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서로 불쌍히 여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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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대표 피습을 계기로 여야가 혐오와 경멸의 발언을 일삼는 정치인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걸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가 마치 각자의 전리품이나 되는 양 여기는 독점욕과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려는 독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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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대표 피습을 계기로 여야가 혐오와 경멸의 발언을 일삼는 정치인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걸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광복 후 77년 대한민국 역사에서 기적 같은 두 가지 업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꼽는다. 이 두 날개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전인미답의 경지에 이른 한류의 두둑한 콘텐츠 생성 자체가 요원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가 마치 각자의 전리품이나 되는 양 여기는 독점욕과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려는 독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째서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자기들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온 걸까? 어째서 그 열매와 보상을 될 수 있는 대로 오래오래 누리길 탐해온 걸까? 구소련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의 말마따나 혹시 우리도 하나님을 잊어버려서 그런 건 아닐까?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도 생명, 자유, 행복 추구라는 공동의 가치, 헌법의 토대를 지키고자 협력해 온 전통을 상실한 채 극한 투쟁에 몰두하는 혐오 정치로 꼴이 말이 아니다. 복음주의자 짐 월리스(Jim Wallis)는 미국이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내’가 ‘우리’를 대체해버린 이기주의라는 어둡고 위험한 시대에 들어섰다고 우려한다. 이렇게 된 사정이 혹시 광장은 이성을 가진 인간들끼리 잘 알아서 할 테니 하나님은 그저 위에만 계시면 된다고 목청을 높였던 계몽주의 이래 진행되어 온 세속화의 결과가 아닐까 신학자들은 짐작해본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역사철학의 고전 ‘하나님의 도성’에서 인간이 좋은 일을 해도 그것으로 자신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와 그 일은 모두 선하지 않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지 않고 사람이 자기가 한 좋은 일을 내가 아니라 주님이 하신 것이라고 진심으로 고백한다면 하나님은 그 선한 일을 내가 한 것으로 인정하실 것이라고 했다.
종교개혁가 칼뱅은 우리가 선한 일을 했던 모든 순간은 그리스도의 빛이 우리 삶을 관통한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그 어떤 좋은 일도 내가 독자적으로 해낸 적이 없는데, 나의 것인 양 광장에서 우쭐하니 딱한 노릇이다. 본디 선한 마음은 자기 모습을 보며 참 좋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잊고 상대를 바라보며 한없이 좋다고 여기는 마음이다. 우리 주님도 한없이 선한 분이셨기에 어떤 이가 “선한 선생님” 하고 부를 때, “나를 왜 선하다고 하나요? 하나님 한 분 말고는 아무도 선하지 않습니다”(마가복음 10장18절)라고 답하신 적이 있다.
“형은 자기가 젤 불쌍하면서 남들 불쌍하다는 말만 해!” 이는 가난한 동화 작가로 평생을 살면서도 모든 인세를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남겼던 권정생 선생을 흠모하던 어느 후배가 했던 말이다. 지금 보수와 진보, 여와 야, 어느 쪽이든 하나님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던 선생을 조금이나마 닮아가면 좋으련만…. 그저 자기 몰두와 자기 연민에만 빠져 지내다 보니 자기만 젤 불쌍하고 상대는 꼴도 보기 싫어지는 모양새다. 이대로 가다가는 “물이 바다 덮음같이” 뻗어 나가는 한류를 이어갈 미래 세대까지 자칫 불 꺼진 창이 될지 모른다. 아니다. 세속 정치를 탓하기 전에 당장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부터 서로의 실상을 불쌍히 여기며 바울의 공동 서약운동에 동참해야 할 때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Kyrie Eleison)!
“가시 돋친 말, 헐뜯는 말, 불경스러운 말은 입에 담지도 않겠습니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겠습니다.”(에베소서 4장31,32절)
송용원(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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