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위험한 등굣길'에 응답한 '소통' 관장의 요즘
[유창재 기자]
▲ 김영태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
ⓒ 코레일유통 제공 |
'청취(聽取)자, 리스너(Listener).'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액은 5992억 원(잠정)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전년 대비 철도여객수 증가율(8.6%)을 두 배 이상 넘어서는 매출 증가 수치(20.8%)다. 철도이용객 수는 아직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지 못했다.
코레일유통 성과의 중심에는 지난해 3월말 대표로 취임한 김영태 대표이사가 있다.
삼척 중학생 소망에 귀기울이다
김 대표는 초대 용산 대통령실 국민소통관장이자 마지막 국민소통관장이기도 하다. 윤 정부는 출범 몇 달 후 국민소통관장을 '대외협력비서관'으로 직함을 바꿨다.
용산 대통령실 출입기자로 근무하면서 김 관장과 하루에도 몇 번씩 조우했다.
어느날 오전, 김 관장에게 <오마이뉴스>에 실린 '삼척 중학생'이 쓴 <삼척 사는 중학생인데요, 등굣길이 이모양입니다https://omn.kr/218e0)란 기사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누군가와 연락하더니 "좀 기다려보자"고 했다. 이후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현 국토부 제2차관)이 움직였고, 조기착공 계획이 마련됐다. 지난해말 학생의 꿈은 현실이 됐다. (관련기사: 삼척 사는 중학생인데요, 등굣길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https://omn.kr/26t0t)
김 대표는 이 일에 대해 "공직자라면 국민의 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 김영태 대표이사가 코레일유통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의 재료가 되는 직업의식과 삶의 태도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
ⓒ 코레일유통 제공 |
전국의 철도역사 편의점과 전문점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코레일유통 대표를 맡은 그는 자신을 '최고청취책임자(CLO: Chief Listening Officer)'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자신이 온 이후 많이 변화한 코레일유통 유통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 업의 정의가 달라졌다. 철도역사에서 편의점과 전문점을 운영하는 공공유통 회사에서 철도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서비스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동과 관련한 국민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민간과 지자체, 공기업들과의 업무협력을 추진한다.
카셰어링 쏘카, 모바일금융 토스, 여행플랫폼 야놀자, 벨리곰캐릭터 롯데홈쇼핑 등과 협력했다. 부산시 무주군 강릉시 인제군 등 지자체는 물론 콘텐츠진흥원 식약처 등 공공기관과도 손을 잡았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전국 MaaS(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 분야로의 확장을 위해 모빌리티 혁신 벤처 슈퍼무브와도 제휴했다."
업의 정의가 바뀌니, 회사의 운영 방식도 크게 변했다. 공기업인데도 벤처 분위기가 나고 복장도 자유롭게 바꿨다. 보고 절차도 대폭 줄였다. 어지간한 일은 문자 혹은 SNS로 '통보'하면 된다. 현장 실무자들과 대표가 한자리에서 브라운백 미팅(점심 식사를 곁들이면서 편하고 부담 없이 하는 토론)을 하고, 반기별 경영현황을 유튜브로 중계하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한다.
다만 목표는 크게 높였다. "목표가 높아야 기존에 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실적 등을 인정 받아 김 대표는 지난해 말 '공공기관 혁신분야'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경영변화의 핵심동력은 무엇일까?
"'청취'다. 시장과 고객의 소리, 임직원의 소리를 크게 듣는 게 혁신의 시작이라 믿는다. 여기에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유연조직(Agile Organization)을 입혔다. 디지털전환은 고객창출과 기업변신의 원료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와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성과 운영 방식이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특히 미래세대가 철도를 '모빌리티'의 중심축으로 계속 이용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접근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카카오페이, 애플페이, 페이코 등 핀테크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쏘카, 토스, 야놀자 등 유니콘기업과의 협업을 계속 시도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토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전국 단위 철도·버스·항공·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의 서비스를 통합하는 전국 MaaS(Mobility as a Service)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코레일유통도 국토부 MaaS 시범사업 협력사인 '슈퍼무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데이터연계 등을 협의했다.
