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코트의 날다람쥐 현대캐피탈 박경민

김효경 2024. 1.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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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리시브 효율 부문 1위에 올라있는 현대캐피탈의 리베로 박경민. 남자 현역 선수 중 최단신이지만, 몸을 날려 공을 걷어 올리는 민첩함이 뛰어나 ‘날다람쥐’로 불린다. 김경록 기자

"공이 뜨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쫓아갑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박경민(25)의 별명은 '날다람쥐'다. 공이 코트에 닿기 전에 몸을 날려 걷어 올리는 민첩함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시속 100㎞가 넘는 공을 척척 받아내는 모습이 탄성을 자아낸다. 11일 현대캐피탈의 훈련장인 천안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박경민은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몸을 날린다"고 했다.

남자부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단신(1m70㎝)인 박경민은 리베로(수비전문)다. 공격은 하지 않고, 상대 서브와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임무를 맡는다. 박경민은 리시브 효율 1위(10일 기준),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 3위에 올라있다.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활약 중이다.

2021~22시즌 베스트 7(리베로)을 수상했던 박경민은 "이 상을 한 번 더 받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실력있는 리베로가 많지만, 리시브 1위 자리는 끝까지 지키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경기 들어가기 전 마음가짐이 지난해보다 여유로워졌다. 지난 시즌엔 불안하고 급했는데, 그 부분이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박경민의 특기는 '허슬 플레이'다. 빠른 발과 순발력을 활용해 코트 끝까지 뛰어가 공을 걷어 올린다.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다 광고판에 몸을 부딪친 적도 맞다. 박경민은 "부상을 두려워하고 뛰는 선수는 없을 거다. 경기 때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공이 뜨면 무조건 쫓아간다"고 했다.

리베로는 공격수에 비해 화려하지 않다. 박경민은 "나는 주목받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리베로가 맞는 것 같다. 궂은일이라 빛나진 않아도, 팀원들은 힘든 걸 알아준다"고 했다.

뛰고, 구르고, 몸을 날리다 보니 온몸이 상처로 가득하다. 박경민은 "공을 받아내려면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래서 허리가 많이 아프다. 잔 부상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과격한 동작이 자주 나오니까 경기 전에 꼼꼼히 스트레칭을 한다. 잘 넘어지는 것도 기술"이라고 했다. 비시즌 기간 대표팀까지 다녀와 휴식이 짧았던 박경민은 "아직 젊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즌 초반엔 힘들었다"고 했다.

박경민은 프로 데뷔시즌인 20~21시즌부터 매년 정규시즌 전경기(36경기)를 뛰었다. 올해도 22경기를 모두 소화하면서 130경기 연속 출장중이다. 박경민은 "아직 네 시즌을 못 채웠다. 이제 시작이다. 대선배들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오현 플레잉코치와 함께 뛰고 있는 박경민은 "구단, 감독, 코치님이나 필요로 할 때까지 배구를 하고 싶다. 여 코치님 나이까지 할 수 있다면 좋다"고 했다.

박경민의 MBTI는 ISTJ다. 현실주의자적이고, 감정보다는 논리를 따지는 성격이다. 박경민은 "운동할 때는 정말 T(계획적인 성격)다. 계획대로, 시간대로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냉철하게 판단한다. 그래도 친구들과 있을 땐 조금 더 유연해진다"고 미소지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배구를 한 박경민의 첫 포지션은 세터였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때 리베로로 전향했다. 박경민은 "공격수는 할 수 없어 세터가 됐다. 그런데 키가 자라지 않아 고민이었다. 세터를 하면 프로에 갈 확률이 0%라고 생각했다. 리베로로 바꾼 게 신의 한 수가 됐다"고 했다.

박경민은 2017년 청소년 선수권대회 4강 멤버다. 당시 주축이었던 1999년생 동갑내기 임동혁(대한항공)·임성진(한국전력)·김지한(우리카드)과 함께 활약했다. '99즈'라 불리는 4명은 성인 대표팀에서도 함께 뛴다. 하지만 V리그에선 친구들의 공격을 받아내야 한다. 박경민은 "세 명 모두 팀의 에이스라 연구를 많이 한다. 경기 전 인사할 땐 '살살 때리라'고 농담도 한다"며 웃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현대캐피탈은 3라운드까지 하위권을 전전했다. 성적 부진의 여파로 최태웅 감독이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하지만 최근 5연승을 달리면서 순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박경민은 "너무 힘들었다.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며 "베테랑 형들이 후배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3~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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