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育’… 미래식량 ‘배양육’ 국내 도입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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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전체 시장 35% 차지 전망
축산업 반대 크고 안전성 우려도
가격 정상화·인식 개선 최대 관건
동물을 도축하는 대신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이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에서 배양육을 치킨 너깃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배양육 판매승인을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배양육은 살아 있는 동물의 세포를 배양시설에서 키워 만들어내는 고기로 ‘인공고기’로도 불린다. 전통적 방식으로 도축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복지를 실현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가축 사육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어 환경친화적인 육류로 평가받는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배양육 판매를 허용한 국가는 싱가포르와 미국 2곳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0년 전 세계 최초로 미국 스타트업 ‘잇저스트(Eat Just)’의 배양육 판매를 허가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해 6월 식품기업 업사이드푸드와 굿미트가 생산한 배양육 판매를 최종 승인했다. 두 나라가 배양육 시장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세계 여러 기업도 배양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12일 굿푸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156개사에 이른다. 이들이 받은 총투자액은 26억 달러(약 3조4000억원)다.
배양육이 실제로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는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특히 소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축산업 온실가스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배양육이 전통육류를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동물복지를 위한 대안으로 배양육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동물복지를 위해 채식을 선택하던 사람들도 육류를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양육은 매력적 대안이 되는 셈이다. 1년째 채식을 하고 있는 김연진(26)씨는 “채식 중이지만 배양육이 국내에서 판매된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며 “주변에 동물복지에 관심 있는 친구들도 배양육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양육 시장 규모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30년 배양육 시장이 250억 달러(약 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AT커니는 2040년 배양육 시장이 전체 육류 시장의 35%나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도 배양육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배양육 개발 전문기업인 스페이스에프는 2022년 배양육으로 만든 소시지와 햄버거 패티, 치킨 너깃 시제품을 발표했다. 바이오 푸드테크 스타트업 티센바이오팜은 지난해 세계 세포 기반 혁신상에서 배양육 부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배양육을 활성화하려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세포배양 식품을 인정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의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배양육의 기준과 규격을 정하는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 일부개정고시를 행정 예고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세포배양식품원료 안전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행정예고 이후 가이드라인과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며 “현재 배양육 배지(세포 수를 늘리기 위해 사용되는 배양액)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양육 시장 앞에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높은 장벽은 비싼 가격이다. 배양육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과 대규모 설비가 갖춰져야 하지만 현재는 배양육 초기 시장이어서 단가를 낮추기 어렵다.
전국한우협회 등 축산업계의 반대도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배양육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협회가 많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협회는 배양육 생산과정에서 성장촉진제, 항생제 등이 투입돼 소비자들에게 결코 안전한 식품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라는 인식도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준다. UCLA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채식주의자의 55%와 비채식주의자의 35%가 배양육 시식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진 한국세포배양식품협회 회장은 “배양육이 인체에 안전하지 않다는 등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협회는 배양육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려 한다”며 “식약처 승인이 이뤄지면 소비자들은 게맛살, 소시지 등 배양육을 다양한 가공식품 형태로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식약처도 배양육을 둘러싼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배양육에 대해 축산업계의 반대가 거세고, 소비자들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는 상황이기에 다양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배양육 기술은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 육성의 측면도 있지만, 안전성 또한 규제해야 하기에 꼼꼼히 따져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정숙 백석문화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환경오염과 동물복지 측면에서 배양육의 상용화엔 긍정적이지만 항생제 등의 문제도 있기에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또 현재 배양육 가격이 높아 소비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배양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격 정상화, 그리고 소비자 인식 개선 등이 필수”라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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