리아 본사 플래그십 스토어 윈도와 실내에 장식하는 한편 광고 채널, 공식 웹사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며 전격 지원한다.
로고 없이 가죽을 엮어서 만든 ‘인트레치아토’ 짜임은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으로 장인 정신을 대표한다. 지난해 프리즈 기간 동안 강서경 작가의 리움 미술관 전시를 후원한 것도 강 작가가 손으로 직접 짜내는 텍스타일 작업이 자사의 장인 정신과 잘 맞아서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국가의 작가를 후원한 것은 강서경 작가가 유일하다고 한다. 보테가 베네타는 지난해 BTS의 리더 RM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했는데, 이 또한 브랜드 역사상 처음 시도한 일이라고 한다.
명품 브랜드들의 역사와 자부심은 ‘장인정신’에서 출발한다. 트렌드에 앞선 동시에 유구한 전통문화를 가진 K컬처에 명품 브랜드가 애정을 갖는 이유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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