"철도역에서 상업시설을 운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또 고객들의 이용 정보를 기반으로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철도역은 지역별로 각종 교통수단이 결집하는 거점으로, 교통수단 외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이 코레일유통의 미래사업 모델이다."
코레일유통은 국내 교통수단 통합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통협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올해 태국, 베트남 등 가까운 아시아부터 유럽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 철도기관과 협력할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협력국가와 철도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온라인과 IP(지식재산권) 콘텐츠를 연계해 새 사업영역을 개척해 갈 예정이다.
앞서 수차례 실패했던 '공공앱 서비스'도 재도입한다. 몇 년 전 코레일유통은 앱 기반 커머스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며 실패했었다. 이번 공공앱은 지역기반 소상공인과 청년창업을 이어주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 국토부 MaaS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슈퍼무브와 지난해 11월 15일 업무협약 체결. 전국 교통수단 통합 플랫폼을 통해 철도역 중심의 상업시설 정보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뒷줄 좌측 네 번째 김영태 대표이사). |
ⓒ 코레일유통 제공 |
'공공성'의 유지와 확대는 코레일유통의 또다른 사명이다.
"코레일유통이 철도역에서 운영하는 지역 특산품 매장이나 중소기업 명품마루, 청년창업 매장 등은 소위 말하는 매출 대박을 바라는 곳이 아니다. 지역 소상공인, 청년 창업자가 철도역사라는 공간에서 성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 중 하나이다. 광고사업을 하면서도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철도역 내 광고매체를 통해 국민안전과 관련한 공익영상을 정기적으로 표출하거나, 벤처기업을 소개하는 광고물을 무상으로 게재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으로 2023년 11월 동반성장 유공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김 대표는 지역사회와의 화합도 강조했다. 순천, 강릉, 원주 등 국내 기차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적극 발굴 중이다.
"지역 관광형태에 맞는 부가서비스나 공간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순천시 소재 순천역의 경우 철도역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자동차 서비스를 연결했다. 20~30대 기차여행객이 늘고 있는 강릉역에는 지역 청년창업가들의 물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판로를 지원하면서 청춘여행지 강릉의 특색을 살려 여행객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과 소상공인 화합은 코레일유통이 기차역을 새로운 경험을 공간으로 재창출하는 것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철도역에서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김 대표가 강조하는 공간 창출의 방향이다.
전국단위로 본부·지점이 있는 코레일유통은 지역사회 기여 활동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각 지역본부는 관할 지자체와 협력해 취약계층 지원 등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역사회 중요한 일원으로서 몫을 다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주관하는 '지역사회공헌 인정기관'으로 선정됐다.
'최고청취경영자' 김 대표는 최근 통상적인 신년사 대신 '새해 인사'란 제목으로 전직원에게 글을 올렸다.
"우리 서로를 좀 더 믿어봅시다. 서로의 수고를 감사하고, 서로의 노력을 격려합시다. 올해 주어진 새로운 목표, 그까짓거 한번 또 해봅시다. '준비된' 우리는 올해에도 또 해낼 겁니다."
덧붙이는 글 | 김영태 대표는 서울 출생. 영일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핀란드 알토대학 경영대학원, KAIST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배웠다. 건국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매일경제신문 기자 시절, 경제부 지식부 중기벤처부 등에서 일했다. 인터넷미디어 코리아인터넷닷컴과 지능형검색엔진 개발회사 케이랩의 설립자였다. 경인방송 방송기자로도 활동했다. 하이트진로 혁신 담당, 한샘 커뮤니케이션·위기관리 총괄, 쿠팡 커뮤니케이션·CSR 총괄부사장 등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초대 국민소통관장, 대외협력비서관을 역임했다. 소방관의 아들로 자랐다. 아내와 딸, 반려견 둘, 반려묘 둘과 함께 산다. 공군 중위로 전역(사후 86기)했다. 지은 책으로 <신지식업그레이드 51, 공저>, <소맥 황금비율을 찾다, 공저>, <취하는 책, 공저> 등과 번역한 책으로는 <벤처창사 AtoZ, 공역>, <토네이도마케팅, 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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