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정의 실현됐지만 형량 아쉬워”…연신 눈물 훔친 피해자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 11일 기자회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2심 선고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부 정의가 이제야 실현됐지만,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은 11일 SK케미칼, 애경산업 전 대표 등에 대한 2심 유죄 판결에 환영하면서도 금고 4년 형량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들은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피해자 유족 김태종씨는 “아내가 애경이 제조해 이마트에 납품한 CMIT‧MIT 성분 살균제를 2007년에 사용했다”며 “2008년 7월 숨이 안 쉬어진다며 입원한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12년 1개월간 중환자실을 전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 형량이 금고 4년이라는 게 서글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진행자는 “참사가 공론화된 게 2011년인데 CMIT‧MIT 가해 기업 관계자들에게 오늘 겨우 유죄가 나왔다”며 “피해자들은 도저히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2심 선고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옥시와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살균제를 썼던 민수연씨는 “SK, 애경, 이마트는 처음부터 유죄였다”며 “그들과 그들의 카르텔이 국민을 속였지만 정의가 이제 실현됐다”고 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 최재홍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1심을 뒤집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는데 판결 내용을 보며 손이 떨렸다”며 “현대사회에서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우려가 높은데 2심 재판부가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SK케미칼은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SK케미칼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법적 절차와 별개로 피해자들의 고충을 덜어드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애경산업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양한주 김민영 김성훈 기자 1week@kmib.co.kr