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태영건설…경영 정상화까지 줄줄이 ‘험로’

채권단 96.1% 동의, 기업개선계획 첫 발 뗐다
3개월간 실사 돌입…우발채무 발견 시 난항 우려
태영 “워크아웃 조기 마무리, 피해 최소화” 약속

우여곡절 끝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확정됐다. 앞으로 채권단 실사를 거쳐 기업개선계획이 수립되면 경영 정상화에 본격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다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전날 자정까지 채권단 서면 결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단 동의율 75%를 훌쩍 넘긴 96.1%로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오는 4월 11일까지 3개월간 모든 금융채권 행사를 유예하고, 외부전문기관을 선정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 부채 실사에 돌입한다. 산은의 판단에 따라 금융채권 상환 유예는 1개월 더 연장 가능하다.

실사 및 평가 결과, 태영건설의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되고, 대주주 및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이 충실히 이행된다고 판단되면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해 협의회에서 의결하게 된다.

기업개선계획에는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 금융채권자의 채무조정 방안, 신규 자금 조달 방안 등이 담긴다. 기업개선계획이 가동되면 경영 정상화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 신청 이후 자구계획 미이행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은 태영건설은 채권단 결정에 따라 한숨 돌리게 됐다.

채권단협의회를 목전에 두고 워크아웃 불발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지난 9일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은 지주사인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단 추가 자구계획을 내놓으며 채권단에 도움을 호소했다.

건설사 워크아웃 돌입은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이다. 다만 워크아웃 개시는 기업구조개선의 첫 단추인 만큼 앞으로 수개월간 강도 높은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등이 이뤄질 것을 고려하면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실사 기간 태영 측은 재무구조 개선 계획 및 경영 목표, 구조조정 계획 등 워크아웃 이행 계획을 마련해 산은에 제출해야 한다. 기업개선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 기업 운영자금은 태영건설이 자력으로 확보해야 한단 점도 부침이 예상된다.

태영 측은 기존 제시한 자구계획만으로 기업개선계획 수립 전까지 유동성 확보에 무리가 없을 거란 판단이지만, 에코비트 등 계열사 매각 지연 등 필요한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우발채무나 추가 부실이 드러나면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된다. 이 경우 법정관리 절차로 넘어가 금융채권 및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 행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협력사, 수분양자 등에게 미칠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산은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태영건설 임직원과 태영그룹은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해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조기에 마무리함으로써, 채권단은 물론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등 관련된 모든 분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