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컷칼럼] 한동훈 이후의 검찰

최현철 2024. 1. 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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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전 검찰총장은 2년의 총장 임기를 두달 반쯤 남겨둔 시점에 법무부 장관으로 임용됐다. 이전까지 27명의 총장 중 절반가량이 법무부 장관에 등용됐으니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김태정 총장의 경우엔 유독 우려와 논란이 컸다.

검찰 중립 위해 총장 임기제 도입
우선 1988년 도입된 검찰총장 임기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았다. 수사에 관한 한 법무부 장관은 총장을 통해서만 지휘할 수 있다. 당시에는 검사동일체 원칙도 살아 있었다. 총장의 중립이 곧 검찰의 중립이었다. 그런 총장의 임기를 보장해줄 테니 대통령과 정치권의 눈치 보지 말고 중립적으로 수사하라는 것이 임기제의 취지다.

그런데 첫 수혜자인 22대 김기춘 총장부터 임기가 끝나자 다음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이 됐다. 그는 14대 대선 직전인 1992년 12월 부산의 초원복집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관권선거를 주도했다. 그 자리에는 현역 부산지검장도 참석했다.

「 "장관 발탁 후 야당만 수사" 지적도
도이치·50억클럽 지체로 특검 자초
체질 바뀐 검찰, 정치중립 지켜내야

그로부터 3년 후 26대 김도언 총장은 퇴임 나흘 만에 여당 지구당위원장이 됐고, 이듬해 총선에서 당선됐다. 결국 여야가 합의해 검찰총장은 퇴임 후 2년간 다른 공직에 오를 수 없고, 정당 활동도 할 수 없도록 검찰청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자마자 김도언 총장의 후임인 김기수 총장이 고검장 7명과 함께 위헌 소송을 냈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여 법이 폐기됐다. 이런 와중에 또 현직 총장을 장관에 기용했으니 논란은 당연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장관이 되자마자 옷 로비 의혹과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이 잇따라 터져 2주 만에 사퇴했다. 검찰의 흑역사만 더한 셈이다.

김태정 이후 총장들 퇴임후 공직 자제
이후 검찰총장들은 퇴임 후 장관은 물론이고 일체의 공직을 맡지 않았다. 물론 그 뒤로도 검찰은 사정정국을 조성하는 등 정권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도 검찰의 수장들이 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하며 만든 긴장감은 검사들이 정권 내부 비리를 파헤칠 여지를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장관을 향해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당당히 외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검사의 정치 행보가 25년 만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총장이 아니라 고검장과 검사장, 부장검사까지 다채롭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에 임명되자마자 고향인 창원의 동문들에게 '인사' 문자를 돌리고, 간신히 징계를 면하자 조롱하듯 곧장 사표를 내민 사례(김상민 대전고검 검사)도 나왔다. 현직 지청장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치인을 접촉했다 좌천되는가 하면(박대범 광주고검 검사), 재판 중이라 사표 수리가 안 돼 현직(이성윤·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인데도 출판기념회 등에서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적 발언을 거리낌없이 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들이 최소한 중립적으로 보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체질 바뀐 검찰, 살아있는 권력 수사 가능할까

윤 대통령은 현직 검사장이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총장이 아니라 검사장을 발탁했으니 정치적 중립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형식논리일 뿐이다. 한 장관의 재임 중 검찰의 특수수사는 야당 대표를 탈탈 터는 데 주력한 인상만을 남겼다. 반면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대장동 50억 클럽은 질질 끌다가 특검법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우려한 대로 검찰이 중립이 아닌 정권과의 일체를 택한 것이란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검사들의 일탈 행보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할 것 같다.
이제 한 전 장관은 여당의 실질적 대표인 비대위원장이 돼 검찰을 떠났다. 그가 있는 동안 체질이 바뀐 검찰이 앞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글=최현철 논설위원 그림=윤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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