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회색 코뿔소'를 마주하는 우리의 태도

최대열 2024. 1. 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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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경제부처 고위 관리는 열 달가량 남은 미국 대선을 두고 '예측 가능한 변수'로 본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 번 더 할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올지, 이도 아니면 제3의 누군가 권력을 잡을지 결과를 점치기에는 이르다.

중국이 부동산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고 각종 신산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게 효과를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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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 누가 돼도 예측가능
미리 대비하면 기회가 될 수도

최근 만난 경제부처 고위 관리는 열 달가량 남은 미국 대선을 두고 ‘예측 가능한 변수’로 본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 번 더 할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올지, 이도 아니면 제3의 누군가 권력을 잡을지 결과를 점치기에는 이르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간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고 난 후 크고 작은 혼선을 겪은 터라 과거처럼 모르고 헤맬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

맞는 얘기지만 매는 알고 맞든 모르고 맞든 아픈 건 매한가지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겠으나 그럴 수 없다면 체력을 키우든, 보호막을 두르든 어떤 식으로든 대비하는 게 적절한 자세일 테다.

교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지금과 같은 전례 없는 통상환경의 변화는 달갑지 않은 신호다. 자유무역이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상호호혜성에 관한 믿음에는 금이 갔다. 초강대국 지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사사건건 맞붙는다. 중국이 국제무역질서에 들어온 후 커다란 시장과 값싼 노동력은 21세기 이후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상징후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부동산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고 각종 신산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게 효과를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느슨히 분리돼 있던 정치와 경제는 긴밀히 얽혀 경제안보를 챙기는 게 정치 지도자에게는 중요한 임무가 됐다. 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면 값싸게 만드는 게 과거의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안정적으로 수급할 만한 구조까지 신경 써야 한다. 코로나19와 전쟁,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까지 일순간 공급망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내놓은 반도체지원법(CSA)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발맞춰 유럽이 핵심원자재법을 만든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의 취약한 부분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다.

방대한 자원과 기축통화 위상을 더 공고히 한 달러, 소프트·하드 파워를 겸비한 미국마저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나 미국에서 만들고 미제를 사라고 독려하는 바이든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는 건, 그 수사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지금의 시대정신이 그렇다는 방증이다. 고차 방정식의 난제를 풀어야 할 과제를 우리 기업은 물론 정부 당국자도 떠안은 셈이다.

기업 경영자가 싫어하는 건 불경기나 크고 작은 규제보다는 불확실성이다. 뻔히 예상되는 리스크는 그에 맞춰 준비하고 대책을 찾을 수 있다.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하는 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꺼릴 만한 본성에 가깝다. 회색 코뿔소는 사전에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위험 징조를 뜻하는 용어다. 충분히 예상하고 대처할 만한 여력을 갖췄음에도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화를 키우는 상황을 뜻한다. 알고 있다고 안일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만큼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IRA가 발효되자 당장 한국산 전기차가 안 팔릴 처지에 놓였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 적이 있다. 현지에서 만든 전기차에 대해서만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는 세액공제가 가능한 탓에 한국에서 만든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가 줄어들 것이란 논리였다. 결과는 예상대로 흐르지 않았다. 뒤늦게라도 뛰어들어 상업용 차량에 대해선 예외 조항을 두고 기업은 나름대로 상품성을 가다듬은 덕분이다. 미리 준비한다면 더욱 득이 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산업IT부 차장 최대열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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