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게임위표’ 기준 논란… 애꿎은 게이머만 피해

김지윤 2024. 1. 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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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게임은 차단, ‘마약 재배’ 게임은 방치… 등급 분류 기준 도마 위
대마 판매 및 유통을 콘텐츠로 다루는 모 게임 플레이 장면. 플레이 중 캡처

오락가락 행정으로 몰매를 맞아온 게임물관리위원회가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 올라온 성인 게임 2종을 차단하는 조치를 최근 단행하며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행법상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이 있지만 게임위는 이 게임의 등급 분류를 거부하고 국내 유통 자체를 금지시킨 것이다.

게이머들은 “기준이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마, 케타민 등과 같은 마약 재배·유통 게임이 현재 버젓이 인기 앱 마켓에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게임은 청소년도 제약 없이 내려받을 수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위가 최근 성인용 게임 2종 ‘닌자 타락시키기(Fallen Shinobi)’ ‘관리인의 엿보기(Peeping Dorm Manager)’의 국내 서비스를 금지하면서 국내에선 이들 게임을 검색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두 게임 개발사는 “한국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출시할 게임도 최대한 한국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게임위는 해외 플랫폼에서 제공하지만 국내에선 심의받지 않은 게임이 ‘한국어 지원’과 ‘내용상 국내 심의 통과 불가능’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플랫폼에 서비스 차단을 요청해 왔다.

문제는 서비스를 차단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게임이라도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으면 차단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어 지원 여부로 범죄, 폭력, 음란 등의 문제가 담긴 게임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게임위 관계자는 “한국어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32조 2항 3호에 어긋나는 게임물은 차단 조처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게이머들은 지금까지의 사례를 봤을 때 게임위가 한국어 지원이 되는 게임만 모니터링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대마 판매 및 유통하는 B 인 게임 대표 이미지.

또한 현행법상 금지된 마약류 재배·가공 및 판매, 유통을 다루는 게임이 버젓이 앱 마켓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밝혀져 게임위의 ‘이중 잣대’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높다. 해당 게임은 각종 약물의 종류나 생김새, 재배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실제 게임위가 제공하는 등급 분류 기준집에 따르면 범죄 및 약물을 구체적, 직접적으로 묘사한 경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는다.

게임위 관계자는 “마약과 관련해서 약물·범죄류에 대한 게임 4건은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밖의 게임은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해당 나이에 맞게 유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사는 자율심의 사업자 자격을 획득한 경우 자체 심의를 진행해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 외의 대부분 게임을 유통할 수 있다. 아울러 스팀과 같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은 특정 국가의 기준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국내법으로는 통제의 한계가 있다.

이같이 사전 검열보다 사후 관리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추세지만 게임위는 미숙한 행정으로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건물 외경. 게임위 제공

게이머들은 지난 몇 년간 게임위의 모호한 판단 기준과 턱없이 부족한 모니터링단, 안일한 사후 처리 등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일례로 ‘블루아카이브’ ‘소녀전선’ 등 서브컬처 게임이 청소년 이용 불가로 분류됐는데 직접 슬롯을 돌리는 행위가 들어간 ‘바다신2’은 전체 이용가 등급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오락가락 기준으로 게임에 빨간 딱지가 붙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게이머에게 돌아간다. 평소에 하던 게임이 갑자기 서비스 중지되고, 기대했던 게임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국내에서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불만이 극에 달한 게이머들은 국가기관 심의를 받아야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사전심의 의무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건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지적 받는 등급 분류 기준과 관련해서는 이의 신청 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건의를 주시면 추후 해당 부분을 검토 및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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