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분노, 규제당국은 칼…슈링크플레이션이 뭐길래

세종=조유진 2024. 1.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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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납할 수 없는 가격 인상이다." 프랑스 유통공룡 까르푸가 최근 미국 펩시코 제품을 자사 매장 판매대에서 퇴출했다.

까르푸는 퇴출 사유로 '거듭된 꼼수 (가격) 인상'을 들었다.

소비자 모르게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눈속임에 매대에서 퇴출하는 철퇴를 내린 것이다.

길어지는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자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크기나 수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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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인플레이션 합성어
가격 올리는 대신 양 줄여
꼼수냐 묘수냐 논란
정부, 제재 대책 마련

"용납할 수 없는 가격 인상이다." 프랑스 유통공룡 까르푸가 최근 미국 펩시코 제품을 자사 매장 판매대에서 퇴출했다. 이번 조치는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동시에 시행됐다. 까르푸는 퇴출 사유로 '거듭된 꼼수 (가격) 인상'을 들었다. 까르푸는 "펩시코가 생산하는 음료 립톤은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1.5ℓ에서 1.25ℓ로 줄여 실질적으로 가격 인상의 효과를 봤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모르게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눈속임에 매대에서 퇴출하는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이 결정은 전 세계 식품업계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내려졌다. 이번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꼼수 가격 인상을 이어가는 식품업체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언급된 상품에 대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실제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13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진열된 백설 그릴 비엔나 2개 묶음.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가격 올리는 대신 양 줄였다'… 꼼수일까 묘수일까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슈링크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승이다. 한국소비자원이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서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1월까지 최근 1년 새 19개 상품이 용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등에서 용량이 최대 20% 줄었다.

풀무원의 핫도그 4종은 한 봉지에 5개에서 4개로 개수가 줄었고,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는 280g에서 230g으로 중량을 줄였다. 기업들은 이 같은 중량(수량) 변동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일부 제조사는 이와 관련, 용량 변경을 인정하면서도 포장재, 레시피 등이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길어지는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자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크기나 수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제조사들이 몰래 용량을 줄일 수 있는 건 이들이 소비자들에게 용량 변경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혼동 줄이자"… 정부, 법적 제재 마련 중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자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막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원은 제조사와 유통사로부터 용량 정보를 받아 용량 변경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제재도 마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 등 상품의 중요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를 사업자의 부당행위로 지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용량 등 중요사항을 변경할 경우 그 내용을 포장지나 제조사 홈페이지 공지 또는 판매장소에 게시하고, 한국소비자원에 통지해야 한다. 위반하면 500만원, 두 번 위반하면 1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오는 16일까지 행정예고를 통해 각 분야의 의견을 모으고, 규제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달 발령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대한 유예기간을 따로 두지 않을 경우 내달 시행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책이 나오고 있다. 헝가리 경제부는 오는 3월부터 기업들에 제품 용량에 변화를 주는 경우 이 같은 사실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독일 정부도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용량만 몰래 줄이는 행위에 대해 "기만적인 관행"이라면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정부와 프랑스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을 막는 행정적, 법적 제재안을 마련 중이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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