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기기 제어하는 시대 머잖아 열린다

김남중 2024. 1. 1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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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뉴럴 링크
임창환 지음
동아시아, 272쪽, 1만7000원
인간의 뇌에 ‘브레인 칩’을 삽입한 모습. 동아시아 제공


“생성형 AI보다 조금은 조용히, 하지만 어쩌면 더 거대한 혁명이 이 순간 벌어지고 있다.”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말한 ‘AI보다 더 거대한 혁명’이란 ‘BCI(brain-computer interface)’를 말한다. 한국어로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라고 번역하는데, 뇌파를 측정해 뇌의 신호를 컴퓨터로 해석하고 이를 이용해 외부 기기를 제어하거나 외부와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거나 사용자의 뇌 상태를 추정하는 기술이다.

‘뉴럴 링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역사와 개념을 소개하는 책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분야 연구를 시작한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가 쓴 입문서다.


임 교수는 “지금의 추세라면 2030년이 되기도 전에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이 종료되고 많은 장애인들의 머릿속에 ‘링크’가 삽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2017년 창업한 뇌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에서 개발하고 있는 뇌 삽입형 칩이다. 뉴럴링크는 설립 3년 만에 혁신적인 뇌 이식형 인터페이스 장치를 발표했고, 그로부터 다시 3년 뒤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인체 대상 임상시험 허가를 획득했다.

책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발전해온 과정을 보여주면서 현재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을 설명한다. 또 이 기술이 적용되는 방향과 파급력, 논란 등을 폭넓게 소개한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는 개념은 UCLA의 자크 비달 교수가 1973년에 처음 제안했다. 그는 뇌 활동을 전기적인 신호인 뇌파 형태로 측정할 수 있고, 측정된 뇌파 신호 안에서 서로 다른 정신적 활동이 지닌 고유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신호 패턴이 신뢰도를 갖는다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봤다.

2011년에는 미국 컴퓨터공학자 티모시 버스바이스가 예쁜꼬마선충의 신경세포 지도를 바탕으로 이 선충의 움직임을 컴퓨터 안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USC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는 같은 해 쥐의 뇌 중 해마 부분에 이식하는 ‘해마 칩’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뇌파를 통해 생각만으로 드론을 제어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뇌파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뇌파 측정 장치를 뇌 속에 삽입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이 기술의 일차적 수혜자는 루게릭병 환자 등 장애인들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팔다리는 물론이고 주변 사물들을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뇌파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하면 상상한 말을 음성으로 합성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입을 통하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이 기술이 뇌의 특정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지 증강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특히 논란이 될 수 있다.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로는 계산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브레인 칩을 개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위적으로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윤리적인 문제만 극복할 수 있다면, 언젠가 자신의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꺼이 두개골을 열고 브레인 칩을 삽입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생겨날 것이다.”

회사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브레인 칩 이식을 강제할 가능성도 있을까? 아직 먼 미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두개골을 열고 브레인 칩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

인류는 지금 타고난 신체를 기계로 대체하고 ‘트랜스휴먼’으로 나아가는 중인지 모른다. 그래서 뇌공학자들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인류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물결이라고, AI의 등장만큼이나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혁명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860억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에 달하는 시냅스로 구성된 인간의 뇌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고 저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발달에 힘입어 뇌의 신호를 읽어내는 범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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