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병' 버리지 마세요, 집 앞에 두면…" 아모레의 큰 그림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가볍게 살기’라는 새해 목표에 맞춰 옷장 정리도 하고, 어수선한 화장대 정리도 하면서 설 연휴를 보냈는데요. 청소하다 보니 새삼 나온 쓰레기의 양에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이요. 투명한 생수병 같은 신원이 확실한 플라스틱은 그나마 괜찮지만, 각종 화장품 병과 플라스틱 생활용품들이 문제더라고요. 철제와 유리, 플라스틱이 뒤섞인 재질들은 분리 배출을 해도 재활용이 될까 싶은 의심부터 들죠.
이런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아서일까요. 우리나라 대표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이 용기 수거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바로 지난 2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아모레리사이클(AMORE:CYCLE)’ 캠페인 얘기예요.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공병을 모아 박스에 포장해 집 앞에 두면 무료로 수거해가는 서비스죠. 어떻게 버릴지 고민할 필요 없이 모아 두기만 하면 되는 데다, 온라인 몰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도 준다고 하니 꼭 한번 이용해볼 만하죠.
오늘 비크닉은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플라스틱 절감 캠페인, 아모레리사이클의 이야기를 가져왔어요. 이렇게 수거된 공병은 어디로 어떻게 가 무엇이 되는지. 아모레퍼시픽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무엇보다 아모레퍼시픽이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인지를요.
조금 더 쉽게 공병을 버릴 수 있도록
아모레퍼시픽의 공병 수거 활동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어요. 1990년대부터 ‘태평양 그린 운동’이라는 환경 운동 아래 ‘빈 용기 회수 캠페인’이란 이름으로 국내 최초의 용기 회수 서비스를 시작했죠. 이런 활동의 근간에는 1993년 아모레퍼시픽이 발표한 ‘환경 무한책임주의’가 있어요. 환경에 대해 지속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겠다는 선언이죠.
보다 본격적인 용기 수거 활동은 2009년부터 ‘그린 사이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돼요. 이니스프리의 일부 매장에서 시작돼, 지금은 아모레퍼시픽 산하 브랜드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대됐죠. 2022년 기준 한 해 동안 이렇게 수거된 공병만 약 120t. 2009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누적된 공병의 양은 무려 2473t에 이르죠.
이 정도도 훌륭한데, 아모레퍼시픽은 조금 더 욕심을 냅니다. 아니, 용기라고 할까요. 보다 효율적인 공병 수거를 위해 온라인까지 확대한 거죠. 아무래도 고객 입장에서는 매장에 직접 가는 것보다, 온라인 신청이 편리하니까요.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지난 2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아모레리사이클’입니다. 국내 화장품 기업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전사적으로, 광범위한 브랜드의 용기를,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회수하는 시도는요.
이제 아모레퍼시픽 제품이라면, 내용물을 다 쓰고 난 후에는 어떻게 버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모레퍼시픽 앱에 접속해 용기 수거 신청하기를 누르고, 박스에 10개 이상의 공병을 담아 집 앞에 두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전보다 수거 품목도 확대됐습니다. 헤어·바디·핸드 케어 제품뿐 아니라 쿠션 팩트 등 메이크업 일부 제품, 향수 일부 품목까지 반납이 가능하죠.
공병은 어디서 무엇이 되나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공병들을 모아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우선 공병은 훌륭한 건설 자재가 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을 활용한 테라조 자재를 만들었어요. 테라조는 대리석 조각을 시멘트에 섞은 건설 자재인데요.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에 대리석 조각 대신 공병 분쇄물을 넣어 보기에도 아름답고 튼튼한 자재를 만드는 거예요. 플라스틱 공병 테라조 자재는 예쁜 벤치로, 매장 바닥재로, 공동주택의 시설물로 변신했어요.
공병은 예술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달 15일에는 화장품 공병 1332개를 활용한 크리스마스트리 작품이 공개됐어요. 아모레퍼시픽 재단이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진행한 ‘희망의 빛 1332’ 전시예요. 수거된 화장품 공병 1332개에 발광다이오드(LED)로 불을 밝혀 높이 8.3m의 대형 트리로 만들었죠.
진짜 ‘순환’을 말하다
수거된 공병은 다시 화장품 병으로 태어나기도 해요. 업사이클링을 통해 아름다운 무엇이 되어도 좋지만, 수거된 공병이 다시 새로운 화장품 용기로 태어나는 것만큼 지구에 좋은 일은 없잖아요. 이를 통해 새로운 석유계 플라스틱 생산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지구에 남는 플라스틱의 양을 줄이는 것. 바로 이게 용기 수거 캠페인의 궁극적 목적이자, 진짜 ‘순환’ 아닐까요.
그래서 지난달 21일 동장군의 기세가 무서웠던 겨울의 한가운데, 비크닉 팀이 이 순환의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열심히 수거한 공병들은 경기도 오산의 아모레퍼시픽 뷰티파크에 한 데 모입니다. 여기에 모인 공병들은 다시 평택과 진천의 재활용 업체를 거쳐 새로운 자원으로 탄생하죠.
