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드 52점 맹활약… 대한항공, 최장시간 171분 혈투 끝 현대 누르고 2위 도약
남자배구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전 전승을 이어가며 2위로 뛰어올랐다. 대한항공 아포짓 스파이커 무라드 칸(파키스탄)이 코트를 지배했다.
대한항공은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19-25, 25-22, 25-21, 40-42, 15-11)로 이겼다. 무라드가 양팀 통틀어 최다인 52점(블로킹 2개, 서브득점 2개 포함)을 올렸다. 올 시즌 V리그 최고이자, 데뷔 후 개인 최고 득점 기록(종전 27점)도 세웠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72.23%였다. 역대 최고 득점은 삼성화재 가빈 슈미트가 2012년 2월 2일 LIG손해보험전에서 기록한 58점이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 상대로 4전 전승을 기록한 대한항공(13승 10패·승점 40)은 삼성화재(14승 8패·승점 38)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1위 우리카드(15승 7패·승점 42)를 2점 차로 추격했다. 현대캐피탈(9승 14패·승점 32)은 아흐메드 이크바이리와 허수봉이 공격을 이끌었지만 5연승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대한항공전 8연패(챔프전 포함)도 끊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정규리그 최장시간 신기록(171분)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165분·우리카드 3-2 승리)를 넘어섰다. 포스트시즌 포함 기록은 2022~23시즌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의 챔피언결정 3차전(177분)이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상승세를 경기 초반부터 이어갔다. 아흐메드의 공격과 허수봉의 블로킹이 터지며 연속 득점으로 시작했다. 최근 강력해진 현대캐피탈의 블로킹 벽은 무서웠다. 유효블로킹을 연달아 만들었고, 차영석과 김명관의 블로킹 득점을 올려 8-4로 앞섰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4-9로 뒤지자 임동혁 대신 무라드 칸을 투입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의 집요한 짧은 서브 공략이 통하면서 13-6으로 달아났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초반에 작전시간을 두 번 다 써야 했다. 그러나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1세트를 내줬다.
무라드가 그대로 2세트에도 투입된 대한항공은 반전에 성공했다. 무라드의 공격, 상대 범실, 조재영의 블로킹이 이어지며 4-0을 만들었다. 현대캐피탈은 차근차근 따라붙었으나 고비 때마다 무라드가 오픈 공격을 터트려 대한항공이 리드를 유지했다.
무라드는 시즌 첫 서브 에이스까지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대한항공은 유효블로킹과 좋은 리시브를 통해 얻은 반격 기회를 착실하게 살리며 19-14로 달아났다.
현대캐피탈은 원포인트서버로 들어간 문성민의 대포알 서브로 분위기를 바꿨다. 에이스는 되지 않았지만 3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타임아웃 2개를 모두 쓰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라드가 오픈 공격을 터트려 흐름을 끊었다. 한선수는 막판 현대캐피탈이 쫓아오자 노련하게 두 번의 속공을 써 마무리지었다.
3세트에서도 항공은 높게 날아올랐다. 무라드의 강타가 연이어 터졌고, 정지석의 연속 서브득점이 나오며 10-4로 앞섰다. 수비 집중력까지 올라간 대한항공은 점수 차를 더 크게 벌렸다. 2세트까지 범실이 적었던 현대캐피탈은 범실까지 무더기로 나오면서 그대로 패배했다.
4세트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의 공격력이 살아나고 아흐메드의 서브까지 터지면서 무라드와 정한용을 앞세운 대한항공에 맞섰다. 위기에 몰렸던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이 무라드의 공격을 1인 블로킹으로 막아 20-19로 앞섰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또 한 번 서브 에이스를 터트려 22-21 리드를 가져왔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의 블로킹이 또다시 터졌다. 허수봉이 무라드의 공격을 가로막아 대한항공의 매치포인트를 저지하고 24-23을 만들었다. 이후 무라드의 공격으로 24-24 듀스. 두 팀은 계속해서 한 점씩을 주고받았다.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일촉즉발의 승부가 이어졌다.
최민호의 블로킹으로 38-37 역전에 성공한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의 오픈공격과 정지석의 공격 범실로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82점이 나온 4세트는 역대 최다득점 세트 2위 기록이 됐다. 1위 기록은 2013~14시즌 대한항공-러시앤캐시(현 OK금융그룹)전에서 나온 56-54(110점·대한항공 승리)였다. 3위는 2018~19시즌 삼성화재-우리카드전 4세트 80점(41-39)이다.
대한항공은 좋은 수비와 무라드의 해결 능력을 앞세워 5세트 6-3으로 앞서갔다. 10-8에선 정지석이 아흐메드의 공격을 가로막으면서 리드를 유지했다. 무라드가 계속해서 맹폭을 가한 반면, 아흐메드는 막판 힘이 떨어지면서 승패가 갈라졌다.
한선수는 이날 77세트로 1경기 최다 성공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75개(한선수·황동일·권영민)이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한선수는 준비가 되어있는 선수기 때문에 교체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천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선 흥국생명이 세트 스코어 3-1(25-27, 25-23, 25-13, 25-21) 역전승을 거두고 3연승을 이어갔다. 김연경은 백어택 5개 포함 56.25%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28점을 올렸다. 도코쿠 레이나도 20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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