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의료비만 327조원…미국도 삼켜버린 플라스틱의 역습

"플라스틱 환경호르몬 얼마나 위협적인지 보여준다"

미국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플라스틱에 포함된 화학물질로 인해 2490억달러(약 327조원)의 의료비가 소요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호르몬 이상을 일으키는 플라스틱 화학물질로 인해 미국에서 건강관리 비용으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뉴욕대 랭고네 헬스 소속의 소아과 및 인구보건학 교수 레오나르도 트라산데 박사는 "이번 연구는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환경호르몬) 중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대중에게 이해시켜준다"고 했다.

트라산데 박사는 "우리는 암, 어린아이들의 뇌 손상, 비만과 당뇨, 심장 질환 및 성인의 조기 사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계속해서 플라스틱을 생산 및 소비하고 있으나, 자국 인구에 대한 관련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스웨덴에 있는 예테보리 대학의 환경 과학 및 생태독성학 교수인 베타니 카니 알모스는 이번 연구에 대해 "경제적 부담은 소비자부터 정책 결정자까지 환경호르몬 규제의 중요성을 이해하는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비영리 재단 푸드패키징포럼의 상무이사인 제인 먼케는 이번 연구로 인해 플라스틱의 사용과 건강 위험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먼케는 "플라스틱 화학물질은 발암성, 돌연변이 유발 등에 유해하다"며 "이번 연구가 암 발생 비용에 대한 추정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의 토대로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1ℓ 생수병서 '미세 플라스틱' 24만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도

한편 최근 페트병 생수에서 24만여 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미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지난 8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생수병 1ℓ에서 7종류의 플라스틱 입자 24만여 개가 나왔고, 이 중 나노 플라스틱이 90%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생수 속 나노 플라스틱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으나 추정치였을 뿐, 어떤 종류의 플라스틱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를 밝혀낸 건 이번이 첫 사례였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연구 참가자들은 페트병에 든 생수를 덜 마시게 됐다"면서 "플라스틱 입자가 세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얼마나 위험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