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아시안컵 우승해서는 안 된다? [기자수첩-스포츠]

김윤일 2024. 1.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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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번에 우승하면 안 된다."

최근 손흥민 부친 손웅정 감독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축구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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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해서는 안 된다" 손흥민 부친의 발언 논란
우승 적기, 목표 의식 등 당연히 승리 염원해야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번에 우승하면 안 된다.”

최근 손흥민 부친 손웅정 감독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축구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물론 손 감독은 “당연히 한국의 우승을 바란다”라고 전제조건을 걸었다. 손 감독이 대표팀의 우승을 경계하는 이유는 인프라 등 여전히 부족한 한국 축구의 저변을 꼬집은 것이었다.

손 감독은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과의 비교에 대해 “축구 실력, 축구계의 투자 등 모든 면에서 뒤진다. 우승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해버리면 그 결과만 갖고 얼마나 또 우려먹겠는가. 그러다가 한국 축구가 병 들까 봐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옳은 말이고, 누구보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손 감독의 애정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승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만큼은 손 감독이 틀렸다.

먼저 모든 프로 선수들은 승리를 염원해야 한다. 강팀을 만나든 몇 수 아래 상대와 경기를 하든 최선을 다해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말로 프로의 자세다. 그렇게 승리를 쌓다 보면 우승에 도달하고, 우승에 도전하지 않는 프로는 존재가 무의미하다.

더군다나 이번 대회 참가하는 선수들은 미래가 아닌 현재가 더 중요하며 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우승하지 말아라’라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다.

둘째, 한국 축구는 그 누구보다 아시안컵 우승이 간절한 팀이다. 한국은 일본, 이란, 호주와 함께 아시아 빅4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나 가장 오랜 기간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고 있다.

최다 우승 일본(4회)은 1992년을 시작으로 2000년, 2004년, 2011년 각각 우승에 도달하며 아시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3회 우승의 이란 역시 1968년부터 1972년, 1976년 대회 3연패를 이뤄냈고, 뒤늦게 AFC에 가입한 호주는 가장 최근인 2015년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1~2회 대회 우승 후 64년째 무관이라 명성에 걸맞지 않은 행보다.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셋째, 지금의 대표팀 전력은 역대 한국 대표팀 역사상 최강이다. 손 감독이 낳은 손흥민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라있다. 무엇보다 어느덧 31세가 된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컵이 자신의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고 참가하는 사실상 마지막 대회다. 지금까지 수많은 업적을 쌓은 손흥민은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자격이 있다.

손흥민과 호흡을 맞출 동료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수비수로 자리 잡은 김민재, 빅클럽인 PSG에 몸담고 있는 이강인, 최근 재계약을 따내며 EPL서 주목받는 공격수로 떠오른 황희찬 등이 손흥민의 든든한 아군이다. 선발 라인업만 놓고 보면 일본보다 우세한다는 평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넷째, 아시안컵 우승은 한국 축구 발전에 순풍 기능이 될 수 있다. 자국 리그인 K리그는 지난해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하며 풀뿌리부터 저변 확대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아시안컵 우승이 거들어 준다면 이른 바 축구 붐이 일게 되고 지자체 및 각 기업들의 대대적인 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 십 수 년 뒤에는 손흥민 키즈, 이강인 키즈의 등장도 이뤄질 수 있다.

축구 선진국들에 비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한국 축구다. 그럼에도 선수와 팬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아시안컵 우승을 바라고 있다. 한국 축구는 우승도 하고, 발전도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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