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21인의 추천…공포를 이길 주식 23 [스페셜리포트]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 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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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은 2023년 한 해 내내 ‘공포’와 싸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주식 시장은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겹치면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됐다.

공포는 갑진년(甲辰年)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반등 이후 다시 떨어지는 ‘N자형 패턴’을 예상한다. 공포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작은 부정적 이슈’도 ‘또 다른 침체의 시작’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는 법. 불확실성과 공포가 시장을 둘러싼 상황에도 웃는 이들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옥석 가리기와 함께 정교한 투자 전략이 요구되는 지금 매경이코노미가 선정한 2023년 베스트 애널리스트 21인에게 올해 상반기 유망 종목을 물었다.

일러스트=정윤정
2차전지 이을 주도주는 반도체?

바이오 회복세…‘유한양행’ 눈길

2023년을 강타한 에코프로와 엘앤에프 등 2차전지주 열풍은 한풀 꺾였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주도주 찾기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첨단 바이오 등을 유력한 새 주도주 후보로 꼽는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반등론이 힘을 받는다. 일단 반도체 산업 사이클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표로도 드러난다. 고객사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로 반도체 가격은 반등했다. 메모리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3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지난해 12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평균 가격(고정 거래가 기준)은 전달 대비 6.4% 오른 1.65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 베스트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를 톱픽으로 꼽았다. 김 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PC, 스마트폰 수요가 바닥을 찍었고 서버도 AI 서비스 확대를 위한 일반 서버 투자가 전망돼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공급 증가율을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9만5000원을 제시했다.

중소형주 중에서도 반도체 부품 제조사 에스앤에스텍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소형주 베스트 곽민정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 중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을 주목해야 한다”며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에 더해 본격적인 펠리클 시장 개화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스앤에스텍은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펠리클(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일종의 덮개 역할)’을 오는 3분기까지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섹터 부활을 예상하는 이도 상당수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비만과 당뇨 치료제 열풍이 불고 있고, 국내에서도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 등 신약 개발·기술 수출 성과들이 나타나면서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피노바이오 등이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성과를 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제약·바이오 부문 베스트 박병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을 주목했다. 폐암 신약 렉라자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 앞서 유한양행은 얀센과 렉라자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얀센의 렉라자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게 된다. 박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술료를 수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렉라자 또한 1차 급여 등재로 매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 목표주가로 11만원을 내다봤다.

한풀 꺾인 2차전지 업종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눈길을 끈다. 2차전지 베스트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실적은 좋지 않다. 2차전지 산업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된 가운데,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하락과 재고 평가손실까지 겹쳤다”면서 “포스코퓨처엠을 포함한 양극재 기업 대부분이 당분간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 시기를 거칠 것이다. 다만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다른 양극재 기업들과 달리 전구체와 음극재 사업을 영위 중이고, 해당 부문을 별도 상장할 계획이 없다. 장기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목표주가는 52만원이다.

황금기 진입한 ‘조선업’ 주목

삼성重·HDC현산·현대제철 ‘찜’

조선업은 2023년 수주 날개를 달며 반등의 시간을 예고했다. 환경 규제로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분야인 친환경 LNG 선박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올해도 LNG선 교체 수요는 상당할 전망이다. 쌓여 있는 수주 물량도 조선업에 힘을 실어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3~4년 치 일감을 확보해둔 상태다.

특히 고부가 선박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명가인 삼성중공업 성과가 눈길을 끈다. 삼성중공업은 대형 FLNG 수주 잔고를 2기로 늘렸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생산·저장·하역할 수 있는 설비다. 가격만 기기당 2조원에 달한다. 조선기계 부문 베스트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을 톱픽으로 꼽으며 “수주 증가가 확실하고 FLNG 2기 수주를 통한 장기 성장 사이클도 기대된다”며 “올해 상반기 실적은 ‘미들 싱글 디짓(4~6%)’ 정도 영업이익률을 예상한다”며 목표주가 1만2000원을 내다봤다.

조선업과 달리 ‘성장 둔화’를 마주한 중후장대 산업 철강과 자동차 업종에서도 기대할 만한 종목은 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눈길을 끈다. 자동차 부문 베스트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자동차 시장은 2023년 높은 기저 효과로 인해 시장 수요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 어려운 시장 환경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심화와 실적 악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다만 현대모비스는 차별화된 실적 안정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 덕분이다. AS 사업은 그간 부담이 컸던 물류비용이 빠르게 안정화돼 전년 대비 수익성 개선 실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 목표주가로 28만5000원을 제시했다.

