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웃돈 美CPI…Fed 매파 "3월 금리 인하, 너무 일러"(종합)
누적된 통화긴축 효과에 힘입어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보여왔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3%대 중반으로 다시 반등했다. 여전히 높은 주거비 등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의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ed 내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 역시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일축했다.
美CPI 3.4% 상승...3개월만에 최고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이는 전월 오름폭(3.1%)은 물론, 월가 전망치(3.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기도 하다.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3% 올라 월가 전망치(0.2%)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9%, 전월 대비 0.3% 올라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12월 CPI가 반등한 것은 주거비 여파가 컸다. 노동부는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하는 주거비가 전월 대비 0.5% 올라 CPI 상승분의 절반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6.2% 올랐다. 에너지 가격도 한달새 0.4% 올라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자동차 보험료와 중고차 가격도 각각 1.5%, 0.5% 상승했다. 12월 시간당 평균 실질임금은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0.8% 올라 11월과 동일한 수준을 나타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놀랍도록 강한 12월 CPI는 2% 물가안정목표로의 복귀가 험난하고 마지막 단계(라스트마일)가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Fed의 첫 금리 인하가 시장의 기대보다 늦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시점 늦춰질까...메스터 "3월 너무 이르다"
이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세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Fed의 정책완화 속도에도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Fed 내 대표 매파 인사인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PI 발표 직후 공개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3월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을 일축했다.
메스터 총재는 "3월은 금리 인하를 예상하기엔 아마도 너무 이를 수 있다(probably too early)"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등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FOMC 투표권을 갖고 있는 메스터 총재는 최근 2년간 꾸준하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는 "12월 CPI 보고서는 해야 할 일이 더 많음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거비 측면에서 더 많은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이 확인돼야 하고, 임금 상승률 역시 둔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12월 CPI가 "예상대로(about as expected)였다"고 진단했다. 상품 인플레이션은 완화했으나 서비스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하다는 평가다. 그는 "상품과 서비스 사이에 여전히 단절이 있다"면서 더 광범위한 개선이 이뤄져야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리 판단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시장은 여전히 3월 인하 전망 우세
같은 날 공개된 실업지표 역시 여전히 견조한 노동시장을 재확인시켰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2월 31∼1월 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줄어든 20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가 전망치 21만건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Fed가 CPI보다 더 중요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11월까지 2.6%로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은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오는 3월 인하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현재 Fed가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70%이상 반영 중이다. 앞서 Fed는 작년 12월 FOMC 직후 새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을 4.6%로 제시하며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상태다. 현재 금리는 5.25~5.5%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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