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명불허전 K-테크-… S.M.A.R.T로 본 키워드
SK, 하이닉스 AI 반도체 등 AI 기술 리더십 소개
현대차, 소프트웨어 전략 SDx 공개, 기아 PBV 개념 재정의
HD현대,‘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으로 건설기계 산업 선도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는 국내 업체를 비롯해 미·유럽·아시아 기업들이 총출동해 다양한 혁신 기술들을 뽐냈다.
삼성·SK·현대차·LG 등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신성장 산업인 소프트웨어(S)·모빌리티(M)·인공지능(A)·로봇(R)·투명(T) 등 'S.M.A.R.T'를 주요 테마로 내세우며 테크 시장을 제대로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는 역대급 규모 기록을 세우며 연일 흥행 가도를 달렸다. 이 기간 13만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객이 글로벌 무대를 찾았고, 4000개가 넘는 업체들이 혁신 제품을 쏟아내는 등 차세대 기술 전쟁을 방불케했다.
특히 올해 최대 화두로 떠오른 'AI'에 걸맞게 국내 대표 기업들은 스마트홈,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전 영역을 아우른 AI 기반 신제품을 선보이며 막강한 코리아 파워를 과시했다.
소프트웨어(Software). HD현대는 CES 무대에서 업의 본질이 하드웨어(Hardware) 기반 장비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진화한 점을 부각시켰다. 기조연설을 맡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건설장비 무인·자율화, 디지털 트윈, 전동화 등 미래 기술을 활용해 건설 현장을 스마트하게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으로 지칭된다. ▲퓨쳐 사이트(Future Xite) ▲트윈 사이트(Twin Xite) ▲ 제로 사이트(Zero Xite) 등 3가지 테마로 꾸린 전시관에서 HD현대는 미래형 무인 자율화 건설현장을 구현하고, 방대한 양의 현장 정보를 가상세계에 선보이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의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도 '소프트웨어'다. 사람, 모빌리티, 데이터, 도시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혁신 기술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하나로 연결된 사회를 만드는 업체로서의 현대차 역할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전환을 위한 그룹 중장기 전략 SDx를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차량 개발 체계를 전환하는 'SDV'에서 출발하는 SDx는AI와 접목해 다양한 이동 솔루션으로 확장한 후, 로지스틱스, 도시 운영 체계 등과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송창현 현대차 SDV 본부장 사장은 “SDx의 핵심은 사용자 중심으로 구현되는 것”이라며 “세상의 모든 이동을 지식과 혁신의 원천으로 삼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모빌리티(Mobility). 자동차 산업이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다양한 목적에 걸맞은 공간을 제공하는 ‘모빌리티’로 진화되면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공개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는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주거공간과 이동공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 파트너십을,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계열사 하만은 ‘차별화된 차량 내 경험’을 위한 새로운 전장 및 카오디오 기술을, LG전자는 모빌리티를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으로 꾸민 ‘알파블’을 이번 CES에서 공개했다.
이번 CES에서 기아는 PBV의 개념을 ‘Platform Beyond Vehicle(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로 재정의했다.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갖춘 맞춤형 설계로 새로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제공은 물론, 혁신적인 공간 활용을 통한 효율적인 차량 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LG전자는 자동차의 내부 공간을 들어내고 미래 모빌리티에 적합한 공간으로 꾸몄다. 미래 모빌리티를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Personalized Digital Cave)’으로 재정의한 ‘알파블’ 콘셉트가 그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모빌리티 사업에 접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테면, 추운 아침에 집에서 원격으로 자동차 시동을 켜 히터를 미리 작동시키거나, 더운 날 차 안에서 음성으로 미리 집 안의 에어컨, 공기청정기를 켜는 일이 가능해진다.
인공지능(AI). 이번 CES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몰린 테마는 단연코 AI였다. '생성형 AI'로 촉발된 AI 산업은 전 산업 영역을 아우르며 무섭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수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AI 사업을 어필하며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담은 TV, 가전, 모바일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AI 바닥 감지' 기능이 탑재돼 마룻바닥과 카펫을 스스로 구분하는 로봇 청소기,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삼성만의 독보적 푸드 생태계 등을 공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스마트폰, TV-가전, 자동차까지 연결된 사용자 경험은 보다 정교하게 개인화된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며 "여기에 AI가 접목돼 기기간 연결 경험을 넘어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SDS도 자사의 생성형 AI솔루션 FabriX(패브릭스)와 Brity Copilot(브리티 코파일럿)을 공개했다. FabriX는 기업의 다양한 데이터, 지식 자산, 업무 시스템 등 IT 자원을 생성형 AI와 연계해 임직원들이 손쉽게 공유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 AI 서비스 플랫폼이며 Brity Copilot은 회사 업무를 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메일, 메신저, 영상회의 등 협업 솔루션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로 내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LG전자도 '고객의 미래를 다시 정의하다'를 화두로 AI와 혁신 기술을 소개했다. 처음 공개된 시그니처 올레드 T, 올레드 에보(evo)는 전용 AI 프로세서로 한층 더 밝고 선명해졌으며,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바퀴와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가전 및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편리하게 연결하고 제어한다.
