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남편 사건' 공방 판사 직접 맛봤다…"박하향에 아린 맛"
“손에 한 방울 떨어뜨려서 혀에 대보시고, 물에 섞어서 냄새도 맡아보세요.”(니코틴 남편 살인 사건 변호인)
대법원이 구체적 살해 방법이 뭔지 입증이 덜 됐다며 돌려보낸 ‘니코틴 남편 사건’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이 열린 수원고법 801호 법정. 재판장과 수사검사가 직접 니코틴 용액의 향을 맡고, 시음하는 일이 벌어졌다.
변호인 항변에 니코틴 직접 맛본 판사 “아린 맛 맞다”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아내 A씨의 변호인이 “니코틴 용액의 냄새와 맛 때문에 피해자가 몰래 음식에 타는 방법으로 살해할 수 없다”며 범행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니코틴을 증거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A씨의 변호인은 “니코틴 한 방울을 혀에 대봤는데 아린 맛이 느껴졌다. 남편 B씨가 숨질 정도로 니코틴 용액을 마셨다면 더 강한 감각적 반응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코틴의 맛을 남편 B씨 사망이 아내에 의한 니코틴 독살이 아닌 자살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극소량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변호인의 말에 재판장은 법원 경위를 시켜 물과 컵을 가져오게 한 뒤 니코틴 용액을 살짝 혀에 대고, 물에 탄 뒤 냄새를 맡았다. 이후 “박하향이 세게 나면서 아린 맛이 난다”고 평가하며 “검사님도 한번 경험하겠느냐?”고 권했다. 검사도 직접 향을 맡아보고, 종이컵에 담긴 물에 용액을 몇 방울 섞어 마셔보았으나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강영재 고법 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결심에서도 검찰과 변호인은 숨진 남편 B씨의 사인을 놓고 또다시 맞붙었다.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니코틴을 음용하게 해 살인했다고 판단한다”며 “피해자는 사망 전날부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까지 다녀온 상태였기에 복통과 설사 증세가 니코틴으로 인한 것인지 의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가 쓰러지면서 큰 소리가 났을 텐데 수면 장애가 있다는 피고인이 아무런 소리를 못 들었다고 진술한 것에 의문이 든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은 계속해서 피해자가 ‘응급실을 다녀온 후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응급실에서 귀가하며 자식에게 ‘아빠가 아파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등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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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살인” 변호인은 “극단 선택” 맞서
반면 변호인은 검찰과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주장하며 피고인이 무죄라고 강조했다. A씨 측 변호사는 “검찰이 파기환송 이후 찬물과 흰죽에 니코틴을 섞어서 살해했다고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이는 앞서 장기간 재판에서 한 번도 주장하지 않았던 살인 방법으로 그동안 검찰 수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하면서다. 이어 “처음부터 수사기관에서 범인을 잘못 지목해 수사가 진행된 사건”이라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민트색 수의를 입고 흰색 마스크를 쓴 A씨는 법원이 최후 진술 기회를 주자 “법원에 오는데 검찰청 앞에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봤다. 그걸 보고 원망스러웠다. 진실이 꼭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오열했다.
한편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을 넣은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 B씨를 니코틴 중독으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이용한 범행 모두를 인정했고, 2심은 찬물을 이용한 범행만 유죄로 인정했는데, 지난해 7월 대법원은 “니코틴 복용 방법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은 내달 2일 오전 10시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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