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김정은 후계자’로 떠오른 딸 김주애

2024. 1. 12. 00: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 CSIS 키신저 석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후계자로 딸 김주애(10세 추정)가 유력하다고 국가정보원이 전했다. 김주애의 행동거지를 보면서 마치 옆집 동생 같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는 것 같지만, 김주애 관련 정보는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것으로 국한된다. 그래도 김주애가 세상에 소개된 방식을 통해 북한 정권이 얼마나 잔혹하고 위험한지 짐작할 수 있다.

김주애가 세상에 존재감을 처음 드러낸 것은 2022년 6월이다.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바뀐 호칭만 보더라도 커진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김주애처럼 아버지 김정은도 젊은 나이에 김정일의 후계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과 김주애의 등장에는 다른 유사성도 있다.

「 2년 전 첫 등장 이후 존재감 키워
위험한 무기들과 깊은 인연 맺어
공포·폭력의 백두혈통 이어갈까

글로벌포커스

김정은에게는 아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딸을 후계자로 지목한 듯하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김정은 자신도 형 김정철을 제치고 후계자가 됐다. 이를 통해 김주애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점이 있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성격이 얌전했던 형 김정철과 비교할 때 김정은은 다혈질의 꼬마였다고 한다. 김주애가 사랑스럽거나 귀여워서가 아니라 김정은처럼 무자비한 성향이 있기 때문에 후계자로 키워졌을 수 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폭격 도발을 김정은이 지휘했다는 보도를 기억하는가. 김주애는 이미 북한 정권의 가장 위험한 무기와 깊은 인연을 만들었다. 만리경 1호와 화성 18호 미사일 발사장에서도, 그리고 김정은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할 때도 김주애는 김정은 옆에 서 있었다.

김주애의 후계자 등극은 폭력도 불사하는 백두혈통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남성 위주 사회인 북한에서 이처럼 기저에 깔린 공포와 폭력은 어쩌면 여성 후계자에게 더 필요한 것일 수 있다. 김정은이 지휘한 연평도 포격과 같은 유혈 사태를 김주애가 진두지휘하는 그림도 전혀 놀랍지 않다. 이러한 폭력성은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자질이다.

일부 언론은 김주애의 등장이 만리경 1호와 화성 18호 미사일 발사를 통한 북한의 미사일 역량을 외부 세계에 뽐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김주애의 등장으로 전 세계 이목이 쏠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의 행동이 전 세계의 관심과 이목 집중만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북한 정권의 모든 도발 행위가 세계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북한 정권을 그냥 무시하거나 달래야 하는 철부지 어린아이로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적국에 충격과 공포를 주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시각 자체는 미국·일본·한국을 사정권에 두는 대량살상무기(WMD) 역량과 억지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주애의 후계자 등극은 잔혹성·폭력성과 공갈·협박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정은의 뒤를 이을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이는 김씨 일가가 북한을 통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는 왜 김씨 일가가 전 세계에서 최장기 집권 공산 독재 권력인지도 보여준다.

그렇다면 북한의 백두혈통은 어떻게 3대 세습을 넘어 4대 세습을 바라보게 됐을까. 필자가 보기에 마피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주의와 왕조 숭배 같은 프로파간다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김씨 일가는 마피아처럼 폭력의 도구를 통해 후계 구도를 구축해 왔다. 가장 성공한 마피아 두목은 가장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폭력적인 후계자를 양성한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배신자를 처단하라고 후계자에게 총을 건넨다. 가학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그래서 더 끔찍한 폭력적 성향의 후계자를 양성한다.

물론 아직은 김주애가 김정은과 같은 폭력성을 보이거나 앞으로 보일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김정은의 길을 가는 추세를 보자면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고르바초프나 덩샤오핑 같은 개혁적 지도자가 될 싹수도 보이지 않는다. 어린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하기에 썩 기분 좋은 예측은 아니다. 그러나 후계자로 떠오른 김주애가 북한 주민과 전 세계에 주는 함의를 놓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안보를 위해 중요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