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6조 팔린 美 비트코인 ETF…한국은 '금지령'에 서학개미 혼란

오효정 2024. 1. 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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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비트코인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뉴욕 증시에 입성한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상장된 11개 ETF의 하루 거래액은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에선 금융당국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투자자와 증권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는 그레이스케일 운용사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종목명 GBTC)’ 포함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약 46억 달러(6조원) 상당이 거래됐고, 그레이스케일을 비롯해 블랙록과 피델리티 운용사가 선보인 ETF의 거래량이 두드러졌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 거래액은 11일 종가 기준 약 23억 달러다. 전체 11개 ETF 거래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날 거래액 규모로는 세계 최대 금 현물 ETF인 SPDR 골드 셰어즈 거래액(12억3000만 달러)도 넘어섰다. 다만 그레이스케일의 ETF는 기존의 비트코인 신탁(트러스트) 상품을 ETF 전환에 따른 거래량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종목명 IBIT)의 거래 규모는 종가 기준 9억5000만 달러로 거래량 2위다. 앞서 암호화폐 운용사들은 앞다퉈 수수료 면제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고객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거래량이 많고 자산 규모가 큰 상품에 몰리는 만큼 초기에 형성된 시장점유율이 잘 바뀌지 않아서다.


한국선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금지령’…투자자ㆍ업계 혼란

그러나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소식 이후 한국에서 투자자와 증권업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본시장법상 “투자 중개 상품 라이선스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국내 증권사의 중개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법상 비트코인은 ETF의 기초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KB증권이 12일 고객들에게 '암호화폐 기초 선물 ETF' 거래를 제한한다는 공지..KB증권 홈페이지 캡쳐

비트코인 현물 ETF 매매를 준비했던 국내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거래 제한을 안내했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선 서학개미(미국 주식을 사는 국내 투자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 개인투자자는 “한국 금융당국의 조치는 수 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이대로라면 후진적인 시장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서학개미의 실망감은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승세를 타던 국내 암호화폐 관련주 주가도 급락했다. 12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을 가진 한화투자증권(14.89%)과 우리기술투자 주가(9.1%)는 급락했다.

증권업계도 혼선을 빚고 있다. 12일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기존엔 거래를 중개했던 캐나다ㆍ독일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거래를 중단했다.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2021년 2월 이후 캐나다와 독일, 호주 등 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는 20여개에 이른다. KB증권은 이날 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외 선물 ETF 신규 매수까지 제한했다. KB증권은 공지를 통해 “ETF에 대해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전까지 암호화폐 선물 ETF의 신규 매수를 제한하게 됐다”고 알렸다.

다만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선 국내 증권사의 거래 중개를 계속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선물 ETF의 경우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지수에 따라 거래되는 만큼 기초자산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 외 국가에서 상장된 비트코인 상품까지 중단한 것은 증권사가 자체 해석을 통해 내린 조치”라며 “추가적인 법적 검토를 통해 조금씩 정리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트코인 현물에 대한 기초자산 논의가 그간 소홀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투자 기회 확대, 과세 제도 정비 등을 위해선 기초자산으로 해석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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