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정원이 간첩 더 잘 잡아…대공수사권 복원돼야"

박현주 2024. 1. 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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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1일 "경찰로 이관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복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찰보다 국정원이 간첩을 더 잘 잡는다"고 말했다.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는 권한인 대공수사권은 지난 1일 자로 국정원에서 경찰로 넘어갔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뉴스1.


"경찰, 해외·사이버 역량 떨어져"


조 후보자는 이날 국가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대공수사권 이관 관련 질문에 "(대공수사권 존치는) 법을 통해서 고쳐야 하기 때문에 제가 국정원장이 되면 법은 지키겠다"며 "다만 제 개인 소신은 변함이 없고 대공수사권은 우리같이 특수한 상황에선 국정원이 갖고 있는 것이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국가정보원법 개정에 따른 조치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던 조 후보자는 대공수사권 이관에 반대했다.

조 후보자는 또 "이제 과거와 같은 직파 간첩은 거의 사라지고 해외에 사람을 불러 접선하거나 사이버상으로 지령을 내리는 등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라며 "해외 조직이 없고 사이버 능력이 떨어지는 경찰이 (대공수사를)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뉴스1.


"엑손모빌 누구도 안 만나"


조 후보자는 미국계 석유 기업 엑손모빌 자회사로부터 거액의 임대료를 받았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미국 엑손모빌의 국내 자회사인 모빌코리아윤활유 주식회사가 조 후보자의 서울 용산구 자택에 2017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억여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미국 기업의 로비 대상으로 풍족한 혜택을 누려온 관료가 국정원장 후보자라면 통탄할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 후보자는 이날 "정상적인 과정을 거친 임대"라며 "당시는 공직에서 퇴직한 상태여서 로비의 대상이 아니었고 이해충돌의 소지도 없었다"고 했다. 엑손모빌 측과 인연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엑손모빌에 근무하는 사람과 공적·사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2017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공직을 그만뒀고 다시 공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았다"며 "제게 (엑손모빌이) 혜택을 줄 이유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또 해당 주택을 엑손모빌 자회사에 앞서 "ANZ 은행(호주·뉴질랜드 은행)에도 임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에선 조 후보자의 주호주대사(2011.8~2013.5) 재임 경력을 고려하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조 후보자는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라고 했다.
2008년 9월 촬영된 미국의 대표 석유 기업 엑손모빌의 텍사스 정유소 모습. 로이터.


음주 운전 관련 "징계 규정 나중에 생겨"


이날 청문회에선 조 후보자가 1999년 외교부 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외교부의 징계가 없었던 점도 논란이 됐다. 조 후보자는 이날 "음주 운전 징계 관련 세부 규정들이 1999년 이후 한참 뒤에 생겨서 징계까지 가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 음주운전의 경우에 대해 당시엔 기준이 없었고 지금보다 후했던 것 같다"면서다.

국정원은 앞서 "공무원의 음주운전 관련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상 징계 양정기준은 2011년 11월 1일에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 전체적으로 안정"


조 후보자는 이날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해 "전체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에 대한 정치적인 도전 세력이 없고, 북한이 김씨 일가에 대해 주민을 대상으로 세뇌를 많이 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경제 측면 등 체제 불안정 요인은 더 커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올해 북한의 도발 수위에 대해선 "지난해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도발 시 우리가 2~3배로 강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북한이 생각해야 도발을 못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실패로 돌아간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대해선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임하며 "외교부로부터 부산의 예상 득표수를 한 차례 보고받았지만 (결국) 틀렸다"고 밝혔다. 당시 부산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9표를 득표해 119표를 얻은 1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조 후보자의 청문회는 오후 3시 40분까지 개인 신상과 도덕성 검증을 중심으로 공개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후부터는 비공개 회의로 전환돼 대북 정보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의가 오간 뒤 산회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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