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신용 ‘A+’…현대카드의 ‘넥스트 드림’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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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매직’은 계속된다

현대카드가 최근 일본에서 현지 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한국 카드사 중 유일하게 일본 신용등급을 보유한 카드사가 됐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저금리 금융 환경인 일본에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행보를 펼쳐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관련 신용카드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JCR 신용등급 획득 뭐길래

신용카드사 해외 진출 교두보

한국 금융사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는 중국, 동남아 등 일부 지역에 그친다. 일본은 선진국에서도 특히 어려운 시장으로 인식된다. 그나마 재일동포가 대주주인 신한금융그룹 정도가 일본에서 준수한 영업이익을 내는 정도다.

금융업 중에서도 신용카드, 즉 여신금융업계에서는 해외 진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비자, 마스터 등 해외 브랜드가 이미 글로벌 망을 깔아뒀고 그 망을 기반으로 각국 현지 대기업과 여신전문 금융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국내 신용카드 업체 사이에서는 “해외 사업은 끼어들 틈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현지 금융사가 받는 신용등급을 한국의 현대카드가 받았다고 하니 업계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참고로 현지 신용평가사 JCR은 현대카드 기업신용등급을 ‘A+’, 등급 전망은 ‘긍정적(Positive)’으로 평가했다.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자회사는 모기업보다 한 등급 아래 신용등급을 부여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같은 등급을 받았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현대카드가 국내에서 건실한 실적을 올린 덕이 크다.

2023년 초 현대카드는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 도입을 발표하며 금융테크 기업 이미지를 확고히 다졌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덕분에 애플 ‘아이폰’ 점유율이 덩달아 올라 애플 본사 역시 만족한다는 후문. 더불어 애플페이 가맹점 수입도 늘어나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별 맞춤형 쿠폰,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 출시(2021년 4월) 2년 만에 90만명 가까운 이용자를 모은 것도 화제가 됐다. 2022년 말 연회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20만원 상당 바우처 제공, 추가로 실적 1000만원당 10만원 상당 바우처 제공 등 파격 혜택을 갖춘 ‘더 레드 스트라이프’ 카드를 선보이면서 다시 한 번 프리미엄 카드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도 눈길을 끈다.

이 같은 행보는 업계 순위 판도 변화로 이어졌다. 2023년 4월에 이어 하반기(9~11월)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 기준 2위에 올라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용판매 취급액은 국내와 해외에서 개인이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한 일시불·할부 결제 금액을 집계한 용어다. 통상 전업 카드사 시장점유율(MS) 측정 기준으로 쓰인다. 특히 2023년 10월 기준 현대카드 신용판매 취급액은 11조9억원으로 1위 신한카드(12조원)와 격차도 확 줄였다.

내실도 잘 다졌다. 2023년 들어 대부분 카드사가 역성장하는 가운데 현대카드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은 2022년보다 9% 성장한 225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연체율은 업계 최저 수준인 0.63%(30일 이상, 금감원 공시 기준)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업황 가운데서도 순이익과 자산건전성 모두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평이다.

이처럼 현대카드가 수익성과 건전성 양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인정받자 일본 현지에서도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日서도 ‘정태영 매직’ 통할까

이미 IT 시스템 일본 수출

“현대카드는 2015년 업계 최초로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 전용 신용카드)를 선보이고 2023년 초 한국 카드사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등의 비즈니스로 1179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거래 규모가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돌고 수익성 또한 높다.” JCR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현대카드는 향후 일본에서 어떤 행보를 하게 될까.

당장 기대해볼 수 있는 사업은 PLCC다. PLCC는 특정 기업과 손잡고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주도한 전략으로 국내에서는 대한항공, 신세계, 무신사, 배민 등 업계 선두 주자와 맞춤형 카드를 만들어 ‘그들만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록인 효과(자물쇠 효과, 단골 고객 확보·관리)’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PLCC 전략은 일본에서도 먹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데믹 이후 양국을 오가는 한일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K팝, K컬처 등은 동시 발매, 구매 등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 또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국 흥행, 일본 차 선전 등으로 인해 양국 소비자 간 친밀도도 높아졌다. 따라서 일본 현지 유통 채널, 브랜드와 빠른 시일 내 PLCC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업계 예상이다.

여기에 더해 IT/테크 사업에서도 현대카드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IT 자체 시스템인 ‘H-ALIS(Hyundai Advanced Library Card Information System)’를 일본 신용카드 시장에 수출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현대카드는 일본의 종합결제 서비스 업체 ‘GMO페이먼트게이트웨이(PG)’ 등과 현대카드의 IT 시스템 H-ALIS를 일본 내 신용카드 사업자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H-ALIS는 20여년간 쌓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카드 거래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매입, 매출, 입출금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만든 현대카드 고유 시스템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 AI와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마케팅이 기존 마케터가 추천할 때보다 6배 높은 효율을 내면서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이용액(월평균 119만원, 2023년 10월 기준)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건전성 관리에서도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연체율을 꾸준히 0%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2호 (2024.01.10~2024.0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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