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관계 리트머스된 이태원 특별법…용산 “尹, 고심이 깊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고심이 깊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이 이전 거부권 행사 때보다 더 숙고하고 있다”며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당과 유관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른 참모도 “특별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문제 인식은 분명하지만, 여권 내에 여러 의견이 있다”며 “당과 정부, 대통령실 간의 전체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진상규명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것과 달리 신중한 기류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야당 주도로 이태원 참사 재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되자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거부권 행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대통령실에선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원한 한 참모는 “광범위한 피해자 규정과 특조위의 과도한 권한 등 문제가 많다”며 “이미 여러 차례 조사와 수사를 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본부 수사와 국정조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 과정 등에서 상당 부분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에서도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참사를 총선 내내 우려먹겠다는 뜻”(전주혜 원내대변인)이라며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시에 쌍특검법 직후 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라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159명이 숨진 대형 참사의 진상 규명을 막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여론이 확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한쪽으로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시험대에 세우고 있다.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민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고 했던 한 위원장은 이번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우리 원내에서 여러 가지로 신중하게 논의해볼 것으로 안다”(10일 창원 경남도당 신년인사회 직후)는 입장만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내 의견을 두루 청취한 뒤 거부권 건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해당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이태원 특별법 최종 처리 과정이 앞으로 당과 용산의 관계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 기구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새로운 국정과제를 반영해 거시금융·민생경제·혁신경제·미래경제·경제안보 분과를 운영 중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자유 시장경제는 결국 국민이 모두 다 잘살게 되는 시스템”이라며 “정부는 공정하고 효과적인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동시에,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이 다시 경쟁할 수 있도록 돌보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자유는 불가분하다. 그렇기에 한 명이라도 노예 상황에 있는 한 모두가 자유롭지 않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교육, 문화, 경제적인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자유를 누린다는 우리 헌법의 복지국가 개념도 자유 시장주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사회·외교·안보 등 모든 정책이 결국 국민경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성장의 과실을 국민 모두가 골고루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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