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웃돈 美CPI, 3.4%↑…금리 인하 시점 늦춰지나

뉴욕=조슬기나 2024. 1. 12.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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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통화긴축 효과에 힘입어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보여왔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3%대 중반으로 다시 반등했다. 여전히 높은 주거비 상승률 탓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의 기대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이는 전월 오름폭(3.1%)은 물론, 월가 전망치(3.2%)도 상회하는 수준이다. 작년 9월 3.7%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기도 하다. 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고점을 찍은 후 둔화추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몇달간 3%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3% 올라 월가 전망치(0.2%)를 웃돌았다. 이는 직전월 상승률과 동일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9%, 전월 대비 0.3% 올랐다. 전문가 예상치는 각각 3.8%, 0.2%였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4% 아래로 내려오면서 근원 물가 둔화 흐름은 이어갔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는 Fed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상대적으로 더 중히 여기는 지표다.

CPI가 반등한 것은 주거비 여파가 컸다. 노동부는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하는 주거비가 전월 대비 0.5% 올라 12월 CPI 상승분의 절반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6.2% 올랐다. 최근 미국 내 임대료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으나 새로운 임차계약이 지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Fed 당국자들은 이러한 주거비가 2% 물가안정목표 달성의 열쇠라고 판단하는 한편, 올해부터 새 임대계약 갱신에 따른 가격 인하분을 반영하며 둔화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가격도 한달새 0.4% 올라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전기료는 1.3%나 뛰었다. 자동차 보험료와 중고차 가격도 각각 1.5%, 0.5% 상승했다. 12월 시간당 평균 실질임금은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0.8% 올라 11월과 동일한 수준을 나타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12월의 놀랍도록 강한 CPI 수치는 2% 물가안정목표로의 복귀가 험난하고 마지막 단계(라스트마일)가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글로벌X의 존 마이어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CPI 반등은 경제회복의 예측이 불가능하고 거시경제 데이터가 불투명함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신호"라며 "Fed는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제약적 통화정책 기조를 잠재적으로 강화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2월 CPI 상승률이 3%대 중반으로 반등하면서 금리 인하 결정을 앞둔 Fed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Fed 3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한 연설에서 최근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목표(2%)와 거리가 멀다. 완전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자재, 상품 부문과 달리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Fed가 CPI보다 더 중요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11월까지 2.6%로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은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최근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여전히 오는 3월 인하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이날 CPI 발표 이후에도 Fed가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67%가량 반영 중이다.

같은날 공개된 실업지표 역시 여전히 견조한 노동시장을 재확인시켰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2월 31∼1월 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줄어든 20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가 전망치 21만건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현지언론들은 연말연시 노동 수요가 증가한 효과가 일부 반영됐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3만4000건으로 전주보다 3만4000건 줄었다.

한편 예상보다 강한 CPI에 뉴욕증시는 이날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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