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까지 된 희대의 마약왕, 더 충격적인 건

김상화 2024. 1. 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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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과몰입 인생사> - 마약왕 에스코바르 편

[김상화 기자]

 
 SBS '과몰입 인생사'
ⓒ SBS
 
SBS는 잘 알려진 것처럼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처럼 대중들의 과몰입을 유도하는 대중적인 교양 프로그램을 가장 잘 만들어왔던 지상파 채널로 손꼽힌다. 사회적 반향을 크게 일으킨다든지 소개된 사건 혹은 인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유도하는 일이 종종 빚어질 만큼 현재 SBS가 방영중인 이들 프로그램은 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파일럿 방영을 거쳐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정규 편성된 <과몰입 인생사> 역시 이러한 SBS표 교양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신작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여기선 한 사람의 인생을 시청자들이 말 그대로 '과몰입'해서 접근해보는 방식으로 내용을 꾸미고 있다.  

오펜하이머, 이소룡, 월트 디즈니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초대손님(스토리텔러)와 함께 다루면서 그들의 삶 속 중요한 순간에 개입한다. 지난 11일 방영분에선 앞서 소개되었던 이들과는 다른 결을 지닌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역사상 최악의 마약왕으로 손꼽히는 파블로 에스코바르(1949~1993)가 그 주인공이다.

드라마-영화-다큐로 잘 알려진 최악의 마약왕
 
 SBS '과몰입 인생사'
ⓒ SBS
 
에스코바르는 비교적 근래의 인물이다. 하비에르 바르뎀, 베네치오 델 토로, 페드로 파스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역할을 담당했던 일련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1980년대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콜롬비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게 삶의 목적이었던 그는 가장 손쉽고 빠르게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마약 밀매를 선택하게 된다. 마약 밀매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경찰부터 관료, 판사까지 매수하는가 하면 이를 거부할 경우 살인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콜림비아의 비공식적인 수출품 1위가 '마약'이 될 정도로 에스코바르의 불법 사업은 막대한 규모로 확대된다. 반면 중남미에서 유입된 마약으로 인해 사회 체계가 흔들릴 만큼 위험에 노출된 미국 정부는 결국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직접 그의 실명을 거론하며 처단해야 할 적으로 거론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힘과 권력을 쥔 에코스코바르를 체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극악무도했던 에스코바르의 최후
 
 SBS '과몰입 인생사'
ⓒ SBS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피하고자 국회의원이 되는가 하면 자신을 잡겠다고 나선 장관부터 대통령 후보들을 암살한다. 당시 에스코바르 조직 때문에 무려 6천 여명의 콜롬비아 국민이 희생당하는 상상 초월의 일도 벌어졌다.   

결국 타협을 본 끝에 자수하긴 했지만 자신이 직접 만든 교도소에서 '호캉스' 수준의 생활을 영유하면서도 에스코바르는 여전히 마약 및 살인 등 각종 범죄 행각을 멈추지 않았다. 참다못한 콜롬비아 정부는 그를 군 교도소로 이감할 계획을 세우지만 이를 이미 눈치챈 에스코바르는 탈주에 성공, 도피 행각을 이어간다.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그의 마약 제국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족들과 잠깐 통화한 것으로 은신처가 발각되고 미국 마약단속국과 콜롬비아 특수부대의 기습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 에스코바르는 결국 1993년 12월 3일 교전 끝에 총탄을 맞고 사망하다. 그렇다면 그의 죽음으로 콜롬비아의 마약 사업은 막을 내렸을까. 

몰입감 키워주는 인물 이야기로 만나는 현대사

에스코바르 조직은 사라졌지만 그 빈자리는 또 다른 마약 조직이 잠식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마약은 단순히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존재다.

앞선 방영분에 비해 다소 무거운 소재였지만 <과몰입 인생사>는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의 족적을 해당 분야에 능통한 스토리텔러의 설명으로 흥미진진하게 들려줬다.   

리스너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찬원, 이용진, 해원(엔믹스) 등 고정 출연진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큰 편은 아니지만 대신 스토리텔러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연성화된 교양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전문성 측면에선 분명 약점이지만 SBS 특유의 색깔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과몰입 인생사>는 SBS의 새로운 히트 상품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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