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아시안컵, 참가국의 88%가 외국인 사령탑

이준목 2024. 1. 12. 16: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본선진출 24개국 중 21개국,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등 명장 다수 포진

[이준목 기자]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AFC 카타르 아시안컵이 1월 13일(한국시간) 드디어 막을 올린다. 피파랭킹 23위의 한국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는 총 24개국이 본선에 출전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전체 참가국의 무려 87.5%에 이르는 21개국이 자국이 아닌 외국인 사령탑에게 지휘봉을 맡겼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아프리카까지 국적과 대륙도 다양하다. 이중에는 이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장들도, 혹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감독들도 다수 존재한다.

가장 지명도가 높은 인물은 단연 사우디아라비아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탈리아)이다. 현역 시절 삼프도리아와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었고, 지도자로서도 인터밀란-맨체스터 시티등 여러 빅클럽을 이끌며 무수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2020년에는 모국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을 유로 2020 정상으로 이끄는 업적을 남겼다.

줄곧 유럽에서만 지도자 경력을 이어온 만치니 감독이 다른 대륙팀을 맡게 된 것은 사우디가 처음이다. 중동의 강호인 사우디는 아시안컵에서 총 3회 우승을 차지하며 일본(4회)에 이어 공동 2위(이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과는 지난해 9월 13일 영국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처음 만나 0-1로 패하며 클린스만호의 첫 승 제물이 된 바 있다.

커리어에서 만치니에 버금갈만한 인물은 바로 한국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다. 선수 시절에는 독일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우승을 모두 거머쥐었던 전설이었고, 지도자로서는 독일대표팀을 이끌고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는 업적을 남겼다.

또한 미국대표팀을 이끌던 2013년 대륙 국가대항전인 북중미 골드컵에서 정상에 올라본 경험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시안컵에 우승할 경우, 클린스만 감독은 두 대륙에 걸쳐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해 2월 선임된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A매치 6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축구는 2000년대 이후 허정무(2000년)-조광래(2011년) 감독을 제외하면 이번 대회까지 5명의 외국인 감독(조 본프레레, 고 핌 베어백, 울리 슈틸리케, 파울루 벤투, 클린스만)들에게 아시안컵 지휘봉을 맡겼다. 이중 최고의 성적을 올린 것은 2015년 준우승을 기록한 슈틸리케호였고, 본프레레호(2004년)와 벤투호(2019년)는 8강, 베어벡호는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과 사우디를 비롯하여 많은 아시아팀들이 유럽 감독들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개최국이자 지난 대회 디펜딩챔피언 카타르는 스페인 출신의 틴틴 마르케스 감독을 선임했다. 바레인의 후안 안토니오 피치 감독, 이라크의 헤수스 카사스 감독 역시 스페인 출신이다.

오만의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 타지키스탄의 페타르 세그르트 감독, 인도의 이고르 슈티마츠 감독은 모두 크로아티아 출신이다. 중국은 세르비아 출신의 알렉산드르 얀코비치, 레바논은 몬테네그로 출신 미오드라그 라둘로비치, 키르키스스탄은 슬로바키아 출신 슈테판 타르고비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인 바 있다.

2000년 일본을 이끌고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며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프랑스 출신 필립 트루시에 감독은, 이번엔 박항서 감독의 후임으로 베트남의 지휘봉을 잡아 아시안컵에 재도전하게 됐다. 또한 과거 북한 대표팀과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를 지도했던 노르웨이 출신 욘 안데르센 감독이 홍콩 대표팀을 맡은 것도 눈에 띈다.

이번 아시안컵에는 '전임 한국대표팀 감독'도 2명이나 출전한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번엔 UAE의 지휘봉을 잡고 아시안컵에서 두번째 도전에 나선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잡는 '카잔의 기적'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또한 한국인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대표팀은 하필 모국인 한국과 같은 E조에서 만나게 됐다. 김판곤 감독은 2018년 국가대표팀 선임위원장 시절 벤투 감독을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직접 영입했던 인연도 있다.

C조의 UAE, D조의 인도네시아는 조편성이 달라 토너먼트가 아니면 한국과 만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130위)나 인도네시아(146위)는 모두 피파랭킹 100위권 밖의 약체팀들이라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에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피파랭킹 64위의 UAE는 지난 두 번의 아시안컵에서 연속으로 4강에 오른 데다 현재 한국대표팀 주축 선수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벤투 감독의 존재가 있기에, 토너먼트에서 만날 경우 만만치 않은 복병이 될 수 있다.

한편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자국 감독이 맡은 팀은 호주(그레이엄 아놀드), 이란(아미르 갈레노이), 일본(모리야스 하지메) 등 단 세 팀뿐이다. 그런데 이 3팀 모두 아시아 전통의 강자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모두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2000년대 이후 아시안컵 역사에서 한국의 우승도전을 번번이 가로막아온 팀들이기도 하다. 특히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꼽히는 일본은 우승을 목표로 한 클린스만호에게 있어서 최대의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쟁쟁한 사령탑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한국축구의 '외국인 감독 역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영광스러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까.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