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걸스' PD "롤모델 제시, '해보자'는 메시지 통하지 않았나" [엑's 인터뷰①]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골든걸스'가 전 세대에 통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KBS 2TV 예능 '골든걸스'는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로 구성된 '신(神)인 디바' 골든걸스의 데뷔 프로젝트를 그리고 있다. '걸그룹 명가' JYP 박진영이 프로듀서로 나선 데다, 신뢰를 주는 이름의 디바들이 뭉쳐 그룹을 이루고 춤을 추고, 걸그룹이 돼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은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과 용기를 주고 있다. 이에 같은 5060세대는 물론, 젊은 MZ세대에게까지 지지를 얻으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 중이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박진영이 프로듀싱해서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네 분 데리고 걸그룹을 한다'라는 프로듀서 박진영의 아이디어 한 줄이었다. 박진영은 JYP 내부 임원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KBS와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 빛나는 한 줄의 기획안이 성사됐고, 진행하면서도 박진영은 프로그램에서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양혁 PD는 "방향성은 저와 메인작가, 박진영 프로듀서 셋이서 잡는다. 음악적인 건 박진영 프로듀서, 프로그램 전체적인 건 작가와 저 둘이 하는 편"이라며 "(박진영이) 진행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제작진에게 맡긴다. 음악적인 거 다 상의해 가면서 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박진영의 아이디어는 섭외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만큼, 내부 반대도 있었다고. 양 PD는 "아이템이 나쁘다기보다는 제가 14년 차 정도 되는데 (이번이) 네 번째 연출작이다. 적은 건 아니지만 선생님들 커리어에 비할 게 아니니. (주위에서 멤버들이) 저랑 접점도 없고 조화롭게 할 수 있겠니 했다. 워낙 센 이미지라 우려도 있었다"며 "그런데 제가 만나 뵌 선생님들은 겉으로 보이는 게 세지, 음악적이나 예능 촬영에 납득이 가면 누구보다 쿨하게 적극적으로 임하신다. 저도 처음엔 굉장히 어려웠다. (선생님들이) 어렵게 대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아우라 때문에 굉장히 어려웠다. 지금은 저도 누나라 부르고, 저를 막냇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밝혔다.
'골든걸스'는 총 12부작으로, 지난 12일 10회가 방송되며 어느덧 끝을 바라보고 있다. 이에 멤버들 역시 "마무리 단계라 아쉬워한다"고. 양 PD는 "저희가 주에 3일, 많게는 5일을 찍는다. 연습과정은 방송에 안 나와도 제작진 가서 앉아있고 그런다.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을 해보니까 '나중에 혼자 무대 서면 헛헛해서 어떡하지' 벌써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전해 끈끈한 팀워크를 엿보게 했다.
또 양 PD는 "(서로) 얽혀있던 시간들이 많으니까 '2023년은 인생에서 손꼽을 정도로 기억에서 남을 것 같다'고 하더라. 요새는 촬영 때마다 누가 간식 사 올 거냐 경쟁에 붙기도 했다. 촬영장에 빵, 간식 서로 사 오신다. 제작진에게도 많이 잘해주신다"며 '골든걸스' 팀이 남다른 애정으로 똘똘 뭉쳐있음을 밝혔다.
디바들의 '보컬 차력쇼'를 볼 수 있는 데다, 대중이 몰랐던 친근한 모습은 덤이다. 향수를 느끼는 이들과 신선함을 느끼는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으며 KBS 연말 시상식을 모두 휩쓸기도. 이토록 엄청난 파급력을 예상했는지 묻자 양 PD는 "('골든걸스'가 방송되는 금요일 밤은) 시청률 진짜 힘든 시간대다. 경쟁률 치열한 시간대라서 시청률은 모르겠고, 잘 나왔으면 좋겠다였다. '화제성 하나만 잡고 가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률 여부를 떠나 저 스스로는 성공했다 평가했다고 하기 위해 전부 화제성에 집중시켰다. 연출 방향부터, 유튜브 운영, (다양한) 콘텐츠까지. 화제성을 올리기 위해서 모든 콘텐츠를 다 집중시켰다"고 했다. 또한 당초엔 섭외 과정만으로 1회를 채우는 거였으나, 이슈를 더 키우기 위해 개인 미션까지 끌어왔다. 그는 "절반 노래, 절반 섭외기로 가자 했다. 처음 개인곡 두 개 하신 게 '인급동'에 올라가면서 잘 됐다"며 예상이 적중한 것에 흡족해했다.
특히 '골든걸스'의 화제성은 자극적인 이슈에 기대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양 PD는 "사생활, 신변잡기 지양하고 음악이야기 채우되,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살리려 했다. 디바나 가수로서 그리고 싶었다. 그게 연출 목표였다. 그런 게 찍혀도 배제했다"며 "그런 얘긴 선생님들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풀어낼 수 있지 않나. 디바로서의 모습 최대한 살리고 네 분이 새 도전하는 과정 위주로 그렸다. (시청자들이) '깔끔하다' 평가해주시는 게 그런 부분이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골든걸스'의 인기는 각박한 현시대, 전성기가 짧아지며 빠르게 보여줘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사회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점도 한몫했다. 양 PD는 "당연히 5, 60대에서는 반응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임원이 되지 않는 이상 이미 주요직에서는 많이 물러나셨지 않나. 이제 환갑이라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렇게 나이 든 느낌이 아니다. 그런데 사회에선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좌절감, 무력감에 다시 용기 주고 싶다는 메시지는 당연히 들어가 있었다. 같은 세대에서 공감하며 울었다는 분들이 정말 많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댓글을 보면 그 메시지 전달이 잘 된 것 같다"고 만족했다.
또 직접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 중인 양 PD는 채널의 상세 정보를 보면 '30대 여성'의 댓글과 조회수 비율이 높다고도 했다. 그는 "'저 선생님들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내가 뭐라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댓글 많다. 지금 같은 시기는 세대 불문하고 힘들지 않나. 공통적으로 던져주는 메시지로 잘 먹힌 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선생님들도 안 하셨어도 되는 프로그램인데, 안 하셨으면 이 팀도 없는 거다. (멤버들이) '지금보다 더 늦으면 더 못해', '시간이 가면 할 수 있는 게 줄어든다'는 걸 아시기 때문에 '해보자' 했던 그런 메시지가 화면 뚫고 잘 전달이 된 게 아닌가 싶다"며 "요즘 어른다운 어른, 롤모델 떠올리면 딱히 대중적으로 떠오르는 분이 없다. 누군가에겐 그런 메시지를 던져주는, 롤모델을 제시해 준 게 골든걸스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KBS, 엑스포츠뉴스DB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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