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예상 웃돈 CPI에도 혼조…MS, 장중 한때 시총 1위

뉴욕=조슬기나 2024. 1. 1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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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1일(현지시간) 보합권에서 혼조 마감했다. 예상보다 강한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주가 움직임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애플은 약세를 이어가며 장중 한때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5.29포인트(0.04%) 오른 3만7711.0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21포인트(0.07%) 내린 4780.24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54포인트(0.00%) 상승한 1만4970.18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기술, 에너지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애플은 이날도 약보합 마감했다. 장중 한때 MS에 밀리면서 시총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테슬라는 3%가까이 내려앉았다. 구글 알파벳은 직원 감원 소식에 오름세를 보이다 하락 전환했다.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여파를 주시하며 각각 6%, 3% 이상 밀렸다. 다음날 실적 발표를 앞둔 시티그룹은 아르헨티나 페소 하락, 구조조정 비용 등으로 인해 분기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로 2%가까이 내렸다. 리프트는 골드만삭스가 매수에서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하향하며 약보합 마감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이날 개장전 공개된 12월 CPI를 소화하며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하고자 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CPI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주거비 등의 여파로 전년 대비 3.4% 상승했다. 이는 전월 오름폭(3.1%)은 물론, 월가 전망치(3.2%)도 상회하는 수준이다. 작년 9월 3.7%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기도 하다.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3% 올라 월가 전망치(0.2%)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9%, 전월 대비 0.3% 올라 둔화흐름을 이어갔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는 "오늘 CPI 보고서는 Fed의 첫 금리 인하가 시장의 기대보다 늦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12월의 놀랍도록 강한 CPI 수치는 2% 물가안정목표로의 복귀가 험난하고 마지막 단계(라스트마일)가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세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Fed의 정책완화 속도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다. Fed 내 대표 매파 인사인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PI 발표 직후 공개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3월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을 일축했다.

메스터 총재는 "3월은 금리 인하를 예상하기엔 아마도 너무 이를 수 있다(probably too early)"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등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FOMC 투표권을 갖고 있는 메스터 총재는 최근 2년간 꾸준하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는 "12월 CPI 보고서는 해야 할 일이 더 많음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12월 CPI가 "예상대로(about as expected)였다"고 진단했다. 상품 인플레이션은 완화했으나 서비스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하다는 평가다. 그는 "상품과 서비스 사이에 여전히 단절이 있다"면서 더 광범위한 개선이 이뤄져야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리 판단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같은날 공개된 실업지표 역시 여전히 견조한 노동시장을 재확인시켰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2월 31∼1월 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줄어든 20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가 전망치 21만건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현지언론들은 연말연시 노동 수요가 증가한 효과가 일부 반영됐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3만4000건으로 전주보다 3만4000건 줄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오는 3월 인하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현재 Fed가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70%이상 반영 중이다. Fed가 주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11월까지 2.6%로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은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음날에는 도매물가 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다음 날에는 월스트리트의 실적시즌 신호탄으로 평가되는 JP모건, 웰스파고, 시티그룹 등 대형은행들의 실적 발표도 본격화한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델타항공의 실적도 같은 날 공개된다. CFRA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는 "실적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더하고 있다"면서 이날 증시가 Fed의 통화정책 전망 외에도 실적을 둘러싼 우려의 여파를 받았다고 진단했다. 시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한 주요 은행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97%선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25%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보합권인 102.3선을 나타냈다.

비트코인 가격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첫날 1%대 오름세를 보였다. 장중 한때 4만9000달러를 돌파했다가 오름폭을 축소했다. 이더리움 역시 6%이상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함에 따라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출시한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 등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를 시작했다.

유가는 이란의 유조선 나포 소식에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65센트(0.91%) 상승한 배럴당 72.0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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