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가상현실을 손끝으로 느낀다…'햅틱 기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4'에서 미국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업 어퍼런스(Afference)의 '팬텀(Phantom)'이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장갑처럼 손목에 착용하는 형태의 이 기기엔 '햅틱(haptics) 기술'이 적용됐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팬텀을 손에 끼우면 눈앞에 보이는 영상 속 디지털 물체의 느낌이 손과 팔로 전달된다. 피부를 통해 전달된 전기 신호가 우리 뇌의 촉각 신경을 직접 자극해 마치 실제 촉각을 느끼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확장현실(XR) 기기와 무선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 PC, 게임기 등 어떤 기기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ES의 개막 전 행사 'CES 언베일드'에선 국내 스타트업 비햅틱스가 게임 속에서 현실 같은 촉감이나 진동을 느끼도록 하는 수트와 장갑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미국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업 어퍼런스가 개발한 '팬텀(Phantom)'. [사진= Afference 홈페이지]

햅틱 기술은 각종 디지털 기기에서 사용자 입력장치인 키보드나 마우스, 조이스틱, 터치스크린 등을 통해 촉감이나 힘, 운동감 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그리스어로 '만지는'이라는 뜻의 형용사 'haptesthai'에서 온 말이다.

햅틱 장치란 일종의 로봇팔과 같은 기계적 장치로, 사용자와 가상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위해 고안됐다. 사용자는 햅틱 장치를 통해 가상환경에 명령을 내리고 가상환경에서 오는 충격이나 촉감을 느끼게 된다. VR 기기만 이용할 때보다 훨씬 몰입감을 줄 뿐 아니라 촉감 덕분에 VR이 더욱 현실성 있게 느껴진다.

일례로 3D, 4D 영화관에선 화면이 움직이는 대로 의자가 움직이며 속도감이나 충돌감을 전달해 관객 자신이 그 장면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게임기에서 총을 쏘면 실제로 조이스틱이 덜덜 떨리기도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시뮬레이터팀에서는 전투기 조종 연습을 위한 햅틱 장치를 개발했다.

원격작업 로봇으로 개발하면 사용자가 햅틱 장갑을 끼고서 멀리 떨어진 물체의 형상과 움직임, 무게, 굳기 등을 느끼면서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컴퓨터 3차원 영상과 수술 장비를 연결해 가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모의 수술을 할 수도 있다. 환부에 도구가 닿는 느낌, 환자의 피부 조직 등을 만지는 듯한 촉감이 전달돼 실제 수술 상황과 거의 비슷한 환경이 구현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