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10만전자의 꿈…한종희 부회장 또 고개 숙일 위기[기업&이슈]

박선미 2024. 1. 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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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삼성전자 주가와 실적,
그리고 경질 논란 경영진 이야기

삼성전자 주가가 '8만전자'로 가는 길목에서 또다시 미끄러지며 지금은 '7만전자' 마저 지키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삼성전자가 잠정 발표를 통해 공개한 지난해 실적이 영업이익 6조5400억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악인데다 반도체 업황 회복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던 지난해 4분기 실적 역시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현재 기댈 수 있는 것은 "올해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되겠지" 하는 회복 희망뿐이다.

실적과 주가, 모두 경영진 관리 실패의 영역

삼성전자가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기 전까지 증권가에서는 '10만전자'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를 3조7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했고, 4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은 거뜬하다고 기대하는 곳도 많았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9만5000원 전후. 일부 증권사들은 4분기 실적이 잘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목표주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발표된 4분기 잠정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나 감소했다. 매출이 5% 빠진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과 시장의 기대치 평균 사이에도 25% 정도의 괴리가 존재한다. 주가는 8만원 문턱에서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반영해 다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는 이달 2일 7만9600원 기록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7만3100원에 마감했다. 8거래일 연속 주가가 올라가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큰 기대가 어렵다.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가 반영되는 3분기와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여는 4분기와 달리 1분기는 전통적인 가전업계 비수기다. 현재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현재진행형'인 반도체 업황회복이다. 1분기 메모리반도체 흑자전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성이 어려워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돌파구를 고부가가치의 HBM3에서 찾고 있지만 실적반영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서버용 HBM3를 본격적으로 판매할 것이라는 소식이 지난해 4분기 초부터 많았지만 실적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생산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HBM3 보다 신제품인 HBM3e에 대한 업계의 생산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E 샘플 제품을 '큰 손' 고객인 엔비디아 등에 보내는 테스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다시 나빠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하반기 D램 업황 개선 지속의 관건은 하반기 수요 증가율이 전년 동기대비 20%를 상회할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 감산 원복 효과를 감안할때 하반기 20% 이상의 생산 증가율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 "이라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 업·다운 주기가 짧은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에 또 한 번 호되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을 키우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지만 업계 1위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사그라지지 않는 경영진 경질설

삼성전자는 안정 도모를 위해 지난해 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이 이끄는 '투톱' 체제 유지를 결정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라는 어쩔 수 없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 따른 결과이기는 하지만 경영진이 실적 악화 책임을 지고 경질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나온 경영안정에 방점이 찍힌 결정이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장단 인사가 이미 끝났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종희 부회장이 겸직하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직을 내려놨더라도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 생활가전사업부장 역할을 모두 하고 있고, 경계현 사장 역시 반도체부문인 DS부문장과 함께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원장도 겸직 중이다.

어깨에 짊어진 짐은 여전히 무거운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고 박스권에 갇힌 주가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한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97.54%의 찬성률로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한 터라 주주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맞바꾼 지난해 실적에 관해 설명하는 게 더욱 곤란해졌다.

삼성 주총은 경영진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연례행사다. 2018년 50:1 액면분할로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변신해 지금은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에 희비가 갈리는 '개미 군단'만 500만명이 넘는다. 이로 인해 지난해 주총장에서도 한 부회장은 압도적인 찬성률로 재선임에 성공했지만 "주주들을 호구로 보지 말라"는 주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아내야 했다. 한 부회장은 2022년 3월 주총에서 스마트폰 성능저하 논란을 일으킨 갤럭시S22 게임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사태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자 주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주가가 지금의 하락 흐름을 계속할 경우 자칫하면 한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실적 악화에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블록딜 소식까지 겹쳐 연초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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