SK하이닉스는 생성형 AI 산업 성장을 정조준해 차세대 반도체 라인업을 과시했다. 'AI 원동력 메모리 반도체'를 주제로 한 미디어 콘퍼러스에서 곽노적 SK하이닉스 사장은▲HBM(고대역폭메모리)3/3E ▲최고 용량 서버용 메모리 하이 캐파시티(High Capacity) TSV DIMM ▲세계 최고속 모바일 메모리 LPDDR5T ▲세계 최고의 퍼포먼스(Performance) 메모리 DIMM 등 다양한 초고성능 제품을 언급했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국내 기업 못지 않은 AI 열기를 뿜어냈다. PC업체 델, HP, 레노버 등은 AI 노트북을 선보이고 중국 TCL, 하이센스 등 TV 제조사들은 국내 기업처럼 AI 프로세서를 적용한 TV 신제품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인 '지포스 RTX 슈퍼(GeForce RTX SUPER)' 시리즈 3개를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AI 최신 기술이 집약된 장(場)에 글로벌 거물들이 찾는 것은 당연지사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이 대기업·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전시관을 찾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국내 경제계 인사들도 CES 무대 곳곳에 전시된 다양한 AI 신기술 등을 '열공'하며 직접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의선 회장은 삼성전자 AI 로봇인 '볼리'를 두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언급하는 등 AI 기반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다. 박정원 회장은 "AI 기술과 우리 비즈니스의 연계를 살피고 사업기회를 찾겠다"고 했으며, 구자은 회장은 "AI, SW 등 다양한 협업과 기술 혁신으로 대응 가능한 사업 체계를 갖추겠다"고 언급했다.
로봇(Robot). AI를 융합한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됐지만, 그 중에서도 로봇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는 '반려 로봇' 의식이 강해지면서 올해에는 인간과 더욱 가까워진 맞춤형 제품으로 탄생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은 AI 컴패니언(동반자) 볼리(Ballie)를 무대에 세웠다. 자율 주행을 통해 사용자가 부르면 오고,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음성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가하면 LG전자는 최초로 공개한 가정용 로봇 ‘AI 에이전트’를 통해 글로벌 이목을 집중시켰다.
AI 에이전트는 가사생활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는 가정용 AI 로봇으로 음성· 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멀티모달 센싱과 첨단 인공지능(AI) 기능을 토대로 사용자의 상황과 상태를 정교하게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은 내년 출시 예정이다.
두산로보틱스는 AI를 통해 더욱 진화한 로봇 솔루션을 선보였다. 한 사례로 소개된 재활용품 분류 솔루션 ‘오스카 더 소터(Oscar the Sorter)’는 물체를 집으며 종이컵, 플라스틱 용기, 캔 등의 특성을 학습하고 분류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율주행 로봇 ‘뉴비’로 주목을 끌었던 혁신 기업 뉴빌리티는 CES 기간 SK쉴더스와 함께 순찰로봇을 소개했다. 순찰로봇은 안정적인 자율주행과 객체 인식 및 이상 상황 자체 분석을 통해 신속한 현장 개입과 사고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투명한(Transparent).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CES에서 내놓은 투명 스크린은 글로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LG전자 투명 TV는 켤 때는 TV 기능을 하지만, 껐을 때는 투명한 창문 역할을 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무선 투명 올레드 TV는 투명과 무선 기술 및 4K 해상도까지 갖춘 최초 제품이다. TV를 껐을 때 검은 화면 대신 유리처럼 너머 공간 보여줘 공간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이 제품은 전원을 껐을 때 투명한 유리처럼 스크린 너머를 볼 수 있어 개방감은 물론 주변 인테리어와 조화도 뛰어나다. 검은 TV 화면이 집안 인테리어를 저해한다고 느끼는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해결한다.
그런가하면 삼성전자는 '투명 마이크로 LED 스크린'으로 어필했다. 투명 마이크로 LED는 실제 상용 제품은 아니나 다른 투명 디스플레이와 견줘 기술적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TV 외 기기에서 상용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투명 스크린을 놓고 양사는 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소개한 투명 마이크로 LED TV는 기술을 강조한 것으로 ‘TV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고 삼성전자는 "현재로서는 마이크로 LED가 밝기와 색재현력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지적했다.
갑론을박 속 국내외 경영진들도 앞다퉈 투명 스크린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정의선 회장은 삼성 마이크로 LED, 투명 LED를 둘러보며 "요즘 관심이 많다"고 언급했고 최태원 회장도 올해 CES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제품으로 '투명 마이크로 LED'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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