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는 '박지수 천하', 고민해야 할 두 가지
[이준목 기자]
2024년 현재 여자프로농구(WKBL)는 '박지수 천하'다. 청주 KB스타즈 센터 박지수가 부상을 털고 화려하게 귀환하며 독보적인 활약으로 리그를 장악했다.
박지수는 전반기 17경기에서 평균 29분 52초를 뛰며 20.53점·16.6리바운드·5.1어시스트·0.6스틸·1.7블록슛, 2점슛 성공률 60.1% 등 다방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득점과 리바운드, 블록슛 등에서 모두 1위이며 어시스트도 리그 3위다. 득점 2위 김소니아(신한은행, 18.2점), 리바운드 2위 진안(BNK, 10.8개)등은 경쟁자들은 모두 박지수와의 격차가 크다. 2021~22시즌 개인타이틀 7관왕을 휩쓸었던 기세 못지않다.
지난해 박지수의 부상 공백으로 5위라는 충격적인 추락을 경험했던 소속팀 KB는, 올시즌 박지수가 건강하게 돌아오자마자 15승 2패(승률 .882)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라이벌 우리은행(14승 2패)을 제치고 전반기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박지수는 올시즌 3라운드까지 3회 연속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다. 최근 열린 올스타전에서도 출중한 기량과 화려한 팬 서비스를 선보이며 2019-2020시즌에 이어 두번째로 MVP에 선정됐다. 후반기에 큰 부상 등의 변수가 없는 박지수가 2년만에 정규리그 MVP를 탈환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매우 유력하다.
만일 박지수가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한다면 2018-19, 2020-21. 2021-22시즌에 이어 통산 4회 수상으로 변연하-정은순(은퇴)을 제치고 단독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역대 MVP 최다 수상 1위는 은퇴한 정선민 여자농구대표팀 감독의 7회이며, 박혜진(우리은행)이 5회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만 25세에 불과한 나이에 벌써 4회 수상이라는 압도적인 페이스는 전후후무하다.
또한 박지수는 사상 최초로 '단일시즌 MVP 3관왕' 등극도 노리고 있다. 2020~2021시즌에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쓴 적이 있지만, 올스타전 MVP는 차지하지 못했다. 2019~2020시즌에는 첫 올스타전 MVP에 올랐지만, 하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조기 종료되고 플레이오프가 무산되면서 기회를 놓쳤다.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은 박지수는 최근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이후 "실전에서 덩크슛을 한 번 시도해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여자프로농구에서도 덩크슛이 나온 것은 2006년 KB에서 외국인 센터 마리아 스테파노바(러시아)가 단 한 차례 성공시킨 것이 유일무이하다. 당시 스테파노바는 203cm의 엄청난 장신이었고 현재 WKBL 최장신인 박지수(196cm)보다도 컸다.
여자농구에서 덩크슛은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WNBA에서도 몇 년에 한번 볼까말까할 정도로 진귀한 기록이다. 물론 박지수라고 덩크슛을 못할 것은 없다. 오히려 환경만 놓고보면 스테파노바보다 더 유리하다고도 볼 수 있다.
당시는 각팀마다 장신의 외국인 선수들이 골밑에서 포진하고 반면, 지금의 WKBL에서는 국내 선수들만 뛰고 있으며 박지수와 엇비슷한 신체조건을 갖춘 선수조차 없다. 부상위험과 체력부담 때문에 굳이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았을뿐,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박지수를 상대할만한 선수가 아예 없는 여자농구의 현실이다. 부상을 극복하고 돌아온 박지수의 재기와 놀라운 활약은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선의의 경쟁자가 없는 무주공산 속의 독주라는 점은 그 가치를 다소 떨어뜨린다.
박지수의 이런 놀라운 활약이 가능했던 이면에는 바로 '외국인 선수의 부재'라는 결정적인 메리트를 무시할 수 없다. 2020년 WKBL은 국내 선수 보호와 코로나19 펜데믹 확산으로 인한 외국인 선수수급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여 2020-21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제도를 잠정중단했다. 팬데믹이 끝났지만 WKBL은 여전히 국내 선수들로만운영되고 있다.
박지수의 '기록 파괴자'로서의 독주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무렵부터였다. 박지수는 외국인 선수제가 존재했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9-20시즌 21경기에서 13.8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가 사라지자마자 2020-21시즌부터 22.3점, 15.1리바운드. 2021-22시즌 21.2점, 14.4리바운드로 2년연속 20-10을 달성하며 개인 기록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6관왕 이상을 달성하는 초특급 선수로 올라섰다. 물론 외국인 선수가 있을 때도 충분히 MVP급 선수였지만, 지금의 박지수는 '원 오브 뎀'에서 독보적인 '온니 원(Only one)'으로 위상이 바뀌었다.
국내 선수 인프라가 한정된 여자농구계에서 당분간 박지수의 아성을 위협할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박지수의 더 큰 성장이나 여자농구의 흥행을 위해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좀더 고민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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