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전기차’ 나온다…3000만원대 속속 [CAR & DRIVE]
갑진년 새해에도 치열한 신차 전쟁이 예고돼 있다. 주목받는 키워드는 ‘보급형 전기차’다. 전기차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평가받는 ‘가격 부담’을 크게 낮춘 가성비 모델이 대거 출격 대기 중이다. 차체 크기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터리를 탑재,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기차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보조금 적용 시 2000만~3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예정이다. 2023년 판매가 주춤했던 전기차 시장이 올해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볼보 EX30도 상반기 인도 예정
현대차는 조만간 경형차 SUV 캐스퍼의 전동화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가칭)’을 공개할 계획이다. 크기는 기존 캐스퍼와 같지만 배터리·모터 등 핵심 부품은 지난해 9월 출시 후 큰 인기를 끌었던 기아 ‘레이 EV’와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배터리보다 주행 거리는 짧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인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보조금 수령 시 2000만원대에서 구입 가능할 전망이다. 레이 EV는 현재 1000만원대 후반에서 2000만원 중반에 실구매가 가능하다.
기아가 새해 내놓기로 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소형 전기 SUV인 ‘EV3’, 하반기에는 준중형 전기 세단 ‘EV4’를 선보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기아 EV 데이’에서 EV3와 EV4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기존 중대형 SUV 라인업인 EV6와 EV9에 이어 소형과 준중형 SUV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활용한 차량 중에서 소형 모델이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조금 적용 시 EV4는 4000만원대, EV3는 3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아는 중국에서 준중형 SUV EV5를 최저가 2700만원에 선보인 바 있다.
KG모빌리티(KGM)는 지난해 9월 선보였던 국내 최초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토레스를 기반으로 한 새 전기 픽업트럭 모델도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명은 ‘O100’으로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전면부 디자인은 토레스 EVX와 비슷하지만 후방에 적재함을 달아 실용성을 높인 모델이다. 토레스 EVX에 도입됐던 V2L도 적용된다.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기술이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도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준비 중이다. 르노코리아는 신차 개발 프로젝트인 ‘오로라’의 첫 모델로 하이브리드 SUV를 올 하반기 시장에 선보인다. 한국GM은 캐딜락 브랜드 준대형 전기 SUV ‘리릭’, 쉐보레 준중형 SUV ‘이쿼녹스’의 EV 모델의 국내 도입을 예고했다.
수입차 브랜드도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한다. 4000만원대 수입 전기차로 화제몰이를 한 볼보 소형 SUV ‘EX30’은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1000대 계약을 기록하며 관심을 증명했다. 본고장인 유럽에서 ‘2023년 올해의 차’에 뽑혔고 최근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가 ‘12월의 차’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리자동차와 함께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SEA-A’를 적용한 덕분에 가격을 크게 낮췄다. 이전 전기차 모델인 ‘C40 리차지’보다 200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BMW는 올해 상반기 쿠페형 SUV X2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 ‘iX2’, 하반기에는 주력 쿠페·컨버터블 모델인 4시리즈의 전기차 모델 ‘i4’를 선보일 예정이다. BMW 산하 미니(MINI)도 ‘미니 일렉트릭’과 ‘미니 컨트리맨 일렉트릭’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도 첫 전기차
완성차 브랜드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가격을 낮춘 전기차 모델을 준비 중인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기존 전기차 모델이 높은 가격 탓에 소비자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비싸다. 이런 기조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6561만원이었던 국내 판매량 상위 전기차 평균 구매 가격은 2023년 상반기에는 7934만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 평균 구매가가 3734만원에서 3876만원으로 4% 오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여기에 최근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값비싼 전기차 수요가 더 줄었다.
주춤한 전기차 판매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4만9939대로 전년 동기보다 3.8% 줄었다. 2021년 115%에 달했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2년 61%까지 감소하더니 지난해는 역성장을 눈앞에 두게 됐다. 전체 친환경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35.9%에서 2023년 30%까지 줄어들었다. 2022년 약 26만대에서 지난해 약 34만대까지 늘어나며 덩치를 키운 하이브리드(HEV) 판매에 완전히 밀린 형국이다.
