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ABCP가 뭐길래…태영건설 워크아웃 '잔불'
상환 못할 시 단기 시장 경색 위험도
정부 "정상 차환 중…비교적 안정적"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이 우여곡절 끝에 시작되지만 남아있는 과제가 산적하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안을 지키지 못하거나, 확인하지 못한 채무가 더 발견될 경우 즉시 워크아웃을 종료하겠다고 경고한 만큼 사업장 옥석가리기를 진행하는 3개월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 기간 대부분 태영건설이 진 빚은 갚을 의무가 미뤄지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이나 임금 등은 상환 의무가 있어 유동성 관리가 워크아웃 개시의 잔불로 꼽힌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채권단 96.1%의 동의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개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기간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실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4월 11일 또는 5월 11일까지 태영건설의 모든 금융채권에 대해 상환을 유예한다. 태영건설이 당장 자신에게 놓인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현재 태영건설의 보증채무 규모는 9조5044억원 규모다. 이 중 태영건설이 당장 갚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는 채무 규모는 2조5259억원 수준이다.
채권단이 심사를 통해 태영건설의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태영그룹이 자구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한다고 판단되면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게 된다.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 금융채권자의 채무조정 방안, 신규자금 조달 방안 등이 포함된다.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 당장은 금융채권이 아닌 일반 상거래 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갚아야한다는 점이다.
특히 불안 요소로 꼽히는 채권이 PF-ABCP다. 소송 채무나 창구에서 판매된 PF-ABCP는 상환이 유예되지 않는다.
PF-ABCP는 금융사가 부동산 개발에 빌려준 대출의 채권을 기반으로 특수목적회사가 기업어음(ABCP)를 찍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단기 채권이다. 만기가 대개 3개월로 짧은데, 이 짧은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갚고 다시 찍고를 반복하며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수익을 얻는다.
이 같은 상환 과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단기시장으로도 충격이 번질 수 있다. 태영건설 등 신용 보강에 나선 건설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금융사, 투자자들이 PF-ABCP에 보수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이 같은 갚고 찍는 과정도 중단된다. 이때 기존 투자자들은 원리금을 잃고 기업도 자금줄이 끊기게 된다. 불안이 전반적으로 확산되면 단기 시장이 경색되고 돈이 제때 돌지 못 하는 '돈맥경화'가 발생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문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PF-ABCP은 37조300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조원 상당이 증권사와 건설사 물량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창구에서 찍은 PF-ABCP는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당장 갚아야 하는 데다 인건비와 공사비 지급도 즉시 이행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협력업체 대금 지급과 일부 공사 현장에서의 임금 체불도 즉시 해결해야하는 것이다.
채권단은 실사 기간 상거래 채권 변제와 일부 금융채권 이자 등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이미 마련한 자구안으로 실사 기간 자금 수요에는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거칠게 봐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잔여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해 '실탄'이 장전됐으며 보유 골프장 유동화로 인한 1000억~2000억원 유입이 곧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태영건설이 은행권에서 받을 수 있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한도도 2500억원가량 된다.
만약 이 방법으로도 부족하면 태영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을 담보로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태영 사태로 인한 단기시장 불안도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부동산 PF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현재까지 국내 금융시장은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PF-ABCP도 대체로 정상적으로 차환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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