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나빠진 정치, 기업보다 수직적…제3지대가 바꿀 수 있다"[스팟인터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미ㆍ중 갈등 속 한국의 생존전략을 탐색한 『반도체 주권국가』(나남)를 펴냈다.
박 전 장관은 1950년부터 현재까지 70년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반도체 무기화’와 ‘패권국가의 전략’이라는 프레임으로 조망했다. 이 책에 따르면 베트남전 패배 이후 미 국방부는 윌리엄 페리(훗날 대북정책조정관)를 국방 차관으로 발탁해 반도체를 활용한 유도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무기시스템 혁신에 성공한다. 이를 발판으로 미국이 소련과의 군사력 경쟁에서 승리했고 동시에 실리콘 밸리가 번성하는 데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 반도체 무기화의 역사이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미국으로 출국해 최근까지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 등을 맡아 미국·대만·일본·중국 등의 반도체 정책을 연구해 왔다. 중기부에서 함께 일했던 강성천 전 차관, 차정훈 전 창업벤처실장과 함께 집필했다.
박 전 장관은 1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한국 상황을 우려하며 “스타트업과 반도체 수요 기업인 현대차·기아차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형성을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세계 반도체 전쟁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우리는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부터 반도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라면서 “대기업과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반도체 위원회’부터 꾸려야 한다”고 했다.
Q : 반도체 전쟁에 임하는 미국 시각은 어떤가.
A : “미국은 한국과 대만에 치우쳐 있는 반도체 기능을 분산시키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미국 주도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공급망)’에 한국과 대만이 빠졌다. 반면 일본과 싱가포르는 범정부적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칩렛(Chiplet) 등 떠오르는 분야에 대비하고 있다.”
Q :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를 강조한다.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찰떡궁합’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현 정부는 반도체와 관련한 내밀한 정보 수집은 취약해 거시적인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공장을 비싸게 산 것도 외교·안보 분야 정보 부족 때문이다.”
Q : 국내에서도 미국의 ‘칩스법(chips act)’ 이후 논의는 활발했다.
A : “칩스법의 핵심은 미국이 그간 동북아 지역에 맡겼던 제조 및 선후 공정을 다 미국 땅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그 그림에서 핵심은 ‘칩렛’이다. 어떤 전략으로 미국과 협상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디테일이 없다. 싱가포르는 R&D 인력 유치를 위해 임금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한다.”
Q : 국회 상황은 어떤가.
A : “뾰족한 대안이 없다. 굉장히 안타깝다. 정치권이 반도체를 1순위로 생각해야 한다.”
민주당에서 4선을 지낸 박 장관에게 최근 민주당 상황도 물었다. 그는 “왕(王)이 공천을 하사하는 정치를 끝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다만 4·10 총선에 직접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Q : 여야 모두 원심력이 강해졌다.
A : “정치권 스스로 자초했다. 지난 1년간 야당은 법안을 단독처리하고, 대통령은 거부권만 썼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정치에 국민이 질렸다. 제3의 세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
Q : 정치가 나빠진 원인은 무엇인가.
A : “기업보다 훨씬 수직적이다. 다양성과 유연성을 지닐 수 없는 구조를 바꿔야, 정책 경쟁이 가능해진다.”
제3지대 신당이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A : “이미 제3지대 기차는 출발했다. 양당에 자극제가 돼, 정쟁의 터널이 곧 끝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적인 흐름이 그렇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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