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남들의 생각’에 내 삶을 맡기지 말자
기자 시절, 기사 판단을 잘못한 적이 있다. 후배 기자들이 어떻게 볼지 민망했다. 밤늦게 귀가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데, 대학생 딸이 자초지종을 듣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다들 자기 생활 하느라 바빠서 아직도 그 생각 하고 있는 건 아빠 한 사람 뿐일 거 같은데….”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넷플릭스)는 정신질환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그 중 하나가 공황장애에 관한 이야기다. 간호사인 주인공 다은(박보영)의 친구 유찬(장동윤)은 부모님의 치킨집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촉망받는 대기업 신입사원이던 그가 회사를 그만둔 것은 공황장애 때문이었다.
‘보고서 어떻게 됐어?’ ‘거래처 건 정리됐어요?’ ‘미리 받아서 보고 싶은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메신저 지시에 가슴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우리 큰 아들만 믿는다’는 엄마의 카톡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느덧 몸과 마음은 압박감 속에 허우적거리며 호흡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죽기 직전의 공포감이다.
원인은 ‘유능함을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와 ‘기대에 어떻게든 응답하고 싶다’는 모범생 기질이다. 업무에 필요한 것들이지만 도가 지나치면 테트리스에 벽돌 쌓이듯 누적되다 결국 폭발하게 된다. 특히 ‘남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불안과 초조는 영혼을 잠식해버린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나’는 증발하고 없다.
드라마는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말고,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숨쉴 구멍이 되어줄 이들을 만들어 놓으라”고 충고한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책임지려고 하지 말자. 남들이 날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그들에게 맡기고, 나는 내 삶에 최선을 다하자.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에 따라 살자. 그래야 숨쉬기가 편해진다. 숨쉴 구멍은 그들이 아닌, 내 코에 있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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