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46억 계약→부상+부진' 박세혁의 반성 "벤치에 앉았던 시간, 좋은 경험"

유준상 기자 2024. 1. 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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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NC 다이노스는 2022시즌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주전 포수였던 양의지가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뒤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떠나면서 안방에 대한 고민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후 빠르게 움직인 NC는 11월 24일 포수 박세혁과 4년 총액 46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 24억원, 인센티브 4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당시 임선남 NC 단장은 “박세혁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국가대표 경험을 지닌 안정감 있는 포수다. 그의 경험과 성실함, 야구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개막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박세혁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4월 14일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 도중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휘두른 방망이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큰 부상을 면하긴 했지만,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고 휴식에 집중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5월 한 달간 20경기에 출전해 62타수 16안타 타율 0.258 1홈런 6타점을 기록한 박세혁은 6월 21경기 52타수 7안타 타율 0.135 1홈런 8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여기에 8월 중순에는 왼쪽 손목 건염 진단을 받으면서 1군 엔트리 말소와 함께 재활조에 합류했다.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운 박세혁은 10월 4일 창원 SSG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부상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상황이 달라졌다. 1군 콜업 이후 존재감을 뽐내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승선한 포수 김형준이 주전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결국 박세혁은 포스트시즌 내내 선발로 나서지 못했고, 벤치에서 가을야구를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 사이 후배 김형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홈런포를 터트리는 등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렇게 박세혁은 NC에서의 첫 시즌을 허무하게 마무리했다.

2023년을 떠올리면 속상한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구단 신년회 행사 이후 취재진을 만난 박세혁은 "팀에 처음 왔을 때 5강을 목표로 잡았고, 한 시즌 동안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손)아섭이 형과 (박)민우, (박)건우가 잘해줘서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도 "팬분들께서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선수단이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면서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 기분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아픈 곳도 많고 해서 아쉬웠던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시즌 내내 잔부상으로 고생해야 했던 박세혁은 "손목 통증 이후 재활군에 빠진 게 지난해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이 힘들었고, 회복세가 더뎠기 때문에 아쉬웠다. 그 시기에 내가 팀에 보탬이 되고 잘했다면 NC가 더 높은 위치에서 끝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몸 관리를 잘해야 하고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아쉬워했다.


김형준의 활약은 큰 자극제이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박세혁은 "벤치에 있는 동안 좋은 경험, 공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가는 게 아니라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부분인 만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부족하고 아팠기 때문에 못 나갔다고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이어 "(김)형준이는 너무 좋은 선수다. 그걸 부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두가 보기에 좋은 선수다. 어리지만, 대표팀에 가서 잘했다. 준비를 덜 하면 안 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며 "어린 선수가 치고 올라오는데, 고참이라고 해서 자존심만 내세울 게 아니라 현실에 맞게 준비해야 할 걸 후회없이 준비해야 한다. 주위 상황에 관계없이 준비할 것만 잘할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세혁은 어느덧 중고참의 위치가 됐다. 그는 "NC에서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더 고참의 위치가 됐는데, 책임감도 들고 마음도 다른 것 같다"며 "지금가지는 많이 운동했던 것 같다. 센터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받기도 했고, 부족했던 점과 아팠던 걸 생각하면서 묵묵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떠난 에릭 페디를 떠올리기도 한 박세혁은 "KBO리그에 처음 왔을 때 그 정도로 할 줄 몰랐는데,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 이후 '20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복이 있어서 20승 투수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면서도 "프로라는 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고, 다른 선수를 이끌면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자신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올 시즌 도입이 확정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박세혁은 "어떻게 스트라이크존이 형성되는지 모르는데, (포수가) 속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계가 판단하는 만큼 느낌이 어떨지 잘 모르겠다"며 "로봇 심판이 도입되더라도 포수는 프레이밍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로봇 심판이 판정한다고 해서 대충 공을 잡으면 투수들이 밸런스가 흐트러졌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이 프레이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세혁은 지난 10일 미국으로 떠났다. 스프링캠프 합류에 앞서 강정호의 도움을 받으며 2024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는 "(미국행은) 아섭이 형의 영향도 있긴 하다. 형도 2022시즌 벽에 부딪히며 느낀 게 있었고, 미국에서 훈련했다"며 "지난 시즌 후반에 경기를 많이 나가지도 못했기 때문에 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데, 시즌이 끝난 뒤 어떻게 2024시즌을 준비할지 생각하다가 미리 미국에 들어가 많이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22일 동안 많이 준비하고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고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창원,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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