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자식담보대출⑫]
-본인 재정 상황 파악이 먼저…채무조정제도 꺼리지 말아야
-“거절한다고 부모 사랑 않는 건 아냐”
공양미 300석. 심 봉사가 덜컥 시주를 약속했을 때, 딸 심청의 마음은 어땠을까. 인당수에 뛰어들기 위해 뱃머리에 선 심청. 몸을 던지는 순간까지도 어쩌면 아버지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을까.
부모의 빚을 대신 갚는 청년은 2024년에도 존재한다. 적금을 깨 생활비를 보태고, 대출을 받아 부모 빚을 메운다. 부모 자녀 간 모든 금전 거래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탁은 자녀의 경제 기반을 부수고 회복 불가능하게 만든다. 쿠키뉴스는 지난해 하반기 부모의 금전 요구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취재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협박을 듣거나 폭력에 시달린다. 신용불량에 빠져 빚에 허덕이고, 때로는 죽음까지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가정사로 축소돼 드러나지 못했던 이야기다. [편집자주]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큰돈을 부모님이 대출 받아 오래요. 어떻게 하죠.”
“돈 빌려주기 싫은 제가 나쁜 딸 인가요?”
집안 사정이라서, 부모님을 욕하는 것 같아 청년은 입을 닫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 깊을 청년에게 도움 될 대응법을 정리했다.
돈을 빌려주기 전이라면
본인 재정 상황 파악하기
먼저 본인의 재정 상황을 알아야 한다. 자산(자본과 부채)을 정확히 아는 것은 문제 예방·해결에 도움을 준다. 본인 명의로 된 부동산, 자동차, 예금 등 자산이나 부채(카드값, 담보대출)를 파악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재정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혼자 하기 막막하다면,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금융자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을 갖춘 금융전문가가 무료로 1대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득대비 지출관리, 부채관리(부채상환 계획, 대출 전 유의사항 및 검토사항, 대출상환방식 및 순서, 개인신용등급 관리 및 신용회복지원 제도 안내) 등 재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대면, 전화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탈출기금 만들기
이른바 ‘탈출기금’을 만드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다. 소액이라도 조금씩 자신의 돈을 저축해 두는 것이다. 영국 비영리단체 ‘경제적 학대에서 살아남기’(Surviving Economic Abuse)는 피해자에게 가해자(부모) 몰래 새로운 계좌를 여는 것을 추천한다. 가능하면 부모가 거래를 하지 않는 은행에서 만드는 것이 좋다. 본인 명의이지만 부모가 접근 가능한 계좌가 있다면,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것도 방법이다.
혼자 끙끙 앓지 말자. 주변에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자. 경제적 학대 피해자 지원이 주 업무는 아니지만, 청년이 손을 내밀면 기꺼이 잡아줄 전문가들이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청년에 특화된 금융, 복지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청년동행센터를 비롯해 12개 센터에서 재무·채무 상담을 제공한다.
다양한 비영리단체도 있다. 사단법인 청년의뜰은 긴급자금이 필요한 청년에 돈을 빌려주는 대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회연대은행에서는 저신용, 담보부족 등 이유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저금리 자금 대출을 해준다. 롤링주빌리에서는 채무자에게 추심에 대한 법률적 도움을 주고 관련 상담을 무료로 진행한다.
돈을 빌려준 후 라면
공적 채무조정제도 적극 활용
과도한 빚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개인채무조정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개인채무조정제도는 빚을 정상 상환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상환유예, 채무감면 등 상환조건을 변경해 경제적 재기를 돕는 제도다.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제도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조정(신속채무조정,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이 있다. 개인에 대한 채무조정은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를 줄이고, 국가 경제가 지속가능하게 한다. 나윤주 개인회생법원 회생 위원은 “일단 신청하는 게 중요하다”며 “채무조정 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고 강조했다.
용기 내 “No”라고 말하자
부모의 금전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부모가 원망하고 비난하더라도 본인의 결정이 옳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자식된 도리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부모에서 끝이 아니라, 자칫 자녀까지 한 가족 모두 연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기억하자.
신혜영 사회연대은행 팀장은 “부모는 ‘키워줬으니 당연히 날 도와야지’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자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쿠키뉴스 20주년 특별기획 [자식담보대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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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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