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번 낸 반성문 통했나…'배달원 사망' 음주뺑소니 의사 석방
음주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40대 의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인천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김석범)는 12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42)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사회봉사 240시간과 준법운전 강의 40시간을 수강하라고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안이 중대해 엄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피해자 유족도 선처해 달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범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아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장은 선고 후 A씨를 향해 "(1심보다) 형량을 낮추는 과정에서 굉장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더불어 높은 수준의 사회봉사와 준법운전 강의까지 부과한 이유는 그 명령을 이행하면서 다시 한번 반성하라는 뜻"이라고 당부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을 받는 6개월 동안 반성문을 90차례 넘게 써서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1심 법원은 지난해 7월 "사안이 무겁다"며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었다.
A씨는 지난해 1월 20일 오전 0시 20분쯤 인천시 서구 원당동 교차로에서 술을 마신 채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다가 오토바이 배달원 B씨(36)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인천 한 의원에서 일하는 현직 의사로 병원 직원들과 회식한 뒤 귀가하는 길에 사고를 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69%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경찰 조사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물체 같은 것을 친 줄 알았다"며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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