철강 부문에서는 현대제철이 톱픽으로 꼽힌다. 철강·비철금속 베스트 박성봉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봉형강 수요가 시장 우려만큼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또 중국산 철근의 국내 가격 하락이 하반기에 접어들며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시끌시끌한 건설 부문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눈길을 끈다. 건설 베스트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HDC현산은 사고 여파로 경쟁사와 다르게 주택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미착공 우발 부채가 적은 상황이고, 2017년 말 토지를 매입한 광운대 역세권 사업이 올해 하반기 착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HDC현산은 강력한 이익 성장 사이클과 재무구조 개선을 보여줄 여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로 2만4000원을 제시했다.

금리 내려가면 뜨는 건 ‘성장주’

네이버·스튜디오드래곤 눈도장

올해는 금리가 정점을 찍고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최근 성장주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내 대표 성장주는 네이버다. 플랫폼·게임 부문 1위를 차지한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선호주로 네이버를 꼽으며, 목표주가 33만원을 제시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은 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익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하로 웹툰·엔터테인먼트 등 상장을 준비하는 자회사와 치지직 등 신사업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스튜디오드래곤도 기대주다. 해외 OTT 업체들의 가격 인상과 계정 공유를 금지한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광고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에 오른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OTT 업체들이 계정 공유를 금지하면서 유료 가입자는 증가할 수 있다”며 “여기에 가격 인상으로 OTT 수익성이 개선되면 국내 콘텐츠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스튜디오드래곤의 목표주가는 7만5000원이다.

K콘텐츠의 한 축을 담당하는 K팝 위상도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3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백을 잘 메꾼 하이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엔터테인먼트·레저 1위 이화정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브를 최선호주로 꼽으며, 목표주가 31만원을 제시했다. 신진급 아티스트 성장세와 더불어 위버스와 게임이 창출할 새로운 매출을 기대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뉴진스, 르세라핌, 보이넥스트도어 등 2~3년 차 아티스트의 올해 첫 공연 투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의 추가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관광·소비 회복 전망한다면

호텔신라·씨앤씨인터·신세계인터

팬데믹 이후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 관광객 회복 속도는 더딘 편이다. 이에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반대로 중국 관광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이다. 특히 중국인이 돌아올 경우, 대표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 호텔신라가 주목받는다. 호텔신라를 최선호주로 꼽은 유통·홈쇼핑 1위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여행사 인프라가 정상화되고, 2월 춘절 시즌 이후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상반기 중 실적 개선 신호가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소비 회복을 기대한다면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씨앤씨인터내셔널도 좋은 선택지다. 3년 연속 섬유·의복과 생활소비재 부문 2관왕에 오른 하누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각 부문 최선호주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씨앤씨인터내셔널을 꼽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계속되고 있고, 브랜드 이탈과 시장 약세 부담도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올해 신규 브랜드가 10개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저변 확대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연구개발 능력 향상으로 생산력이 높아지고, 영업력이 강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 애널리스트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룹사 유통력을 향유하고 있으며, 자체 채널을 활용해 브랜드 발굴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신공장 건립에 미국 록펠러와 협업까지 외연 확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해외 직구 시장 성장과 물류 자동화 수혜주로 CJ대한통운도 주목받는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물량을 전담하며 경쟁력이 강화된 데다, 자동화에 따른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성이 제한적이라고 평가받는 물류 산업에서 CJ대한통운은 이미 차별화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료·담배 업종에서는 KT&G도 전문가 추천을 받았다. KT&G 목표주가를 11만5000원으로 제시한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재료비 부담이 완화되고 담배 가격 인상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동성 우려된다면 내수주로

KT·하나금융·한국금융 ‘好好’

2024년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데다, 미국 대선 등 올해 예정된 각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거시경제 환경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이때 투자 매력도가 커지는 업종이 내수주다. 특히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통신, 금융, 지주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통신주 중에서는 KT가 추천 종목이다. 정보통신서비스 1위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와 비교해 비통신 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는 KT를 추천주로 꼽았다.

지주사 중에는 SK가 눈에 띈다. 지주회사 1위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의 비상장 자회사 SK E&S가 견인하는 실적을 주목한다. 저비용 액화천연가스(LNG)와 고효율 신규 발전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지주에서는 하나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전문가 추천을 받았다. 각각 주주 환원 정책과 실적 측면에서 매력이 크다는 진단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은행주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부진했던 종목”이라며 “그동안 주가 약세폭이 컸던 만큼, 주주 가치 제고 차원에서라도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금융지주는 2024년 상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려가 해소 국면으로 진입할 경우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며 “우려가 해소될 경우 발행어음 자산에서 대규모 평가이익이 기대되고, 이는 실적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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