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서울을 따라하지 않는다

2024. 1. 1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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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꽤 많은 책과 출간물들을 받는다.

책 만드는 걸 업으로 삼다 보니 그런가 보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책 제목을 '로컬의 신(神)'이라고 쓰겠다고 우겨 대략 난감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도시) 콤플렉스 따위에서 벗어나 각자의 로컬에서 로컬다운 이야기로 승부하자, 담대하게! 그의 목소리가 책장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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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


매주 꽤 많은 책과 출간물들을 받는다. 책 만드는 걸 업으로 삼다 보니 그런가 보다. 연말께 친구인 개항로프로젝트 이창길 대장의 전화를 받았다. 개항로프로젝트는 인천 구도심 개항로를 중심으로 한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 프로젝트다. 브라운핸즈, 인천맥주, 일광전구, 메콩사롱 등 이창길 대장을 중심으로 한 10여팀이 모여 ‘개항로본부’를 만들고, 낡고 방치된 건물들을 카페와 펍, 상점, 양조장 등 20여개 공간으로 속도감 있게 재생했다. 이후 개항로프로젝트는 성공한 도시재생 현장으로 평가받으며 로컬 비즈니스 계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개항로는 쉬지 않고 진화한다. 그들은 트렌드를 좇는 SNS용 공간을 만들지 않는다. 공간에는 동네의 서사가 넘실거린다. 동네의 시간과 세대를 유연히 넘나들며 공감대를 만들고(개항로 통닭), 오래된 영화 간판장이 어르신을 스타로 만들어내는가 하면(개항로맥주와 모델) 50년 넘게 목간판을 제작한 동네 어르신의 글씨로 개항로 서체를 개발한다. 개항로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청년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였다. 전직 지상파 예능 PD였던 청년은 개항로에 스며들어 로컬 편집숍인 개항백화를 운영 중이다. 최근엔 ‘마계대학’도 열었다. (마계는 인천 을 비하하던 말이다.) 마계대학은 지역의 현장 전문가들이 창업가들에게 기술과 지식을 가르치는 실전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창길 대표는 이러한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만들던 중이었다.

세밑에 걸려온 그의 전화 내용은 대략 이랬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책 제목을 ‘로컬의 신(神)’이라고 쓰겠다고 우겨 대략 난감하다는 것이다. 슬며시 웃음이 났다. 사실 나는 그와 십여년 전 제주에서 만났다. 고향 인천으로 돌아가기 전 그는 한동안 제주에 머물렀다. 그때 반듯한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건축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사진가 등 흥미로운 협업을 통해 100년도 더 된 옛 돌집을 되살려 숙소로 만드는 사업을 벌였다. 소위 ‘독채 펜션’이다.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본인의 관심과 건물의 서사를 열렬히 설명하던 그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그에게 말해주었다. 책이란 게 말이야, 평생 박제되어 남는 거라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단 말이지. 근데 대표님은 로컬의 신이라 불릴 만해! 그리고 엊그제 ‘로컬의 신’이 집에 도착했다. 딱 그의 말투와 언어로 쓰인 솔직하고 직설적인 글을 읽으며 속으로 신이 났다. 서울(대도시) 콤플렉스 따위에서 벗어나 각자의 로컬에서 로컬다운 이야기로 승부하자, 담대하게! 그의 목소리가 책장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일이 되고 그 일이 상품, 서비스, 공간이 되어 브랜드를 이루고, 브랜드의 매력이 지역을 만들어가는 시대다. 사람이 빛나면 지역도 빛난다. 지역에서 성공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각자의 지역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주길. 그 빛을 따라 또 다른 빛이 모일 수 있게 말이다. 그래야 지역이 산다. 복제할 수 없는 지역다움을 무기로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길이 모여 우리는 지금 로컬 전성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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