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 염기훈에겐 없고 이정효·과르디올라에겐 있는 것

김희준 기자 2024. 1. 1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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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화성] 김희준 기자= 박경훈 수원삼성 단장은 염기훈 감독 선임을 두둔하며 이정효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나 두 감독은 염 감독과 달리 프로 감독은 처음이어도 각각 대학교와 B팀에서 감독 경력을 쌓아 성과를 거둔 준비된 지도자였다.


11일 수원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박 단장과 염 감독 취임 미디어 간담회가 진행됐다. 수원은 지난 8일 박 단장을 선임한 데 이어 9일에는 염 감독을 정식으로 임명했다.


지난 시즌 수원은 창단 이래 최초로 강등됐다. 시즌 내내 강등권에서 허덕였고, 승강 플레이오프 순위권 바깥으로 나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4월에 이병근 감독을, 10월에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며 분위기 쇄신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해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재창단의 각오로 구단 혁신을 외치던 수원이 선임한 감독은 염 감독이었다. 지난 시즌 감독 대행으로 7경기에서 3승 2무 2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점이 고려됐다. 그럼에도 감독 대행과 시즌 막판이라는 특수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어 검증되지 않은 지도력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박경훈 단장(왼쪽), 염기훈 감독(오른쪽,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박 단장은 염 감독을 두둔하며 초보 감독으로 성과를 낸 대표적 사례들을 언급했다. 먼저 염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설명하며 "어느 누구든지, 과르디올라 감독도 마찬가지고 다들 처음 감독할 때 다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저 사람이 감독으로서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실패한 감독들도 있지만 애송이 감독으로 처음 해서 성공한 감독들도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의 지원이 부족하더라도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예시로 이 감독을 들며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 리그에서 제일 적은 금액을 쓰고 그렇게 훌륭한 퍼포먼스를 내고 좋은 선수를 길러내니까 짧은 시간 내에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염기훈 감독도 올해 승격을 통해 내년에는 수원을 명가 반열에 올려놨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염 감독이 이들만큼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염 감독은 지난 시즌 감독 대행으로 수원 삼성을 7경기 이끈 게 지도자 경력의 전부다. 플레잉코치 시절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고 자인하기도 했다. 그만큼 팬들은 염 감독이 정글이라 불리는 2부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데, 구단 측에서는 염 감독이 빠른 승격을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한 셈이다.


이정효 감독(광주FC). 서형권 기자

그러나 비교군을 잘못 잡았다. 이 감독은 2012년부터 3년간 아주대 감독을 맡았던 걸 비롯해 광주 감독을 맡기 전까지 지도자 경력만 10년 가까이 쌓아온 사람이었다. 아주대에서도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려 이미 유능한 인재로 지목받기도 했다.


남기일 감독 사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2016년 광주에서 시작해 성남FC, 제주유나이티드를 거치며 남 감독을 보좌한 이 감독은 수석 코치로서 선수단 장악과 전술 실력 등을 보여줬다. 이 기간 성남과 제주를 승격시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광주가 이 감독을 선뜻 모셔온 것도 이미 축적된 데이터가 성공 가능성을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광주라는 팀을 경험한 데다 그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 감독은 선임할 이유가 충분했고, 이 감독은 광주에서 전술적으로 대단한 모습을 보이며 지난 시즌 압도적인 K리그2 우승에 이어 올 시즌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까지 진출했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과르디올라 감독은 조금 더 염 감독과 사례가 비슷하다. 물론 바르셀로나 B팀을 1년간 지휘하기는 했으나 프로팀 감독으로 가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코치 시절도  없었다.


그러나 그 시기에 이미 충분한 지도자 자격을 증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B팀을 지도하면서 팀을 4부리그 우승으로 이끌어 승격에 성공했다. 또한 선수 생활 마지막에 멕시코로 향한 이유도 은퇴를 바라보던 과르디올라 감독이 전술적으로 존경했던 후안마 리요 감독에게 수학하기 위함이었을 만큼 지도자로서 성장에 진심이었다.


당시 바르셀로나 회장이자 현재 바르셀로나 회장인 주안 라포르타는 이를 눈여겨보고 지도자보다 프런트를 원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1군 지휘봉을 맡겼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 믿음에 보답하듯 바르셀로나에 사상 첫 유러피언 트레블과 6관왕을 안겼고, 바르셀로나는 물론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팀을 완성했다.


결국 염 감독 선임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지도자 경력 부족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지도자로서 증명을 한 것이 없는 데 기인한다. 만약 염 감독이 플레잉코치로라도 충분한 시간을 보냈거나, 감독 대행 기간 잔류 등의 성과를 냈다면 이번 선임에 대한 비판이 지금처럼 많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수원의 쇄신 기조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 경험 많은 감독들을 거르고 염 감독을 선택한 건 도박수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염 감독이 사람들의 예상대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수원 수뇌부 역시 기계적으로 수원 출신 감독을 선임했던 기존 리얼블루 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스포츠에 절대라는 건 없으며, 염 감독이 정말 수원을 승격시켜 다시금 명가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도자를 위해 10년 가까이 노력했던 이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에 비해 염 감독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 말했듯 경험 부족에 대한 비판은 감내해야 하며, 그 책임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수원삼성 제공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원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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