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와 최대 5년 1052억 계약'…이마나가 "완벽에 가까워지고 싶다"

유준상 기자 2024. 1. 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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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계약 및 신체검사 과정을 통과한 일본인 좌완투수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가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컵스 구단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이마나가의 입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컵스 유니폼을 입은 이마나가는 영어로 "Hey Chicago, what do you say?"라고 말하며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컵스의 응원가인 'Go Cubs Go!'를 활용한 것이었다.

이어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이마나가 쇼타입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8년간 활약했고, 이곳에 오게 돼 매우 기쁩니다. 저를 초대해 주신 컵스 구단 전체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리글리 필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고, 팬들과 팀 동료들을 만나는 것이 기대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마나가는 데뷔 첫해였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165경기 1002⅔이닝 64승 50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데뷔 시즌부터 135⅓이닝을 소화해 8승 9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활약한 이마나가는 2017시즌 24경기 148이닝 11승 7패 평균자책점 2.98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2018시즌에는 주춤했으나 2019시즌 25경기 170이닝 13승 7패 평균자책점 2.91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그리고 생애 첫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2022시즌 22경기 143⅔이닝을 소화하며 11승 4패 평균자책점 2.26을 올렸고, 2023시즌 21경기 148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2.80의 성적을 남겼다.

국제대회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한국과의 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당시 이마나가는 3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는가 하면, 150km/h대 중반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에 이어 4회초 마운드에 등판했던 이마나가는 박건우(NC 다이노스)-강백호(KT 위즈)-양의지(두산 베어스)로 이어지는 타선을 삼자범퇴 처리했고, 5회초에는 최정과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박병호(KT)의 우익수 뜬공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이마나가의 실점은 6회초 박건우에게 맞은 솔로포 한 방이 전부였다. 결국 경기 중반 이마나가의 호투에 힘입어 분위기를 빼앗기지 않은 일본이 13-4로 한국을 완파했다. 한국은 일본전 패배로 사실상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선발 중책을 맡게 된 이마나가는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이마나가의 호투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일본은 3-2로 승리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렇게 자국리그, 국제대회로 검증을 끝낸 이마나가는 원소속구단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면담을 통해 빅리그 도전 의사를 전했다. 이후 요코하마는 이마나가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는 걸 최종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하기하라 류다이 요코하마 총괄본부장은 "우리 팀에서 빅리그에 도전하는 선수가 나온 게 기쁘면서도 이마나가가 떠나게 된 건 슬픈 일이기도 하다. (빅리그에서) 성공한 뒤 언젠가 돌아와 팀을 위해 활약한다면 기쁠 것"이라며 이마나가의 도전을 지지했다.

하지만 해를 넘긴 뒤에도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고, 협상 마감 시한(미국 동부시간 기준 11일 오후 5시, 한국시간 기준 12일 오전 7시)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이 마운드 보강이 필요했던 팀들이 이마나가 영입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 여러 팀이 경쟁을 벌인 끝에 컵스가 영입전의 승자가 됐다.

미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마나가의 계약 조건은 4년 총액 5300만 달러(약 697억원)다. 만약 2025시즌 또는 2026시즌 이후 컵스가 옵션을 행사한다면 계약 규모는 5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52억원)로 늘어난다.

이마나가는 "컵스행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제드 호이어 사장, 카터 호킨스와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호이어 사장이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온 힘을 다해 던졌으면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이 움직였다"며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팀을 찾고 있던 상황에서 컵스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컵스에 입단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는 완성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투수코치들의 말을 듣고 또 팀 동료들의 투구를 보면서 팀과 함께 성장하고 완벽에 가까워지길 기대한다"며 팀과 본인 모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길 희망했다.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와 한솥밥을 먹게 된 것도 이마나가로선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마나가는 "일본에 있을 때도 스즈키와 많이 교류했다. 협상 전에는 연락하지 못했으나 컵스행이 결정된 이후 스즈키도 자신의 일처럼 매우 기뻐했다. 그와 함께 뛸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라고 미소 지었다.

줄곧 등번호 21번을 사용했던 이마나가가 컵스 입단과 함께 선택한 등번호는 18번이다. 이유가 있을까. 그는 "컵스의 역사에 대해 나름대로 조사했고, 2016년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할 당시 벤 조브리스트가 그 번호를 달았더라. 나도 똑같은 번호를 달고 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마나가가 언급한 조브리스트는 2004년 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184번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았으며, 탬파베이 레이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캔자스시티 로열스를 거쳐 시카고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특히 조브리스트는 2016년 내셔널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고, 7차전 연장 10회초에 결승타를 터트리면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 덕에 구단 역사상 최초의 월드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이마나가는 팬들과 함께 성장하고, 또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의미있는 등번호를 택하며 조브리스트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컵스는 선발진에 무게감을 더했다. 지난해 컵스의 선발 이닝과 평균자책점은 각각 851⅓이닝(ML 전체 13위), 4.26(14위)로 리그 평균 수준이었다. 저스틴 스틸(173⅓이닝)이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제임슨 타이욘(154이닝), 드류 스마일리(142⅓이닝), 카일 헨드릭스(137이닝)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여기에 이마나가도 힘을 보태려고 한다.

'4일 휴식 로테이션'과 '피치클락'에 적응해야 하는 이마나가는 "새로운 도전이지만, 마운드에서 너무 생각이 많다 보니까 (오히려) 시간에 쫓길 때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히 걱정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투구를 하지 않더라도 그 경기에서 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시즌을 보내고 싶다. 스프링 트레이닝을 통해 많은 의견을 듣고, 내게 맞을 것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시카고 컵스 및 메이저리그 공식 SNS,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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