평택 공장의 한쪽, 두 팔로 안아도 다 잡히지 않을 것 같은 포대에는 공병만 50~100kg이 쌓여있었습니다. 우선은 사람 손으로 이 공병들을 두 그룹으로 분류해요. 하나는 물질 재활용이 어려운 펌프 같은 부속품, 복합 재질이고요. 다른 하나는 물질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ABS 플라스틱 재질이죠.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우선 물질 재활용(material recycling)은 플라스틱의 물성을 변화시키지 않고 재사용하거나 가공해 이용하는 것을 말해요.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e)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순수 원료 상태로 되돌린 후 재활용하는 방식이죠. 그 외 물리적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들은 열에너지 회수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수거된 공병 중 PP와 PET, ABS가 물질 재활용 대상이죠. 이 소재들은 한 데 뒤섞여 우선 분쇄기로 들어가고요, 손톱만 한 조각으로 잘게 분쇄가 돼요. 이렇게 분쇄된 후에는 세척 및 분류 과정을 거칩니다. 각기 비중이 달라 세척하면서 물에 뜨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PP·PET·ABS 세 그룹으로 나눈 뒤 건조에 들어갑니다.
헌 용기, 새 용기가 되다
PP·PE·ABS로 나뉘어 건조된 분쇄물은 충북 진천의 재활용 공장으로 옮겨져 제각기 전체적으로 고른 색이 나올 때까지 우선 잘 섞는 과정을 거치고요, 이 부분에서 원하는 색 조합을 위해 색소를 넣기도 해요. 그다음으로 고온을 가해 분쇄물을 녹이고, 가래떡처럼 가늘게 뽑아냅니다. 이렇게 뽑힌 플라스틱은 곧바로 차가운 물에 입수, 굳어진 채 다시 잘게 쪼개져 마치 쌀알처럼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가 되죠. 바로 이 플라스틱 펠릿이 새로운 용기의 재료고요.
재활용 펠릿을 100% 함유한 새로운 용기를 만들기도 하고, 50%, 30% 함유해 만들기도 해요. 이른바 PCR(Post Consumer Recycles) 용기죠. 아모레퍼시픽 제품에도 이런 PCR 플라스틱이 적용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일리윤 프레시 모이스처 바디워시는 PCR 100%로, 이런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만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예요. 이니스프리의 수퍼화산송이 모공 마스크 용기는 PCR 50%로 절반이 재활용 플라스틱이죠.
플라스틱 사용 최소화, 꿈이 아니다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 아모레퍼시픽이 뷰티 기업으로서 간직한 원대한 목표이자 소명입니다. 단기적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편으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논하기보다, 기업의 존재 목적에 그 가치를 두고 있어요.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아모레퍼시픽은 포장재에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바이오 플라스틱을 30% 이상 적용하며,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할 경우 100% 재활용·재사용·퇴비화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플라스틱 포장재의 100% 재활용·재사용·퇴비화라니, 절대 쉽지 않은 목표죠.
실제로 제품을 포장할 때 쓰는 비닐 대신 친환경 지류 포장재를 사용하고, 재사용이 쉽도록 화장품 용기를 설계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물에도 분리되는 라벨을 붙이는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요. 이번에 시작하는 ‘아모레리사이클’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광범위하게 공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캠페인이 그 정점에 있고요.
‘LESS PLASTIC. WE ARE FANTASTIC!’
‘레스 플라스틱. 위아 판타스틱!’ 이번 캠페인의 슬로건 입니다.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고, 줄이며, 오래 사용해 지구에 무의미하게 남겨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거죠. 그래서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고요.
이런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집 앞으로 찾아오는 서비스라니, 이보다 더 편하게 환경을 위하는 일이 또 있을까요. 이번 주말에는 집에 있는 화장품 공병을 모아보세요. 그리고 꼭 한 번 신청해보세요. 이왕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수명을 늘리는 일에 모두 동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매매’에 망한 강남 그 건물…‘텅빈 방’이 1000억 올려줬다 | 중앙일보
- 3차례 쫓겨나더니…AV배우 '19금 페스티벌' 이번엔 압구정 발칵 | 중앙일보
- 대치동 황소학원 대표 "답지 버려라"…아이 명문대 보내는 비결 | 중앙일보
- 여배우 샤워도 하는 공간인데…현직 아이돌 매니저의 몰카 '충격' | 중앙일보
- "내 빚, 네가 갚은 것으로 해줘"…오타니 통역사의 뻔뻔한 부탁 | 중앙일보
- 550만 유튜버 "인천에 이슬람 사원 짓겠다"…주민 반발 예상 | 중앙일보
- 야구 경기 보던 걸그룹 멤버, 파울볼에 '퍽' 혼절…"정밀 검진 중" | 중앙일보
- 이효리·이상순 제주 카페 2년 만에 문 닫는다…"5월 영업 종료" | 중앙일보
- "현주엽, 방송 하느라 업무 소홀"…교육청, 휘문고 고강도 감사 | 중앙일보
- 상장도 안했는데 몸값 9조…등판 앞둔 ‘IPO 최강자' 누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