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보면서 "뒤통수 얼얼", 박용택 "한국야구 위기, 팬 서비스 잘 했으면"
윤승재 2024. 1. 12. 06:04
지난 7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전. 프로야구의 전설 박용택 KBS N 해설위원이 현장을 찾았다. 박 위원은 관중석에서 여자농구의 축제를 함께 즐겼다.
이틀 뒤인 9일 박용택 위원은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초청 강사로 132명의 프로야구 신인 선수들 앞에 섰다. 그리고는 이틀 전에 WKBL 올스타전에서 느꼈던 소회를 전했다. 선수들의 개성 있는 등장과 애드리브, 오랜 시간 준비한 듯한 단체 군무, 감독과 선수가 어우러진 올스타전 경기는 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자농구 인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농구인들을 보면서 박 위원은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박 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수들이 입장하면서 짧게는 10초, 길게는 40초 동안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관중들과 관계자들 앞에서 분명 그렇게 못하는 선수들도 많을텐데 팬들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한 것 아닌가.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까지 관중들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라고 돌아봤다.
KBO도 경기력 향상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박용택 위원은 신인 선수들에게 ‘팬 서비스’를 강조했다. 그는 “프로야구는 실제로 위기다. 새로운 야구팬의 유입이 잘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팬이다”라고 말했다.
박용택 위원은 선수 시절에도 팬 서비스가 좋은 선수로 유명했다. 경기 후 선수들을 기다려 준 팬들을 위해 오랫동안 사인을 해주기도 하고, 2022년 그의 은퇴식 땐 다음 날 새벽 3시 30분까지 팬 사인회를 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그는 2000년대 초반 한 시즌 총관중 300만 명도 되지 않는 KBO리그의 암흑기와 2010년대 800만 관중의 부흥기를 모두 겪었다. 팬들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에 후배 선수들에게 팬 서비스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2023년 3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프로야구 여론조사(표본오차 ±3.1%·신뢰수준 95%)에 따르면, 30대가 전체 성인 중 27%, 20대가 21%로 적었다. 2013년 30대가 46%, 20대가 44%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크게 줄었다. 프로야구 팬들이 고령화가 두드라지는 반면, 새로운 팬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다.
박용택 위원은 "허구연 KBO 총재님이 매번 하는 말이긴 한데,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고 해서 우리는 절대 여기에 취해있으면 안된다. 앞으로 3~40년 야구 인기가 유지되려면 새로운 팬들의 유입이 필요하다"라면서 "식당이 아무리 맛있어도 손님이 없으면 소용이 없지 않나. 나중엔 팬 서비스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는 시대가 되도록 선수들이 마인드셋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프로야구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KBO리그 온라인 중계 유료화 전환 문제로 분기점에 섰다. OTT(Over The TOP·인터넷동영상서비스) 특성상 월정액을 내야 시청이 가능한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20대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엔 선수와 리그가 좋은 상품이 돼야 하는 상황이다. 박용택 위원은 젊은 세대들의 프로야구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후배 선수들이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팬 서비스에 앞장서길 바랐다.
2024시즌 KT 위즈 1라운드 신인 원상현은 "박용택 선배가 '팬이 없으면 프로도 없고 야구도 없다'고 많이 강조해 주셨는데 정말 공감한다. 프로의식을 가지고 팬분들께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 1라운드 신인 육선엽도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팬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박용택 선배의 말대로 팬들의 응원을 감사하게 여기고, 팬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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