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블랙핑크 음반도 나를 通한다 [영업이익 강소기업]
2023년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3% 넘게 오른 음반 회사가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 PLUS(이하 YG플러스)다. YG플러스는 지난해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한 분기 ‘반짝’ 성적이 아니다. 2023년 연간 내내 높은 실적 상승률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만 1730억원으로 2022년 전체 매출 1402억원을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거둔 영업이익은 220억원에 달한다. 2022년 전체 영업이익(103억원)의 2배 수준이다.
하이브와의 ‘전략적 동맹’으로 훨훨
YG플러스가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2가지 이유가 자리한다. 수익원 다각화와 전략적 동맹이다.
YG플러스는 단순한 음반 회사가 아니다. 음반 제작, 유통 사업에 뛰어든 이후 시장 변화에 맞춰 사업 범위를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 YG플러스의 주력 사업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음악 서비스, 상품 매출, 용역 매출이다. 세 가지 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한다.
음악 서비스 부문은 음원 유통, 네이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VIBE’ 위탁 운영이 주력이다. 현재 YG플러스 매출의 약 45%가 음악 서비스에서 발생한다.
음원 유통은 가수들이 발표한 곡의 디지털 파일을 시장에 유통하는 사업이다. 가수와 제작사가 음원 파일을 만들면 유통사를 거쳐 주요 스트리밍 업체를 포함한 소비자에게 음원이 전송된다. 유통사는 이 과정에서 제작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점유율 기준으로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을 보유한 카카오엔터가 음원 유통 시장 1위다. YG플러스는 카카오엔터에 이은 2위 사업자다. 2022년까지 3~4위를 오갔지만, 2023년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YG플러스는 네이버가 만든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VIBE’의 위탁 운영도 맡고 있다. VIBE는 월간 사용자 수(MAU)가 91만명에 달하는 거대 플랫폼이다. 음원 유통 분야 강자인 멜론과 유튜브 뮤직보다 규모는 작지만, 사용자층이 탄탄해 ‘알짜’라고 평가받는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와 연계한 상품이 많아 성장세도 높다. VIBE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위탁 운영을 맡은 YG플러스 실적이 덩달아 상승했다.
상품 매출 사업은 소속 아티스트·IP 관련 상품(굿즈) 판매와 음반 인쇄 제작이 주를 이룬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다. 이 중 주력은 포토 카드, 응원봉 등 굿즈 제품 판매다.
YG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굿즈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인기를 보유한 YG 소속 아티스트인 ‘블랙핑크’와 ‘트레저’가 매출을 견인했다. 해당 가수의 굿즈를 파는 팝업스토어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도시에 줄줄이 열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전체 매출 중 15%는 용역 매출에서 발생한다. 음반 유통, IP 라이선스 매출, 에이전시 매출 등이 포함됐다. 음반 유통 매출은 아티스트의 음반 유통에 따른 수수료 매출이다. IP 라이선스 매출은 YG엔터가 보유한 IP 사용 계약에 따른 로열티에서 나온다.
YG플러스 실적을 ‘퀀텀 점프’로 이끈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사인 하이브와의 전략적 제휴다. 2020년부터 YG엔터와 하이브는 전략적 제휴를 맺은 관계다. YG 소속 아티스트들이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입점하는 대신,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음원 유통은 YG가 맡기로 했다. 덕분에 YG플러스는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 음원 유통을 전담하고 있다. 하이브는 YG플러스에 지분 투자까지 한 상태다. 위버스컴퍼니(10.23%)와 하이브(7.67%)가 각각 지분을 보유 중이다. 보유 지분 17.9%의 하이브는 YG엔터(30%)에 이은 2대 주주 자리에 올라 있다.
2023년 들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YG플러스가 수혜를 입었다. 전통의 강자인 남성 아이돌 그룹 BTS와 세븐틴의 앨범 판매량이 굳건한 가운데, 여성 아이돌 그룹 뉴진스와 르세라핌 인기가 폭발하면서 매출이 상승했다. YG플러스 관계자는 “하이브와 YG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2023년 YG플러스는 타 회사를 제치고 음반 시장점유율 41%를 차지하며 1등 사업자로 등극했다.
모회사 YG 리스크는 조심
엔터업계와 증권가는 추후에도 YG플러스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회사 주력인 음악 서비스 사업 성장세가 뚜렷한 데다, 굿즈 제작 사업 역시 순항하고 있어서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음악 서비스 부문은 YG 소속 신인 아티스트의 음반 성장세와 음원 흥행에 힘입어 2024년에도 성장할 것이다. 음반과 MD 제작 사업도 흐름이 좋다. 음반과 MD는 제작 원가가 낮다. 모회사(YG엔터)의 물량을 받고 타 기획사의 외주까지 받으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음악·음반 유통을 넘어 IP 라이선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YG 소속 가수를 위한 신규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성장 방안을 진지하게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자회사 특성상 모회사 상황에 따라 회사 수익과 주가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모회사인 YG엔터는 현재 주요 가수들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오랜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걸그룹 블랙핑크의 경우, 그룹 활동에 대해서만 계약을 맺고 개인 활동 계약은 전원 무산됐다. 그룹 활동만 YG에서 이어나가고 개별 활동은 각자 소속사에서 이어간다는 의미다. IP, 굿즈 판매 전략 등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또 YG 음원·음반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수 지드래곤이 지난해 10월 마약 논란이 터진 전후 소속사를 바꿨다. 막대한 매출을 책임지던 대형 가수 두 팀의 이탈은 YG플러스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드래곤 이적, 블랙핑크 개인 재계약 무산 이후 YG플러스 주가는 급락했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YG플러스는 외주 제작 물량이 있어 YG엔터보다는 상황이 낫다. 그러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모회사 소속 가수들 활약이 필수적이다. YG엔터 소속 신인 그룹인 베이비몬스터와 트레저의 성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2호 (2024.01.10~2024.0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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