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사라던데요”… 활개친 비전문가들에 주식 ‘요동’

이광수,김준희 2024. 1. 1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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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금융교육, 빈곤의 시작] ③ 득세하는 비전문가


“유튜브에서 사라던데요?” 지난해 국내 증시를 강타한 이차전지 기업 에코프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A씨(34)는 ‘에코프로 실적 전망을 알고 투자했느냐’는 질문에 “기업 실적이 중요하냐”면서 이같이 반문했다. 주식 투자 경험이 전혀 없던 그는 지난해 이차전지 기업 주가가 앞으로 더 크게 오를 것이라며 한 유튜버가 추천한 에코프로를 샀다. 현재 손실구간이지만 기다리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유튜버 말을 믿고 기다리는 중이다.

부실한 금융교육의 빈자리는 모니터 속 유튜버들이 채우고 있었다. 11일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2022년 말 성인 2000명(만 19~41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3명(29.9%)은 금융과 투자 정보를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취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기준 10~30대에서는 유튜브 월간 실사용자 수(MAU)가 카카오톡을 제치며 전체 1위를 기록한 것을 고려할 때 금융 교육을 유튜버에게 받는 경우는 더 많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튜브를 통해 유통하는 정보를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비전문가들이 공공연하게 허위 투자 정보를 전달하지만 이들 주장의 진위 등을 판단할 정도로 금융지식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이를 그대로 믿고 따랐다가 큰 투자 손실을 보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18일 돌연 하한가로 주저앉아 고점 기준 90% 넘게 폭락한 영풍제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풍제지 폭락 전까지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는 “삼성이 영풍제지를 인수할 것”이라는 허위 정보를 유통하며 시세 조작을 주도했다. 해당 유튜버의 말만 믿고 영풍제지를 산 개인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됐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유튜브 주식 채널이 막연한 장밋빛 전망을 일방적으로 유포하며 폭락 후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대중을 자극하는 유튜브 주식 채널의 위험성을 잘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보는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영풍제지 인수설’과 같은 허무맹랑한 주장을 믿을 정도로 유튜버를 신뢰했다. 이렇다 보니 주요 금융회사 투자설명회에도 흥행을 위해 유튜버를 섭외하는 것이 유행일 정도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유튜버를 섭외하면 준비한 좌석을 모두 채울 정도로 투자자들이 온다”며 “똑같은 얘기를 해도 (전문가 강연과 달리) 유튜버의 말 한 마디까지 메모하면서 들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기존 제도권이나 금융회사에 소속된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이 유튜버에 대한 맹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금융회사가 추천한 금융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험이 있거나, 증권사 리서치센터 자료에 잘못된 내용이 담긴 사례 등을 목격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심리 때문이다. 일부 유튜버는 금융회사 비판에 앞장서는 식으로 자신의 팬덤을 형성한다.

코로나19 이후 펼쳐진 상승장에 유튜버들이 덩달아 인기를 끈 측면도 있다. 남 연구위원은 “유동성 장세에 주가지수가 급격히 상승했고, 관련 정보를 만드는 유튜버들도 함께 늘며 일종의 ‘상승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튜버들은 막강한 팬덤을 이용해 거대한 시장 트렌드도 만들었다. 지난해 증시를 강타했던 이차전지 열풍을 이끈 선두주자는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다. 그는 수많은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차전지 상승을 예언해 인기를 끌었다. 그가 추천한 이차전지 관련 종목 8개를 그대로 사들여 계좌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개인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이사가 재직했던 금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차전지 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최근 1년 새 주가가 300% 넘게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버가 자신의 영향력을 악용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구독자 50만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온 ‘슈퍼개미’ 김정환씨는 유튜브를 통해 다원시스 등 종목을 추천하고 자신은 매도해 59억원 상당의 이익을 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해받을 소지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지적했다.

유튜버의 팬덤에 의해 오른 주가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더 크게 등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정보를 직접 생산하는 금융회사들이 유튜브 활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 방식이 자리잡은 만큼 각 금융사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장은 “유튜브에는 경제나 환율 등 금융 지식을 기초부터 알려주는 좋은 영상이 많다”면서도 “다만 반대되는 주장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서 본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책이나 여러 콘텐츠를 함께 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광수 김준희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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