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자본주의라는 게임의 법칙…승률을 높여라
경제 시스템상 피할 수 없다면
자본주의 속성 꿰뚫고 나아가야
서점에서 혹 지금이 자본주의의 끝자락일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자본주의가 한계에 봉착했다거나, 위기에 직면했다는 등 자본주의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책들이 가끔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이 꼽는 자본주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빈부 격차와 불평등이다.
‘당신은 설명서도 읽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다’의 글쓴이는 흥미로운 관점으로 불평등을 바라본다. 현재 세계 경제 구조상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불평등이 진짜 나쁘냐고 되묻는다. 우리는 불평등하기에 일을 하고, 돈을 벌려고 한다며 불평등은 세상을 돌리는 엔진 같은 것이고 사회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또 남들보다 더 높은 지위, 곧 불평등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냐며 우리 삶의 목표가 불평등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뭔가 께름칙하면서도 한 번 곱씹어보게 되는 질문이다.
글쓴이는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끈 칼럼니스트다. 부동산 투자로 5년 만에 수십억 원 이상의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에서 자신을 돈이 있을 때도 있었고, 없을 때도 있었고, 피고용인이기도, 고용주이기도 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돈을 더 벌고 고용주가 되는 게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 서점에서 경제 관련 책을 몇 권만 읽으면 인생을 바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글쓴이는 경제학도 나름 공부를 했고 자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좌충우돌 다양한 경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해서 자신만의 경제 관점을 하나씩 확립했고 이를 책에서 풀어낸다.
글쓴이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는 인플레이션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정부의 합법적 폭력이라고 정의한다. 돈을 찍어낼 권한을 갖고 있다면 정부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펼치고, 이 과정에서 계속 돈을 찍어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현대 경제 시스템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돈을 찍어내는 권한은 중앙은행에 있고 대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법률로 보장돼 있다. 그래서 통상의 경제 이론서라면 중앙은행의 법적 권한에 대한 내용을 다루겠지만 이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은연중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보장되지 않으며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글쓴이는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단정 짓고 결국 우리가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받는 급여의 상승률이나 은행에 맡겨둔 예금의 이자율이 물가 상승률을 밑돈다면 보유 자산의 실질적인 가치가 줄기 때문이다. 또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는 실체를 모른다면 성실히 돈을 모아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일러준다. 이 경우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글쓴이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게 어떤 정부나 뛰어난 정치인이 나타나더라도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에, 분노와 원망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을 건넨다. 피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의 덫에 걸려 가난에 빠지지 말고 경제를 공부하고 투자에 나서라는 것이다.
1970년 베트남 전쟁은 전 세계 경제와 사회 질서를 바꿨다. 달러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막대한 전쟁 비용을 이유로 금 태환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후 달러를 제한 없이 찍어냈고 이는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심각해진 인플레이션 탓에 보통의 사람들은 빚을 내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으며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유리한 체계로 바뀌었다고 글쓴이는 강조한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양극화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약화로 이어졌다. 경제의 3주체 중 하나인 개인이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질서의 변화로 이어진다. 양극화로 가난해진 남성이 늘고 부족한 부분을 여성들이 채울 필요성이 대두됐고 자연스레 가정에 머물던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언급한다. 요컨대 1970년 베트남 전쟁 탓에 장기적으로는 임금이 정체되고, 여자도 일해야 하고, 결혼하기 어려운 사회로 바뀌었다고 글쓴이는 주장한다.
글쓴이가 보는 세상은 때로 불편할 정도로 차갑다. 일례로 그는 한국 사람이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남미 노동자의 땀과 수고로움 때문이라며 이 같은 불평등은 우리 사회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때로는 이런 시각이 맞는 것인가 싶은 의문도 든다. 다만 계속해서 경제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름의 가치를 보여준다.
글쓴이의 자본주의에 대한 판단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그저 잘살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노력하라는 조언을 전할 뿐이다. 마지막 6장에서는 결국 선한 행동이 보상으로 돌아온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을 건넨다.
당신은 설명서도 읽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다 | commonD(꼬몽디) 지음 | 344쪽 | 1만8000원| 페이지2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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