중국 전기차의 약진도 최근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가 전 세계를 호령 중이다. 2023년 4분기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사상 최초로 테슬라를 꺾고 분기별 전기차 판매 1위에 등극했다. ‘3만달러 전기차’로 유명한 비야디 ‘돌핀’을 필두로 저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연간 판매량에서도 BYD가 테슬라를 앞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전기차 평균 가격은 약 4568만원으로 유럽 전기차 평균 가격 대비 절반에 그친다. 올해는 BYD가 3000만원 이하 중저가 전기 승용차의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업계에 퍼져 있다.
중국 전기차 굴기는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높은 가성비 덕에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 기업 샤오미도 전기차에 뛰어들었다. 샤오미는 자동차 제조 계획을 발표한 이후 최근 첫 번째 전기자동차의 실물 사진을 공개하면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델명은 ‘SU7’로 삼각형 모양의 전조등과 한 줄로 이어진 후미등, 트렁크 끝에는 가변식 전동 스포일러가 장착됐다. 중국 당국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SU7은 전장 4997㎜, 전폭 1963㎜, 전고 1440㎜, 축간 거리가 3000㎜인 중대형 세단이다. 전원 장치로 73.6㎾h와 101㎾h 배터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8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3000만원대 수준일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중국 IT 기업 화웨이도 지난해 11월 중국 5대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럭시드 S7’을 선보였다. 럭시드 S7은 화웨이가 개발한 전기 모터로 구동되며 단일 모터 기준 최대 215㎾ 출력을 제공한다. 배터리는 CATL에서 생산되며 LFP 배터리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중국 자동차 기업 장화이자동차(JAC)가 저렴한 ‘나트륨이온(sodium-ion)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내놓는다는 소식도 최근 전해졌다. JAC 산하 ‘이웨이(Yiwei)’ 브랜드에서 새로 선보이는 나트륨이온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2024년 1월 첫 배송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여러 외신에서 나왔다. 지난 4월 상하이 오토쇼에서 선보였던 E10X 모델로 배터리 용량은 25㎾h로 1회 충전 시 최대 252㎞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매장량이 풍부하다.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대중화될 경우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원자재 비용을 30~4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도 중국 전기차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 중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1~11월 한국 전기차 수입액은 총 21억3200만달러였다. 국가별로 따지면 독일(8억7100만달러), 중국(5억8000만달러), 미국(5억400만달러) 순이다. 그중 중국 전기차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수입액이 257.7%나 늘어나며 지난해 2위였던 미국을 제쳤다. 특히 중국 상하이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이 지난해 7월 국내에 상륙하면서 중국산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덕에 미국 생산 모델보다 2000만원 이상 가격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
올해 보조금 100만원 줄어들 듯
전기차 보조금 축소도 완성차 브랜드가 저가 전기차를 내놓는 요인 중 하나다. 가뜩이나 가격이 비싼데 보조금까지 줄어들다 보니,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올해 환경부 전기차 보급 지원 예산을 총 1조7340억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1조9180억원에서 10% 가까이 축소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대당 평균 500만원 선이었던 전기차 국고보조금이 올해는 400만원 선까지 100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전기차 지원금은 매년 줄어드는 흐름이다. 2017년 대당 1400만원이던 국고보조금(최대 지급액)은 2018년 1200만원, 2020년 820만원, 지난해는 680만원까지 줄어들었다. 정부 전기차 국고보조금 감소와 함께 보조금 소진율이 떨어지며 올해 지자체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 역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면서 올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이 대폭 축소됐다. 영국과 스웨덴, 중국은 이미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다. 전 세계적인 보조금 축소로 각국 완성차 브랜드 모두 가성비 전기차 개발·판매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 요금 인상도 부담이다.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 특례가 종료되면서 충전 요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공공 전기차 급속 충전기(100㎾ 이상) 요금을 기존 ㎾h당 309.1원에서 347.2원으로 올린 바 있다. 최근 한국전력 만성 적자에 따라 추가 인상 우려도 팽배하다. 전기차 최대 강점이었던 저렴한 유지비에도 문제가 생긴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크기를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추는 저가 전기차 경쟁은 보조금 축소와 무관하지 않다. 가격 부담을 완화해주던 보조금이 줄다 보니 가성비 관점에서 소비자 외면을 받는다”며 “2024년에는 중저가 전기차가 대거 등장하면서 하이브리드차와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2호 (2024.01.10~2024.0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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