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바뀌는 日 지폐…식민지 경제 침탈 주역이 1만엔권에… [JAPAN NOW]
일본은 규모 7.6을 넘어서는 지진, 이튿날에는 도쿄 하네다공항에서의 비행기 충돌 화재로 새해를 어수선하게 시작했다. 혼슈 서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은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낳고 여진도 이어지고 있어 일본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일본이 올해 기대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오는 7월 3일 정식 발행되는 새로운 지폐다. 일본은 위조 방지를 위해 대략 20년마다 새 지폐를 발행하는데, 올해 7월에도 새 지폐가 시중에 풀린다. 일본 지폐는 1만엔권, 5000엔권, 1000엔권 등 세 종류인데(2000엔권이 있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새 지폐 발행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3명의 인물 모두 바뀌게 됐다.
새 1만엔권에는 일본 메이지 시대 경제 관료를 거쳐 여러 기업 설립에 관여해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년)의 초상화가 들어간다. 그는 일제 강점기 경성전기(한국전력의 전신)의 사장을 맡기도 했다. 5000엔권에는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쓰다 우메코(1864~1929년), 1000엔권에는 일본 근대 의학의 기초를 놓은 기타자토 시바사부로(1853~1931년)의 초상이 각각 새겨진다.
올해 발행되는 새 지폐에 들어가는 인물은 2019년에 선정됐다. 당시는 역사관이 보수적인 아베 신조가 총리를 맡고 있었던 때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서는 식민지 경제 침탈에 앞장서온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1만엔권의 주인공이 된 것에 대해 불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ATM·자판기 이용 당분간 혼선
그는 일본에서는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정경유착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국가 주도 자본주의를 통해 경제 발전과 근대화를 이끌었지만 이는 결국 전쟁을 일으킬 토대를 구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1902~1904년 구한말 일본 제일국립은행이 대한제국에서 발행한 1원, 5원, 10원권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 은행은 시부사와의 소유다. 한국에서는 구한말 철도와 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침탈에 앞장선 인물로 비판받지만 그는 일본에서 일본 경제를 성장시키는 기본 틀이 됐다는 평가다.
인물 논란이 있지만 일본은 새 지폐를 통해 소비 진작을 기대한다. 또 일본 노년층은 이자가 거의 없는 은행 대신 현금을 집에 쌓아놓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장롱 예금(단스 예금)’이 이번 기회에 햇빛을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화폐 사용을 위해서는 은행·편의점 자동입출금기(ATM)와 자판기 등 시설 교체는 필수다. 이로 인한 투자로 간접적인 경제 활성화도 이뤄질 것이라 일본 정부는 예상한다. 하지만 일반인 생각은 다르다. 새 지폐가 나올 때마다 ATM과 자판기 이용하기가 지긋지긋하게 불편해서다. 일본의 경우 자판기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들이 흔히 이용하고, 편의점 ATM은 생활필수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폐 교환기마다 새로운 지폐가 사용되는 기계와 그렇지 않은 기계가 서로 섞여 혼란이 벌어지는 게 일상이다. 일본 정부가 당분간 기존 지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새 지폐 발행에 대한 여론이 결코 좋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2호 (2024.01.10~2024.0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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