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도전정신이 빛나는 SF영화

영화 ‘외계+인 2부’

영화 ‘도둑들’과 ‘암살’ 등으로 쌍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 2부’로 돌아왔다. 지난 2022년 154만 관객동원이라는 1부 실패의 부진을 딛고 와신상담 끝에 2부를 공개했다. 300억원이 투입된 1부가 워낙 평단과 관객들의 혹평을 받았기에 2부의 기대감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2부는 1부와 전혀 다른 작품으로 충분한 재미를 제공한다.

ⓒ

인간 몸속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으려다 과거에 갇혀 버린 이안(김태리 분)은 우여곡절 끝에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신검을 되찾고 썬더(김우빈 분)를 찾아 자신이 떠나온 미래로 돌아가려 한다. 한편 이안을 위기의 순간마다 도와준 무륵(류준열 분)은 자신의 몸속에 느껴지는 이상한 존재에 혼란을 겪는다. 무륵 속에 요괴가 있다고 의심하는 흑설(염정아 분)과 청운(조우진 분), 신검을 빼앗아 눈을 뜨려는 맹인 검객(진선규 분)과 신검을 차지하려는 자장(김의성 분)까지 이안과 무륵을 쫓는다. 과거에서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현대에서는 탈옥한 외계인 죄수를 목격한 민개인(이하늬 분)이 사건을 파헤친다.

ⓒ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정신이 빛난다. 영화는 외계인과 도사가 시공을 넘나들며 미지의 신검을 찾아다니는 내용을 그린다. 1부와 2부로 나뉘는 이 작품은 연작영화라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내용과 형식은 물론 시간적 배경과 영화제작 방식까지 기존의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1부에서는 이야기의 발단과 전개를, 2부는 절정과 결말을 다루며 파격적인 이야기 구성을 완성시켜 보기 드문 SF영화를 만들어냈다. 많은 한국영화들이 역사적 배경을 소재로 과거에만 묻혀 있었던 것에 비해 영화 ‘외계+인 2부’는 현재와 미래의 2개의 연결된 시간여행을 하는 타임슬립 장르를 통해 새로운 SF영화를 만들며 영화의 다양성과 재미를 제공한다.

진보된 VFX(시각특수효과) 기술력을 자랑한다. 영화는 최동훈 감독의 모든 특기와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다. 재미와 액션 모두를 느낄 수 있도록 그의 장기가 다 실린 작품이다. 122분의 긴 러닝타임을 느끼지 못할 만큼 빠른 진행으로 전개되며, 매 장면마다 볼거리를 실감나게 구현해낸다. 전편보다 VFX의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나며 할리우드의 마블시리즈 등과 견줄 수 있고 한국의 VFX 기술적 성취도를 가늠케 하는 작품이다.

ⓒ

배우들의 멋진 명연기 또한 빛난다. 1부에 등장했던 김태리, 김우빈, 류준열, 염정아, 조우진 배우들은 물론 이하늬, 진선규의 활약도 눈에 띈다. 특히 무륵역을 맡은 류준열은 1부에서는 어설프게 남의 도술을 흉내 내며 웃음을 자아냈지만, 2부에서는 진짜로 도술을 터득해 성장한 인물의 역할을 잘 그려냈다. 여기에 염정아와 조우진 또한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코믹한 설정으로 캐릭터의 맛을 살려 두각을 드러내며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과거에 매몰되어 있다. 영화 또한 역사물이나 과거 사건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며 과거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를 조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거에만 집착하면 미래를 놓칠 수 있다. 과거의 영광, 과거의 회한만으로는 미래를 개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는 전기자동차,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로 전환기를 맞고 있고, 미·중간의 갈등으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큰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상상력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듯이 한국영화도 좀 더 미래지향적이 될 필요가 있다. 영화 ‘외계+인 2부’는 발달된 시각특수효과와 미래를 품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한국영화의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