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장 건강 살리는 '기특한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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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것도 정작 필요할 때는 없다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다.
똥을 약으로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기 때문에 힘을 갖는 말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 영조가 감기 치료를 위해 말똥으로 만든 '마분차'를 매일 마셨다는 기록이 있는 등 과거에는 똥을 약처럼 쓰기도 했다.
항생제 복용으로 장 속 미생물군에 불균형이 생겨난 만큼 건강한 사람의 똥을 주입하면 다시금 균형이 회복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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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복용으로 미생물 무너진 장
건강한 사람 똥 주입해 균형 회복
마이크로바이옴 CDI 치료제 등
이식 넘어 먹는 치료제까지 허가
본격적인 '똥약의 시대' 열려
하찮은 것도 정작 필요할 때는 없다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다. 똥을 약으로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기 때문에 힘을 갖는 말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 영조가 감기 치료를 위해 말똥으로 만든 ‘마분차’를 매일 마셨다는 기록이 있는 등 과거에는 똥을 약처럼 쓰기도 했다.
이제는 정말로 똥을 약으로 쓰는 시대가 열렸다. ‘똥이 약이다’의 주요 소재인 ‘대변 이식’ 치료가 약 10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로 인한 장염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감염증(CDI)’을 치료하기 위해 건강한 사람의 똥을 환자의 장 속에 집어넣는 치료법이다. 항생제 복용으로 장 속 미생물군에 불균형이 생겨난 만큼 건강한 사람의 똥을 주입하면 다시금 균형이 회복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국내에서도 2016년 대변 이식이 신의료기술로 채택된 이후 차츰 도입되고 있다.
이를 넘어 최근에는 저자인 사빈 하잔 교수가 "의학이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계) 사용법을 도입할 날이 머잖아 올 것"이라고 기대한 것처럼 2022년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대변 이식을 기초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CDI 치료제 ‘리바이오타’를 승인했고, 이듬해에는 먹는 치료제 ‘보우스트’까지 허가를 내면서 본격적인 ‘똥약’의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CDI를 치료하기 위해 똥을 이식하기 시작하면서 신기한 일이 빚어졌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에이즈) 환자의 피를 수혈받으면 에이즈에 걸리듯 비만인 사람의 똥을 이식받은 CDI 환자의 체중이 느는가 하면 없던 관절염이 생긴 환자도 나타났다. 저자들이 "대변 이식 수혜자는 질병을 치료받기보다는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전달받을 수도 있다"고 보는 이유다.
장 속 미생물이 38조개에 이르는 만큼 아직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하나의 우주에 가까운 장 속을 살펴보기 시작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장내 미생물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매 등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장-뇌 축’ 이론을 비롯해 비만, 당뇨, 심장질환, 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자폐의 경우 환자에게 유익균이 있는 대변을 이식한 결과 절반가량에서 자폐 행동 빈도가 줄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미생물들이 단순히 그들이 사는 터전인 우리의 장을 넘어 몸 곳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실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이는 책에서 단순히 대변 이식이라는 ‘치료법’ 외에도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무엇을 어떻게 먹었을 때 우리의 장 속이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을 하는 까닭이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계속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드는 적금’이라며 저자들이 추천하는 음식에는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도 포함됐다. 저자들은 "김치에는 유산균, 류코노스톡균, 바이셀라균이 많이 들어있다"며 고구마, 시금치, 당근, 양배추 등을 건강을 위한 음식으로 언급한다. 이들을 통해 장을 청소하고, 우리의 몸을 더욱 건강하게 해줄 수 있는 균을 만들어내 건강을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똥이 약이다|사빈 하잔, 셸리 엘즈워스, 토머스 브로디 지음|이성민 옮김|히포크라테스|1만7000원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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